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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방치한 지 한 달하고도 일주일이 거의 다 되어간다. 일기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귀차니즘이 발동하여 계속 못 썼다. 이러다간 한국에서 뭐했는지 나중에 하나도 기억이 안날거 같아서 두서없지만 그냥 끄적거려본다.
이번 한국 방문은 2년만인데 그동안 이렇게 오래(?) 한국을 안 갔던 적은 처음이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동안 한국을 인터넷, 몇몇 TV 프로그램 다시보기, 인스타그램으로만 접하다가 실제로 내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으니 기분이 굉장히 새롭다. 태어나서 초중고대학까지 나오고 했는데도 낯선 느낌이 좀 있다. 낯선데 익숙하고 익숙한데 낯설어!!! 이게 뭔 소리야 ㅋㅋㅋㅋㅋㅋㅋ
3주 동안 느낀 것들. 장단점 나눠 쓰려다가 정리가 안되서 그냥 의식의 흐름 돋게 죽 나열한다. 스압주의.
1. 물이 너무 좋음
석회물 따위 꺼져버려! 외국에 점점 살면 살수록 느낀다. 한국 물이 최고다. 한국 집에 딱! 도착해서 머리 감자마자 바로 느낀다~ 린스 안해도 살랑살랑 부드럽다. 세수하고 나와도 부들부들.
유럽에도 물 좋은 곳 있지만 지금 우리 동네는 석회가 너무 심하다. 물이 뻑뻑하고 세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온 몸으로 다 느끼고 있다.
2. 먹을 게 널렸음
독일에선 해먹기 귀찮아서 뭘 사먹으려해도 먹을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생존 요리를 해야만 했는데 한국은 뭐 음식점도 많고 마트나 백화점 식품코너 오후게 가면 떨이 세일도 많이 하고 배달 음식점들도 많고 맥도날드, KFC 배달도 되고 24시간 편의점에 그냥 뭐 천국.
3. 극강의 서비스 - 서비스업게 노동자들의 감정 노동
충전 유심칩을 구입하러 핸드폰 대리점에 갔는데 업무 책상은 물론이고 출입구, 벽 등등 여기저기에 죄다 ' 고객만족을 위한 10가지 행동강령' 과 같은 것들을 붙여놨는데 그 내용이 지금은 자세히 생각이 안나서 뭐라 잘 못 적겠지만 심히 부담스러웠다. 쓸데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친절함을 내세우고 있었다.
물론 친절한 거 좋은데 한국은 너무 심하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언제부터인가 한국에 갈 때마다 관공서든 은행이든 그냥 가게든 뭐든간에 너무 심하게 고객님~ 고객님~ 하면서 극극존대를 써서 좀 적응이 안됐었다. 불친절이 불친절인줄도 모르고 그냥 일반적인 곳에 있다가니 완전 극과극 비교 체험! (외국의 불친절함을 욕하는 것은 아님. 직원이 싸가지만 없지 않으면 됨)
4. 뭐든지 다 빨라!
책을 저녁에 주문해도 다음날이면 집에 배달된다. 처음에는 와 역시 한쿡! 이러면서 좋아했으나 이게 다 저임금을 받으며 하루에 열몇시간씩 미친듯이 근무한 결과로 인한 것이라는 걸 알게되니 하나도 반갑지가 않았다. 그리고 가게문도 밤늦게까지 열고 주말, 공휴일에도 평일과 똑같이 열고 이런것도 이젠 더이상 그저 편하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4.1. 피드백이 겁나 빠름 & 겁나 빠릿빠릿하게 일함
기존 제품 업그레이드 및 신제품 출시 주기가 진짜 빠르고 인터넷, SNS 가 워낙 발달하고 입소문에 따라 매출 차이가 커서 그런지 피드백이 진짜 빠르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각종 로드샵 제품들 보면 정말 기절할 정도.
그리고 확실히 한국 사람들이 진짜 일처리가 빠릿빠릿하다. 속이 다 시원하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한국 사람들 일도 다 열심히 하고 부지런하고 빠릿빠릿한데 왜 그만큼 대우를 잘 못 받을까 ㅠㅠ (대기업 고연봉 제외) 한국오면 유럽보다 외식비도 싸고(브런치 st, 서양 st 은 비쌈) 택시비도 싸서 좋은데 이게 다 낮은 인건비에서 왔다고 생각하면 역시나 또.......마냥 좋아할 수 없게 된다.
5. 서울 (번화가) 물가는 유럽 대도시랑 대동소이 (브런치 st, 파스타 st, 서양 요리 너무 비쌈)
연남동, 서촌, 삼청동, 가로수길, 청담 등등 서울 번화가에 인테리어 분위기 있게 예쁘게 멋지게 느낌있게 해놓은 까페, 밥집, 레스토랑, 식당들에서 먹고 마시고 노는 돈이랑 프랑크푸르트, 밀라노 이런 유럽 대도시에서 놀면서 쓰는 돈이랑 똑같다. 한식 st, 아저씨 입맛 st 로 먹으면 모르겠는데 브런치 st, 파스타 st, 서양 요리는 정말 너무 비싸다. 만원으로는 아무것도 사먹을 수가 없다. 문제는 맛도 그냥저냥 별로라는 거. 특히 브런치니 뭐니 해서 한 쪽에 채소 조금 올리고 소세지 올리고 구운 야채 종류, 빵 세네조각 놔두고 만오천원 이렇게 받는 곳들 극혐. 플레이팅 시망인 내가 해도 진짜 저거보단 낫다 싶은 것들 많다.
