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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간약 좀 사서 보내라고 해서 사는 김에 다른 약도 더 사고 초코렛도 넣고 해서 지난주에 부모님한테 크리스마스 소포 부쳤다. 백년만에 카드도 썼다. 열손가락이 모두 엄지라고 할만큼 손재주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포장이 꽤 예쁘게 마음에 들게 되서 매우 흡족했다. 일단 포장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매우 싫어하지만 관련 소품, 장식품, 문구류 등등을 보는 것은 즐겁다.
12월 6일이 무슨 날인지 몰랐는데 Nikolaustag 이라고 해서 니콜라우스 성인의 날이었다. 갱님 블로그에서 본 바에 의하면, 원래 뱃사람의 수호 성인이었는데 지금은 어린이들의 수호 성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12월 6일에 착한 일 한 어린이들한테 초코렛 주고 간다고 한다. 나는 비록 어린이가 아니지만 ㅋㅋㅋㅋㅋ 어학교 선생님이 초코렛을 주셨다. 난 처음에는 걍 초코렛 먹는 날인 줄 알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슬슬 세금 연말 정산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것 때문에 몇 달 전부터 계속 스트레스다. 부디 영어가 유창하고 수수료가 비싸지 않은 세무사를 만나서 서류 작성 및 제출을 잘 마쳐야 할텐데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어쩔까 왜 이렇게 심적부담이 큰 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동안 쌓아놨던 영수증과 인보이스들을 분류를 나눠서 정리하는데 갑자기 ' 난 세무번호도 없고 세금 등급도 없는거 같은데 내 이름으로 발급받은 인보이스도 올빠 이름으로 신고 가능한가? 우리는 어차피 부부이고 올빠만 일을 하고 세금을 내니까 같이 연말 정산을 받을텐데.. 되겠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 친구들한테 문자 보내고 전화하고 난리 쳤다. 친구들하고 얘기해봐도 그들도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오늘 Finazamt (동사무소처럼 지역별로 있는 세무사무소) 에 다녀왔다.
번호표 뽑고 창구로 가기전에 안내 창구를 거쳐야 하는데, 안내 해주시는 할머니가 너무너무 친절하셨다. 내가 독일어를 심하게 못해서 버벅거리고 아..저기..잠깐만요.. 이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미소 지으시면서 괜찮다고 문제 없다고 천천히 얘기하라고 기운을 북돋아주셨다. 그리고 번호표 뽑고 기다리다 차례가 되서 창구로 갔는데 젊은 남자 직원이 무표정으로 있었다. 독일어로 물어봤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으니 안다면서 영어로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공무원들이 불친절한 것은 이태리나 독일이나 마찬가지여서 관청에 갈 때마다 항상 너무 긴장되고 걱정되는데 굉장히 사소하고 작은 나의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해준 할머니와 남자 직원 덕분에 갑자기 기분이 정말정말 좋아졌다. 겨울이라 해도 빨리 지고 춥고 이래저래 우울했는데 이들 덕분에 기운을 좀 차렸다.
진짜 별거 아닌 일인데 순식간에 갑자기 행복해졌다.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일은 정말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그냥 웃으면서 구텐탁(굿애프터눈) 해주면 서로가 기분이 좋은데 우리 동네 기차 사무실 직원들은 도대체 왜 영어 할 줄 알면서 모른척하고 독일에 살면서 왜 독일어 안배우냐고 훈계를 해대면서 싸가지없게 굴었을까 나한테 그렇게 한다고 월급이 더 오르는 것도 아니고 휴가가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 불가다.
세무사무소에서 나와서 집에 가는 길에 예전부터 눈여겨 봤던 새로 생긴 까페에 들렀다. 독일식 빵도 팔고 이태리 스타일의 브리오쉬도 있고 케잌도 종류가 다양하게 있었다. 브리오쉬 2개랑 커피 한 잔 사서 먹었다. 커피는 그냥 포트에 내린 평범한 맛이었지만 스벅이나 기타 다른 빵집, 까페에서 에스프레소샷 직접 내려서 물 탄 것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다음에는 카푸치노를 마셔봐야지. 사진 왼쪽 공간에는 테이블도 몇 개 놓여 있어서 주말에 한가하게 브런치 하거나 평일 오후에 티타임 가지기도 좋을 것 같다. 보니까 빵 팔고 굴라쉬 수프를 비롯해서 식사메뉴도 있었다.
