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덥다. 한국의 여름은 약 4년만인데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는 시작도 안했는데 더워서 축축 늘어진다. 무엇보다도 습기 때문에 괴롭다. 장마철에 비하면 습기도 지금은 없는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늘에만 있으면 건조한 여름을 보내느라 적응된 몸은 아주 약간의 습기도 참기 힘들다. 씻고 나와도 덥고 아무것도 안해도 덥고 바람이 불어 시원한 것 같다가도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줄줄 난다. 



2. 이번 한국행은 어쩌다보니 나 혼자 25일 정도 놀다가 가게 되었다. 올빠랑 같이 장거리 비행기 옆자리에 탈려고 이리저리 꽤 노력을 했는데 결국에는 물거품이 되었다. 같이 한국 다녀오기 정말 힘들다. 외국에서 만나서 그렇긴 하지만 둘 다 한국인인데 한국에서 같이 먹고 마시고 논 기억이 거의 없어서 좀 아쉽다. 이번에 오면 같이 을지로 양미옥에 양, 대창 먹으러 꼭 가려 했는데 ㅠㅠ 다음 기회로... 아 그리고 혼자서 잘 버티고 있는 올빠에게 무한 감사. 내 편의를 많이 배려해주신 어머님께도 감사하다. 



3. 아직 일주일의 시간이 더 남아있긴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일주일 '밖' 에 남지 않은 시간이다. 엄마가 어제 시간이 많은 것 같았는데 금방 간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나는 그냥 ' 원래 시간 빨리 가지~ ' 라고 밖에 대꾸하지 못했다. 내가 대학생 때부터 어학연수다 인턴이다 뭐다 해서 외국을 자주 나갔었고 졸업한 뒤에도 해외로 취업을 하고 결혼해서도 계속 해외에 살고 있기 때문에 따져보면 부모님과 같이 산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결혼 전에는 한국에 8개월 정도 오래 있기 했지만 그 전에 다녀갈 때는 길어야 2주이고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짧게는 열흘만에 후딱 찍고 간 적도 있다. 아 생각해보니 올빠는 나보다 훨씬 짧게 한국을 다녀갔구나 싶다. 계속 일을 했기 때문에 항상 최대 2주 정도 밖에 어머니를 못 본걸 생각하면 어머님이 항상 일년에 한두번은 ' 너희들 한국 와서 살면 안되겠니 ' 라고 말씀하실 수 밖에 없는 심정이 이해된다. 



  (내가 볼 때 난 외국생활이 안맞는 타입같긴 하지만) 사실 독일에 있을 때는 친구, 가족 없고 외롭고 이방인으로서의 불안감도 있고 그렇긴 하지만 아직은 젊으니까 좀더 살아보자 싶은 마음이 크기도 하고 그냥 이대로 살다보면 살아질 것 같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 결혼 후 처음으로 와서 있다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모님이랑 분기별로 한번씩 얼굴 보고 같이 쇼핑도 가고 밥도 먹고 하면서 살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 먹거나 쓰다가 좋은거 있으면 우리집도 사다주고 어머님께도 드리고 생신 때 같이 모여서 밥 먹고 같은 나라, 같은 지역에 산다고 맨날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볼려면 언제든지 하루 안에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모님은 좋아하실 것 같다. 외국에 있어도 비행기 타고 오면 되긴 하지만 가까운 나라도 아니고 직항 11시간 걸리는 유럽은 심적 거리가 너무나 멀다. 그나마 남미가 아닌 것을 고마워해야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쓰는 얘기는 윗 내용과는 상반되는 얘기이다. 마음은 한국에 살고 싶지만 이성적으로(?) 따지면 못 살 것 같다는 얘기인데 간단 명료하게 논리적으로 쓸 자신이 없다) 



