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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가 술술 참 잘 풀리는 것 같았다. 아마존에서 주문한 필립스 푸드 마스터도 오고 올빠는 5시에 퇴근해서 집에 일찍 오고 잘프레지 인도 카레 소스(?) 남은 것에 닭가슴살 넣고 난도 곁들어서 밥도 맛나게 잘 먹고..
저녁 다 먹었는데도 겨우 7시가 쫌 안됐들어서 ' 우와 5시에 퇴근하니 삶의 질이 달라진다!!!!!' 이러면서 감탄하다가 테니스 라켓을 사러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뚜둥!!!!!!!!! 열쇠를 둘 다 안가지고 나온 것이다. 하하하하........ 집 현관문이 한번 닫히면 저절로 잠기기 때문에 밖에 나갈 때 꼭꼭꼭 열쇠를 갖고 나가야한다. 안그래도 전에 올빠가 열쇠 안갖고 나가면 시망이라고 문 여는거 진짜 간단한데 출장비랑 뭐랑뭐랑해서 돈 완전 많이 내야한다고 꼭꼭 잘 챙겨야한다고 신신당부 했었는데.....왜 둘 다 안갖고 나왔을까 ㅠㅠ 그것도!! 올빠가!! 집을 나서면서 현관문을 닫음과 동시에 ' 열쇠 챙겼지?' 라고 물었고 나는' 아니 없는데?' , 올빠 ' 나도 없어.......?!' 둘 다 '헉..............시망....캐시망....뭐지? 뭐지?' 멘붕 왔다........
일단 앞집 초인종을 누르니 낮에 온 내 아마존 택배를 대신 받아주신 할머니께서 나오셨다. 안되는 독일어로 떠듬떠듬 집열쇠를 안에 두고 나왔고 어디로 전화해야하는지 아냐고 물으니 전화번호부 책 있냐고 묻는다. 집 안에 있어요............흑... 없다고 답하자 남편한테 뭐라뭐라 상황설명을 하셨고 윗통을 홀딱 벗으시고 배가 엄청 볼록 나오신 할아저씨(할아버지와 아저씨 사이)가 나오셨다. 창문 열고 나왔냐 닫혔냐 하시면서 이리저리 막 돌아다니며 보시더니 결국 힘으로...문을 열어주셨다.
(올빠 말로는 할아저씨가 자기한테 뭐라뭐라 했고 전혀 못알아들었는데 아마도 ' 힘으로 할까? ' 이런 얘기였던것 같다고... 올빠는 걍 얼빵하게 '응?!' 답하거나 걍 답을 안했던 것 같다)
힘으로 미니 쉽게 열렸는데 문틀 나무랑 페인트칠이 좀 떨어져나갔는데 아저씨가 못하고 드릴을 가져오셔서 떨어진 조각 붙이고 열쇠 문 잠기는 부분하고 맞물리는 부분에 틀 같은것도 박아주시고 하셨다. 날도 더운데 땀을 엄청 뻘뻘 흘리면서 막 왔다갔다 하시면서 너무 열성적으로 해주셔서 완전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문을 닫고 다시 잘 되나 안되나 열었다 닫았다 해보는데 헉...어느새 아저씨가 페인트통하고 붓을 가져오셔서 대강 페인트칠도 해주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 !!!!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찌나 당황스러우면서도 고맙고 웃기던지 ㅋㅋㅋㅋㅋㅋ 나랑 올빠 둘 다 어안이 벙벙해가지고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인트칠한거 말리고 예정대로 라켓을 사러 나갔는데, 나가면서 집에 오면서 계속 어떻게 그걸 힘으로 열지? 정말 그렇게 열줄이야.. 아저씨가 힘으로 문을 여는데 설마 싶었다고 어...어...어?!!!!!! 진짜 열렸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청 웃었다. 특히 올빠가 진심으로 깔깔깔 거렸다. 정말 오랫만에 퓨어한 웃음이라고.. 지금 문틀을 교체하게 생겼는데 돈이 얼마가 나올지 모르는데..뭐 그리 웃기냐고 ㅋㅋㅋ 고만 웃으라고 해도 계속 키득키득..
그런데 나도 그냥 덩달아 웃을 수 밖에 없는게 사실 할머니는 그냥 '우리도 전화번호 몰라' 이러고 끝내시려고 했고 나도 ' 그러면 그냥 아래집 가서 물어봐야겠다 어쩌지 '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할아저씨가 포스있게 반라의 몸으로 등장하시더니 막 이리저리 엄청 돌아다니시면서 애쓰셔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보니까 우리집하고 앞집하고 화장실이 바로 옆으로 붙어 있어서 할아저씨가 화장실 창문으로 넘어올수 있나 보시려고 우리집 화장실 방충망을 찢어 놓으셨다 ㅋㅋㅋㅋ 근데 창문이 반쯤 닫혀서 고정된 상태라 불가능했다.