우리 동네가 수영장, 테니스클럽도 있고 큰 병원도 있고 근처에 쇼핑센터도 있고 참 좋은데 딱 하나 불만인 것이 분위기 괜찮은 까페나 식당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는데 아주 좋은 곳이 생겼다. 올빠 오면 주말에 같이 당장 가야지. 이제 괜히 차비 들여서 시내 안나가도 되겠다. 그 돈으로 2개 더 사먹을 수 있다. ㅎㅎㅎㅎ
세무사무소에서 업된 기분이 여기 까페에 와서 절정에 이르렀다 ㅋㅋㅋㅋㅋㅋㅋ 혼자 막 음미하면서 커피 마시고 브리오쉬 먹는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무리 서너명이 들어와서 점심용으로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그 중 한 명이 케잌 쇼윈도를 유심히 보다가 에클레어를 보고서는 이게 뭐냐고 물으면서 직워 설명 듣더니 하나 사가는데 왜 이렇게 귀엽던지................ 외모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뒷모습 밖에 못 봤다. 그 남자애는 에클레어 맛보고 신세계를 경험했을까? 궁금하다 ㅋㅋㅋㅋㅋ
+ 집에 와서 장조림을 만들었는데 성공했다!! 코레일 직원 5941명이 직위해제되고 교학사 역사 왜곡 교과서가 승인되고 주말에 물대포가 빵빵 터졌고 또 뭐 있더라..........너무 많아서 기억이 안난다. 닭그네와 새누리의 목표대로 매일매일 하도 빵빵 터져서 따라잡기가 힘들다. 아무튼 시국도 어지럽고 마음도 매우 심란한 와중에 장조림이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 어제 수업에서 어쩌다가 아프가니스탄 남자애가 자기네 결혼 문화 얘기를 꺼내면서 남자가 결혼하려면 여자한테 엄청난 액수의 금을 사줘야 한다고 그랬다. 인도, 파키스탄도 비슷하다고. 그리고 파키스탄 여자애는 파키스탄에서 여자가 일을 하려면 남자의 허락이 필요하고 일을 할 수는 있긴 한데 가사, 육아는 다 여성의 몫이라고 했다. 힘들다고 말하면 그건 니 문제 아니라고 (그러니까 왜 일해)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체트나 (인도인)한테 인도도 그렇지? 라고 물었는데 예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안그렇다고 답하니 갑자기 막 돌변하면서 굉장히 공격적으로 ' 아닌데? 맞는데?? 그리고 여자가 버스 안에서 강간 당했었잖아 ' 이러는 게 아닌가!!!!!!! 파키스탄 여자애 완전 미친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사건이 사실이긴 한데 굳이 그걸 인도 사람한테 상기 시켜줄 필요도 없고 체트나도 그 일이 잘못된 일인거 당연히 알텐데 왜 들먹거리면서 얘기를 꺼내는지.. 이건 진짜 싸우자는 것 밖에 더 되지 않나?? 정말 너무 예의가 없다.
그리고 이 모든 얘기는 다 영어.............로 이루어져서 같은 반 학생들은 매우 지루해하고 짜증을 냈다. 그러나 이 파키스탄 여자애는 도무지 얘기를 멈출 생각을 않고 계속 영어로 지껄였고 늘 그렇듯이 게오르기아는 이를 별로 제지하지 않았다. 안그래도 수업시간에 이 여자애 맨날 자기 혼자서 너무 심하게 질문을 해대고 계속 영어를 써대서 참 비호감이었는데 어제부로 절정을 이루었다. 아 진짜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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