집에서 삼겹살 불맛내기 망함
날씨가 어제부터 갑자기 너무 더워졌다. 최고기온 33도, 34도 찍고 있다. 바로 며칠전만해도 비오고 흐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해가 아주 쨍째래쩅쩅쨰얘쨍!!! 나고 있다. 저녁 9시가 넘어야 그나마 해가 넘어가서 덜 뜨겁지만 날은 아직 밝아서 9시 31분이 일몰시간이다 ㄷㄷㄷ 10시는 되야 어두워지는 것 같다.
어제 올빠랑 아스만스하우젠 - 뤼데스하임 하이킹 하고 다시 기차 타고 Eltville 에 내려서 버스 타고 클로스터 에버바흐를 다녀왔다. 간만에 의욕적으로 아침에 도시락으로 햄버거도 싸고 해서 9시 기차타고 부지런 떨면서 나온 것까진 좋았는데........햇빛 아래 조금만 걸어도 진짜 온 몸에 진이 다 빠져서 힘들었다. 그리고 독일의 건조한 여름 날씨와는 다르게 아주 살짝 습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그늘에 있을 땐 괜찮았고 오전 12시 정도까지도 나름 견딜만했는데 오후 1시 이후로는 햇빛이 본격적으로 내리쬐기 시작해서 너무 힘들었다.
33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는 그냥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서 오늘은 걍 집에 있으면서 올리브쇼에서 봤던 삼겹살 요리를 해먹었는데.............. 완전 잘못 고른 요리였다............ 지글지글 불 앞에서 열오르고 몸에 땀나고 어제만큼 괴로웠다 ㅋㅋㅋ
요리 이름은 집에서 삼겹살 불맛 내기 였는데 불맛은 개뿔..... 부엌에 기름파티만 잔뜩 했다. 요리 취지는 참 좋고 들으면 혹한다. 집에서도 밖에서 먹는 것처럼 삼겹살 불맛을 내보자!! 그 비법은? 바로 베이컨!!! 베이컨에 훈제향이 나므로 베이컨을 구운 기름에 삼겹살을 구워서 훈제향을 입히는 것이다. (아래에 요리 동영상 링크 참조)
그런데 훈제향이 삼겹살에 하나도 안배이고 무엇보다 기름이 진짜 미친듯이 많이 들어간다. 베이컨에서 나오는 기름 + 추가 식용유 + 삼겹살 기름.. 무슨 기름파티들이야....... 살이 10kg가 찌고 싶으신 분은 제발 이걸 드세요!!!!!!!
아 베이컨 기름에 찐감자 으깨서 구운 것은 정말 맛있었다. (마지막에 버터 한 숟갈 추가해서 좀 더 구워줌) 베이컨하고 같이 구운 마늘도 맛있었고 베이컨도 맛있었고.....(맛이 없을리가 없잖아...) 그런데 정작 삼겹살이 시망이었다. 기름에 삼겹살 튀겨 먹는 느낌이었다. 그냥 구워 먹는 게 훨씬 낫더라 ㅠㅠ
부엌이 서향이라서 오후에 햇빛이 미친듯이 들어오기 때문에 창문 닫고 블라인드 같은 것도 완전 끝까지 다 내려놓고 불 켜도 어두운 부엌에서 땀 흘리고 기름냄새, 베이컨 돼지 냄새, 삼겹살 돼지 냄새 맡아가면서 미친듯이 구웠는데 맛 없고 시망이어서 진짜 빡쳤었다. 괜히 올빠한테 막 툴툴거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내가 도대체 뭣 땜에 30도를 넘어가는 더위에 저걸 한건지..
갑자기 재작년인가 실내온도 34도인가 찍어가면서 오븐에서 바베큐립 구운 게 생각났다. 그 때는 맛있기라도 했지 참나..
아무튼 기대가 너무 커서 실망도 너무 컸다. 한국은 삼겹살 고기집 많으니까 그냥 밖에 나가서 연탄불구이 숯불구이든간에 사먹는 게 훨씬 낫다. 그래도!! 나는 꼭 집에서 직화구이 맛으로 먹고 싶다면...... 차라리 목초액을 사서 삼겹살에 뿌려서 굽는 게 나을 거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로!!
아 정말 진행자들이랑 셰프들한테 속은 기분이다 ㅠㅠ 내가 실력이 없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베이컨 기름에 구운 삼겹살.. 이건 진짜 아닌 것 같다 ㅋㅋㅋ 삼겹살을 진짜 욕보이는 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