할아저씨가 짐승의 송곳니같은 목걸이를 하고 계셨는데 페인트칠 해주실 때 이 목걸이가 자꾸 페인트통 가장자리에 닿는 것이 너무 신경쓰였다. 페인트 묻으면 안지워는데 목걸이에 묻을까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이지 이렇게 이웃하고 안면을 트는구나... 내일 와인 한 병 갖다 드려야지
집에 오면서 집 앞에 있는 자그마한 펍에서 맥주 두 잔 했다. 이 펍은 겉모습이 좀 음침하고 어둡고..암튼 가고 싶은 술집이라는 느낌이 전혀 아니고 마치 어떤 단체에서 걍 소일거리로, 아니면 마지못해 운영하는 듯한... 방치된 술집의 분위기였는데, 요즘 날이 덥다보니 동네 사람들이 가끔씩 여기서 술 마시는 모십이 목격되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술이 필요해서 걍 여기서 마시기로 도전!!하고 간거였는데 오~ 생각보다 완전 괜찮다.
단골되기 완전 좋은 곳!!! 맥주값도 500ml 한 잔에 3유로로 싸고 아저씨도 친절하시다. 올빠가 계속 이 술집의 정체를 너무 궁금해해서 독일어로 질문하다가 안되서 영어로 ' 여기 아저씨 술집이에요? ' 이러고 물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꺼 맞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랑 올빠는.. 지나가면서 여기 맨날 봤는데 문 닫은 줄 알았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여름되니까 문 열고 그래서 궁금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가 내부 수리하고 뭐 그러느라고 닫았었다고 한다. 웃으면서 유쾌하게 대답해주셨다.
덕분에 아저씨랑도 인사하고 ㅋㅋㅋ 우린 동양인이니까 기억하기 쉽겠지. 여기 단골되야겠다. 그래서 나중에 유창한 독일어로 그날 우리가 열쇠를 집 안에 놓고 나와서 앞집에 도움 청하려고 초인종을 눌렀는데 그 집 아저씨가 힘으로 밀어서 문 열어줬다 ㅋㅋㅋㅋㅋ 수리 비용이 얼마나 나올까 낙심 & 앞집 아저씨가 너무 고맙고 웃겨서 술 한잔 하러 왔던거라고 말해줘야지
이태리어로 어떻게 말하나 생각해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ㅋㅋㅋㅋㅋ 독일어로도 금방 할 수 있겠지
인터넷 한인 커뮤니티 검색해보니 잠긴 문 여는데 열쇠장이가 5분도 안걸려서 엄청 쉽게 여는데 돈은 300유로 냈다고..... 아마 우리도 사람 불렀으면 그 정도거나 더 나왔을 것 같다. 저녁이었으니까 시간외비용 붙고 출장비 붙고 하면 말이다. 그리고 스마트키 같은거.. 카드키 하나로 건물 현관문, 지하실, 차고 등등 다 여는데 이 키를 잃어버린 경우에는, 그 키 주워서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그 건물 사는 사람들 키를 죄다 바꿔줘야 한단다. 이 비용은 1~2만유로 라는 글도 봤다. 댓글에 누가 자기 아내 직장에도 누가 카드키 잃어버려서 다 바꿔야했는데 만오천유로 나왔다고............ 헉...... 다행히 책임보험 들어서 보험에서 커버됐다고 한다.
아 나도 이 책임보험을 알고 있었고 빨리 알아보고 해야지 생각했었는데 오늘 일이 터졌네 터졌어
우리 잘못으로 이렇게 됐으니 돈 내는 것이야 뭐 당연하고 여기 인건비 높은건 뭐 익히 아는 사실이라 비용이 꽤 셀 것은 예상하고 있긴한데 도대체 얼마나 나오려나.. 휴 ㅠㅠㅠ
아 그리고 원래 이 일을 블로그에 쓴 이유는... 어찌보면 오늘 일어난 일이 암만 내 실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굉장히 짜증나고 화나는 일인데, 올빠가 어찌나 웃어대며 즐거워(?)하는지 덩달아 나도 피식 웃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
나는 벌어진 일에 집착하고 계속 생각하고 신경쓰는 타입이라서 올빠까지 이랬으면 아주 그냥 땅 끝까지 파고 들어가서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우울해했을텐데 덕분에 대수롭지 않게(?), 쿨하게 ㅋㅋㅋㅋㅋ 털게 되었다.
맥주 한 잔 하는데 어찌나 즐겁던지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올빠가 만약에 나 혼자서 이런 일을 겪었으면 아무나 붙잡고 나 이런일 있었어요!!! 하고 얘기하고 싶었을텐데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했다. 나도 그렇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깔깔 웃으며 살고 싶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
+ 아 아침에 일어나니 급! 현실로 복귀.... 어제 밤에 잠자면서 그냥 호텔가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열쇠장이 부르거나 아님 건물 관리 회사 연락해보거나 할걸 하고 매우 뒤늦게 이런저런 선택지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당시에는 완전 멘붕이 와서 침착하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ㅠㅠ
그리고 앞집 아저씨도 같이 멘붕이 왔던듯.........? 솔직히 이렇게까지 막 안도와줘도 되는데 ;;; (아저씨한테 문 부쉈다고 뭐라하고픈 마음은 전혀 없음) 서양사람들 이렇게까지 해주는 사람 진짜 없는데. 만약 나 같아도 그냥 아 미안..우리도 잘 모르겠네 이러고 들어가버릴텐데. 어느 나라 사람인가 우편함을 봤는데 아마도 동유럽 사람 같다. 독일 사람은 절대 아닐테지 ㅋㅋ 이렇게 절대 안할 것 같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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