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생활자 - 유성용
길 위에서 수많은 곳을 들락거릴 때마다, 내가 알거나 혹은 모르는 것들이 하나같이 그 어떤 장소가 되어서는 내 앞에 펼쳐졌다. 과거도 그리고 상처의 기억도 장소이며, 계절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내 기억 속을 헤맨 듯하나, 여행이 끝날 즈음 해서는 떠나온 이유도 아득한 채로 다만 눈앞의 풍광 속을 타박타박 걷고 있었다. 그 사이 열병에 걸려 몇 번 쓰러지고 깨어날 때마다 나는 몇 개의 말들을 마음에 새기었다. . . . 여직 길 위에 있는 사람들아, 너무 외롭거나 아프지 마라. 세상에는 지키지 못할 약속이 있고, 못 만날 사람이 있지만, 세상 끝에 걸쳐 눈이 눈물처럼 빛나는 그대의 여행은 언젠가 끝이 날 것이다. 사라지지 말고 이 말을 가슴에 새겨다오. 오래오래 당신은 여행생활자다...
책, 영화, 글
2010. 3. 24.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