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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의 문화생활이었는지 ㅠㅠ

전부터 계속 벼르고 있던 Steve Mccurry 사진전을 오늘 드디어 다녀왔다.
스티브 맥쿼리? 누구야? 싶지만 아래의 사진을 알아보는 사람은 꽤 많을 듯 싶다.



일요일 12시쯤~12시 반쯤 갔는데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으나 다 보고 나갈 때(1시반? 2시쯤?)는 줄이 좀 있었다. (예전에 지나가면서 봤을 때는 전시장 건물 들어가는 바깥쪽 입구부터 줄을 서 있었음) 어른 8 유로인데 매표소 직원이 내 지갑속의 파란색을 얼핏 보고는 Feltrinelli 카드 있으면 할인된다고 해줘서 덕분에1.5유로 할인된 6.5유로 티켓을 끊었다. 카드 소지자는 나 혼자였는데 구빠도 같이 할인해줬음. 후후훗..매우 기뻤음

전시장 입구에 들어가는 순간 굉장한 쇼크(?)를 받았다. 기존의 전시회는 사진을 액자에 걸어서 벽에 주르륵 붙여놓는데 여기는...... !!! 잘 안보이긴 하지만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건물 내부 기둥을 지지대 삼아 나무 막대기로 뼈대를 만들고 사방으로 조명을 쏘도록 설치했다. 그리고 사진은 어떻게 걸어놨냐면은.... 모기장(?)비슷한 (모슬린이라고 해야하나?) 투명한 검은 천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길게 매달라고 이 천 앞 뒤로 사진을 붙여놓았다. 그리고 천 아래에는 추(?)를 달아서 바닥에 고정시켜 놓았다. 사진의 크기는 내 키만한것부터 노트북 사이즈의 사진까지 매우 다양했다. 


그냥 단순히 큰 사진을 걸어놓는 것과는 달리 일단 조명이 사방에서 비춰주고 검은천에 반영되고 실내를 어둡게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여서 마치 슬라이드 필름을 영사기에 비춰서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매우 신선했다. 색감이 매우 강렬한 사진들을 더 강하게 해주고 감성적으로 만들어주었고 사진 감상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내부 인테리어가 어떠하였는지 사진을 못 찍어서 매우 아쉽다. ㅠㅠ  그래도 위의 사진을 누군가가 찍어서 웹에 올려서 다행..

사진전은 The other, Childhood, Beauty, War, Joy, Silence  6개의 큰 테마로 구성되었다.

맨 위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사진은 Beauty 에 속해 있었으며 The other 은 인물 사진이었고 아웅산 수지 여사의 사진이 인상 깊었다. 찾아서 올리고 싶은데 없다 ;;

사진 하나하나가 모두 강렬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끝없이 하게 만들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티벳 이런 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았는데, 어찌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사진들이었다. 그런 곳에서 찍었으면 으레 나오는 사진.. 아이들이 총을 가지고 있거나 이슬람 민족주의에 빠져있거나 세월에 찌든 노인, 가난에 시달리는 가족, 황량한 자연, 천진난만한 아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고 내 마음을 움직인 이유는 전시방법에 달려있던 것 같다. 사진을 바로 코 앞에서, 눈 앞에서 가깝고 크게 볼 수 있었다보니, tv나 모니터로 보는 것과는 정말 매우 달랐다. 이렇게 전시회를 찾아다녀야만 하는 이유를 새삼 느꼈다.



스리랑카 어부들 낚시 방법



사막에서 이동 중 모래폭풍이 불어서 날아가지 않으려고 서로 뭉치는 모습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정말 다양한 것 같다. 바다에서 저렇게 막대기 세워놓고 고기를 잡을 줄 누가 알았겠으며 사막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 때 뭉쳐야 날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또 어찌 알았을까.


작가가,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 한 줄 요약 !

전쟁은 일어나서 안되고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살 권리가 있으며 삶의 매순간 순간마다 기쁨이 존재한다 !

