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김언수
권박사의 말에 따르면 그 인간이라는 종의 무대가 이십만 년만에 드디어 막을 내릴 때가 온 것이다. 마치 공룡들이 결단력 있게 자신들의 시대를 끝낸 것처럼 인간도 종의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 글쎄, 인간이라는 종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문화의 내적 질서를 더이상 견딜 수 없단다. 하지만 이거 웃기지 않은가. 지구의 외적 환경이나 내적 환경도 아니고 인간이 스스로 만든 질서를 견딜 수 없다니. 나는 혜성의 충돌, 기상이변, 한 미치광이에 의해 잘못 눌러진 원자 폭탄의 발사, 공기전염되는 치명적 바이러스의 출현, 인공지능과 기계문명의 가공할 발전 등등의 이유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을거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인간 자신이 만들어 낸 질서 때문에 스스로 종의 역사에서 물러날 것..
책, 영화, 글
2010. 3. 24.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