그런 곳들은 인테리어 비용, 번화가에 있다보니 비싼 월세 때문에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거 안다. 그래도 음식 재료비랑 수고비를 생각하면 매운탕, 감자탕 또는 기타 한식 식당들이 더 비쌀거 같은데, 파스타는 한 접시에 기본 만오천원 받는 게 당연하고 한식은 단품메뉴 그렇게 받으면 비싸다고 하는게 이해가 잘 안된다.
(프랑크푸르트 아로이데 태국 식당이 그리워질 줄이야.. 가끔씩 아로이데 같은 식당가서 먹으면서 ' 아 한국에선 둘이 간단하게 밥 먹으면 1인당 만원도 안되는데 ㅠㅠ ' 이러면서 속으로 질질 짰는데 이건 김밥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프랑크푸르트 까페 월든이 분위기는 정말 좋지만 음료 가격은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었는데 서울 와보니 아니었다........ 파울라너 300ml 생맥주 9천원에 파는 거 보고 기겁했다.
5.1. 한식으로만 먹으면 외식비는 유럽의 절반
외국 요리는 비싸지만 한식으로만, 아저씨 입맛 & 중년 입맛으로만 먹으면 외식비는 유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낙지 볶음집에 갔는데 이 곳이 다른데보다 많이 싼 편이고 양도 적긴 했지만 어른 넷이서 낙지찜 大 + 칼국수 2 + 공기밥 2 + 소주 1 병 = 35000 원 밖에 안나왔다. 영수증 보고 기절할 뻔. 매운탕 이런것도 大 는 4~5만원인데 넷이서 배부르게 먹으니 이런 종류 식당들만 따지면 외국보다 싸긴하다. 그래서 브런치 st 더욱 더 극혐하게 됨 ㅋㅋㅋㅋㅋㅋㅋㅋ
6. 수입품은 현지보다 기본 3배 가격
아니 무슨 동남아도 아니고 종류 막론하고 수입품들 가격이 너무 비싸다. 물류비다 마진이다 뭐다 붙여도 너무 붙인다. 독일에서 DM 이라는 드럭스토어에 가면 3, 4 유로(요즘 환율 1유로 1190원) 짜리 샴푸를 올리브영에서 독일 No. 1 이라면서 22000원에 팔고 있다. 미친....... 진짜 쌍욕 나올뻔했다. 그 샴푸 별로 좋지도 않고 그냥 일반 마트 샴푸 수준인데. 그리고 탈모에 좋다고 유명한 다른 샴푸도 현지 가격 5,6 유로인데 올리브영에선 22000원. 면세가가 16000원이니 말 다했지 뭐. 주방, 욕실 세제도 독일에선 싼 편에 속하는 브랜드가 있는데 이것도 현지가 2유로 미만인데 한국 공식 홈페이지 가보니 15000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진짜.
혹시 이 글을 보는 한국에 계신 분들... 한국산 좋은 샴푸들이 얼마나 많고 세제도 많은데 현지에선 정말 평범한 일반 제품들 한국에만 오면 무슨 유럽이 어쩌구 독일이 어쩌구 이태리가 어쩌구 이름 붙여서 세네배 비싸게 최고급으로 둔갑해서 파는 것들 사지 마세요.... (만약에 내가 계속 한국에 있었으면 이런 제품들 나라 이름 보고 괜히 홀려서 호갱되서 사봤는데 나중에 현지가 알고 완전 빡쳤을 거 같아서 노파심에 적어요)
7. 여자들 다 날씬
체구 자체가 정말 작다. 독일에선 꼬마로 살다가 여기 오니 그냥 보통키가 되어서 좋은데 다들 워낙 날씬하다보니 마치 내가 키작은 거인처럼 느껴진다 ㅋㅋㅋㅋ 그리고 다들 깔끔하게 잘 꾸미고 다닌다.
8. 사람보다 차가 우선 / 경찰차도 정지선 위반
운전을 험하게 한다. 아빠가 공항에 마중 나와서 차 타고 가는데 차선변경을 어찌나 다이내믹하게들 하시던지. 계속 식겁하면서 왔다. 그리고 정지선 위반 정말 심하다. 경찰차가 정지선 한참 지나서 신호대기 기다리고 있는 것도 여러번 목격했다. 사진 찍어서 신고할걸 후회된다.
독일에선 차들이 내가 횡단보도 건너려면 아직 시간이 있는데도 한참 전부터 속도를 줄이며 서행해와서 ' 아 .. 안그래도 되는데..그냥 먼저 지나가도 되는데.. ' 이러면서 오히려 내가 막 안절부절이었는데 한국오니 뭐 사람따위 ^^ 차님이 먼저임. 운전자가 먼저임.
이거 말고 또 뭐가 더 있더라....? 생각이 안난다. 나중에 계속 추가해야지. 쓰다보니 나 무슨 외국병 걸린 사람 같다. 누가 보면 이민가서 20년도 더 살고 있는 줄 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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