The other 랑 Beauty는 어찌해야할지 나도 모르겠다 -_-  beauty 섹션을 뷰티라고 지은 이유가.. 작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녀를 만났는데, 소녀를 보고 순간적으로 받은 느낌이.. 아프가니스탄의 황량하고 폐허가 된 모습과 대조를 이루면서 머릿속에 굉장히 강렬하게 남았다고 한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그에 굴하지 않아서 ? 뭐라는거야 ㅠㅠ 뭐라고 표현을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번역의 문제인가 ;; 거기에 뭐라고 써 있었더라 ㅠㅠ

The other 는.. 이들(인물사진)을 통해서 나(사진감상자)와의 관계를 조명해보라는 목적에서 The other 라고 해놓은 것 같다. (나의 해석이 틀리지 않다면..)

여러 인물들과 그들의 삶을 찰나의 순간에 담은 사진들을 보면서 현재의 나와 비교해보게 되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내가 그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기준은 무엇인가? 전쟁이 없는 곳에 있어서? 유럽에 있어서? 교육을 더 받아서?  더 잘먹어서? 그들보다 부자여서?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고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wonderful planet 을 탐험하고 여러 모습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감을 이끌어내고자하는 작가의 평소 생각이 여실히 반영된 사진전이었다. 지금까지 가본 몇 안되는 사진전 중 제일 좋았다. 사람의 감성을 마구마구 쥐어흔드는 전시회였다. 사진 속의 까맣고 싶은 눈동자, 빨간 볼, 손에 쥔 총, 고난의 흔적이 깊게 패인 노인의 주름이 내 마음 속으로 마구마구 들어왔다. 심지어 담배를 쥔 손의 손톱 가장자리를 둘러싼 까만 때까지도.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인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서양인들은 이런 사진들을 보고 아시아에 대한 이미지를 쌓아간다는 생각이들었다. 일단 동남아시아 하면 주황, 빨강색 옷의 스님들, 원색적인 옷감, 초록, 분홍, 주황, 귀엽고 맑은 눈의 아이들 등등.. 서양사람, 한국사람, 일본 사람 말고 인도 사람, 아프가니스탄 사람, 아프리카 사람들을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 늘 사진의 대상이 되기만하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면 어떨지 궁금해졌다.

우리가 접하는 스티브 맥쿼리류의 사진들은 철저히 외부의 시선에서 찍힌 것이다. 그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어떠할까? 그리고 그들이 유럽을, 서양을, 한국, 일본을 찍는다면 ?

많은 사진을 본 것은 아니지만.. 사진들을 보다보면.. 유럽 사람이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생각, 이미지.. 반대로 한국 사람이 유럽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이미지, 편견들이 어떠한지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단 한 장의 사진일 뿐이라도.

이런 틀을 깨는 사진을 보고 싶다. (전쟁, 테러의 참상을 알리고 그러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 이런 사진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감정에 빠져들지만.. 누가 찍든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프간에 가서 찍어도 똑같고 쟤가 가서 찍어도 똑같고 ... 음..너무 위험한 발언인것가-_-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고 자기 목숨걸고 찍고 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님.. 그런데 인도, 아프리카, 아프간,티벳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의 사진들.. 그런거 말고 다른걸 보고 싶음)

정리가 계속 안되는데..이러쿵 저러쿵해도 아무튼 사진 잘 봤다!

오늘 하루는 이렇게 전시회의 영향으로 주절주절 일기도 쓰고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하지만.. 내일되면 점심 뭐먹을까, 집에 언제가나, 날씨 언제 풀리나, 봄옷은 뭘살까.. 이런 생각에 빠지겠지 -_- ......


* 전시기간이 11월부터 1월까지였는데 10만명이 넘게 다녀갈 정도로 호응이 엄청나서 3월까지 연장되었다. 덕분에 나도 오늘 보았고 ! 한번 더 보러가고 싶다. 목요일이 10시반까지 문열던데 일끝나고 가볼까.. 그럼 오늘보다 더 엄청난 감성에 사로잡혀서 허우적거릴듯..

아무튼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하게 만드는 전시였다. 사진도 좀 찍고 싶어졌고. 

그런데 사진작가는 1분 1초라도 사진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디서 내가 원하는 장면을 맞닥뜨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내가 그냥 지나치는 지금 이 순간이 사진기에 담기면 또 다르지 않을까 하는 노이로제에 걸리지는 않을지 .... 스티브 맥쿼리의 경우에는 특히 제3세계를 여행할 때 ... 

 밀라노에 오는 사람들, 있는 사람들 모두 꼭 방문해보길 !!

후회하지 않을것임

사이트: www.stevemccurrymilano.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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