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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먹부림 기록

호박 새우 파스타

나실이 2013. 10. 12. 03:46

요즘 날이 으슬으슬 추워서 melanzane alla parmigiana (가지에 토마토소스, 모짜렐라, 파르미쟈노 치즈를 번갈아 가면서 쌓아서 오븐에 구운 음식, 가지 라자냐 라고 생각하면 됨) 를 먹고 싶었지만 독일 슈퍼에는 생모짜렐라 치즈 밖에 안판다. 물기 없고 네모 모양으로 진공포장 되어 있는 모짜렐라가 없다. 채 썰어 놓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뭉텅뭉텅 내 맘대로 잘라 넣고 싶다. 아니 이 치즈는 진짜 기본 중의 기본(?) 치즈인데 왜 없지? 피자, 라자냐, 오븐 스파게티 등등 여기저기에 진짜 편하게 막 쓰이는 치즈인데.. 


아무튼 딱딱한 모짜렐라를 못 구해서 뭐 해먹나 고민하던 중 올빠가 저녁을 먹고 온다길래 귀찮아서 그냥 라면으로 때울까 하다가 오랫만에 파스타를 해먹었다. 시칠리아에서 맛있긴 했지만 거의 맨날 파스타 먹어서 질려가지고 휴가에서 돌아온 뒤로는 안먹었었다. 


예전에 로마에서 먹었던 호박, 새우 파스타가 생각나서 따라해봤다. 당연히 똑같은 맛은 아니었지만 아주 맛있었다. 로마 식당에서는 생면을 썼었고 (딸리아뗄레 Tagliatelle) 방울 토마토도 들어갔던 것 같다. 나는 마늘, 말린 토마토 오일에 절인 것, 주끼니 호박 (어차피 여기는 길쭉한 주끼니 호박밖에 안팔아서 선택의 여지가 없음), 냉동 새우를 넣고 했다. 






예쁘게 못 담긴 했지만 맛있었으니 됐다. 

솔직히 이젠 파스타 밖에 안사먹어도 될 것 같다. 

이태리에 있으면 모르겠는데 독일에 있는 일반적인 이태리 식당들은 솔직히 맛이 그냥 그렇다. 

내가 한 게 더 맛있다.......... 

이건 다 (시판)육수님 덕분 !



불친절한 레시피 


재료 : 올리브 오일, 마늘, 파스타(Spaghetti 또는 Bavette, Tagliatelle 생면 쓰면 완전 최고!), 치킨스톡(나는 야채스톡으로 했음. 아무거나 다 괜찮음. 조개, 소고기, 닭,야채 등등. 스톡 없으면 소금 간을 좀 세게 해주면 됨), 주끼니 호박, 새우


넣어도 되고 안넣어도 되는 재료 : 방울 토마토 (나는 말린 토마토 오일에 절인 것 사용. 말린 토마토 쓸 경우 1인분은 하나만 넣어도 충분), 토마토 농축 소스 (튜브에 담겨져서 짜서 쓰는 것으로 이태리어로 Pomodoro concentrato 라고 함. 한 스푼만 넣어도 충분하므로 양 적어 보인다고 많이 넣었다간 간이 너무 쎄지므로 조심


1. 물에 소금 한두스푼 넣고 끓으면 파스타면 넣고 봉지에 적힌 시간대로 삶아준다.

2. 면 삶는 동안 팬에 올리브 오일 두르고 마늘은 편으로 썰어서 넣고 향을 내준다. (안귀찮으면 갈색으로 변하면 건져서 놔두면 좋다. 난 귀찮아서 그냥 한다 ㅋㅋㅋ) 방울 토마토 또는 말린 토마토 잘라서 넣고 볶는다. 스톡(육수)를 넣고 새우도 넣고 휘적휘적. 

3. 내용물이 익으면 불 꺼놓고 면이 다 삶아지기를 기다렸다가 건져서 팬에 투척. 다시 불 켜고 1분 정도 잘 섞어준다. 

4. 접시에 옮겨 담으면 끝. 늘, 언제나 파슬리 마지막에 뿌려주면 비주얼이 살아남.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올리브 오일 스파게티는 그냥 아무거나 내가 원하는 재료 넣고 볶은 뒤 면과 합체하면 끝이다. 







5분만에 흡입했다. 내가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진짜 빨리 먹었다. 

후루룩 후루룩 라면 먹는 것도 아니고..


트라파니에서 사온 물고기 접시에 담아 먹었다. 파스타 담으니까 딱 알맞다. 

접시 살 적에 이걸 두 개 살까하다가 하나만 사고 하나는 다른거 샀는데 조금 후회되네.. 

(저 크기의 접시들은 다 저 물고기 모양이어서 하나는 다른 물고기로 샀다 ㅠㅠ)


올리브 오일을 아주 듬뿍 넣고 해서 면을 다 먹고도 소스가 흥건히 남았다. 

자연스레 물고기에 색깔이 입혀졌다. 


오늘은 주황 물고기- 



손발이 오글거리네 그냥 감성 블로거 코스프레 해봤다. 



아 주황하니 생각났는데 오늘 어학교에서 새로 배운 단어 중 하나가 Orangefarben (주황색) 이다. 파랑, 빨강 등등 대부분의 색들은 그냥 blau, rot 이렇게 쓰면 되는데 주황색은 Orange 가 아니고 farben 을 붙인다. 그런데 웃긴게 farbe 이게 '색' 이라는 뜻인데 다른 색들은 farbe 을 안붙여도 되는데 주황색은 붙인다. 왜 붙는지 딱히 이유도 없는 것 같다. 하긴 뭐 독일어에 이런 일은 완전 흔하다. 어느 언어나 불규칙은 있게 마련인데 독일어는 규칙과 불규칙의 비율이 6:4 의 느낌이다. 이건 규칙도 아니고 불규칙도 아니여.......... 


선생님도 맨날 말한다. 단어 복수형이나 시제, 용법에 따른 동사 변화 등을 설명해줄 때 ' 이건 규칙이 아니야~ 그냥 외워야돼~ 이게 바로 독일어야!!!!!! '  제일 이해 안되고 감도 잘 안오는게 단어의 복수형이다. 규칙이 있긴한데 불규칙인게 더 많은 것 같다. 독일어에 비하면 로망스어의 복수형은 진짜 간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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