  정치, 사회, 경제 등 삶의 질 적인 면을 고려하면 물론 지금 거주하는 독일이 훨씬 낫지만 그동안 나는 그래도 내 나라가 좋다고 생각을 했었다. 이명박그네, 친일, 새누리, 악덕 대기업이 판을 치고 청년 실업률이 하늘을 찌르고 집값도 비싸고 등등 살기 팍팍하지만 눈, 피부, 머리 색깔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게 생각보다 많이 불안하고 늘 움츠려있는 느낌, 긴장하고 있을 수 밖에 없는 느낌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이민가고 싶다고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이민 간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힘든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솔직히 외국에 대한 환상이 큰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세월호와 이번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이 나라는 정말 답이 없구나 싶고 사람들이 애를 왜 못 낳는지 피부로 와닿았다. 애 낳아봤자 대기업과 기득권층의 노예 밖에 더 되냐고 내가 겪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애 안낳을거라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뭘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는데 이번에 한국에 와 있으면서 정말 심하게 오른 물가와 연일 터지는 사건 사고 소식들을 접하다보니 나도 저절로 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아니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외국에서 계속 살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기를 가질 경우에는 정말 한국에서 못 살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이민을 간다고 해도 내가 한국사람인 것은 변함이 없는데 이렇게 '도망' 만 간다고 해결이 되는 것인가. 좀 비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뭐 대단하게 무슨 사회 활동을 하거나 시민 의식, 국민 의식이 높은 사람도 아니지만 그냥 외국에 산다고 능사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지금의 한국 정부에게 모래밭의 모래 알갱이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서민 오브 서민인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게 좀 웃기기도 하다. 여당, 대통령, 사회 지도자 및 기득권층들은 자기 밖에 모르고 그 자식들은 다 미국 시민권 소유자이고 재산도 나보다 몇백배, 몇천배가 많고 국가가 국민을 전혀 보호해줄 수 없는 상태인데 그들보다 1억배 힘든 내가 국민의 의무 및 나라 걱정을 하고 있는 게 스스로 멍청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 상황을 보면 정말 자국에서 보호 받지도 못하는 국민으로 있는 것보다 외국에서 불안정한 상태로 외국인 노동자로 사는 것이 훨씬 나아 보인다. 후자가 생명의 위협을 훨씬 덜 느낀다. 지금의 한국은 정말 그야말로 서바이벌 생존게임 그 자체이다. 마치 무슨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문제는 매번 어떤 일이 터질 때마다 '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지..내가 아는 대한민국이 맞나 ' 싶음의 강도가 점점 더 세진다는 것이다. 쥐박이 때 이미 충분히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스윙은 정말이지 아메바보다 못하고 길가의 돌멩이가 차라리 대통령을 해도 더 잘할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 그렇다보니 사람들도 점점 지치고 이제는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더이상 분노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것 같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서 거기에 신경 쓸 여력도 없고. 쓰다보니 주어없음의 얘기가 나왔는데 돌멩이가 훨씬 낫다고 했다고 잡혀가거나 내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는 건 아니겠지? 참나 진짜 이런걸 왜 걱정해야 하나 싶은데 이미 이런 상황이 된 지 꽤 오래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4. 지난번에 쓴대로 6월까지만 놀고 7월부터는 구직활동을 하든 다시 독일어를 배우든 다른 활동을 꼭 해야겠다. 일을 하는게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나의 이상은 높은데 비해 내 스펙은 그렇지 못하니 만약 취업이 안되면 다시 독일어를 배워야겠다. 


  사실 올빠는 나에게 일하라고 하지도 않고 배우고 싶은 거 하고 정 없으면 그냥 독일어 하라고 그게 남는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 우리의 수입을 생각해 봤을 때 돈 내고 뭘 배우는 것은 부담이 많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VHS 에서 B1 1단계까지는 정부 지원을 받는 인터그라찌온쿠어스여서 120유로만 내고 수업을 들었는데 B1 2단계부터는 지원이 없고 수업료도 조금 더 비싸서 350유로를 내야한다. 이 돈도 못 낼만큼 찢어지게 가난한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부담이 너무 크다. 기혼 친구들에게 올빠는 나보고 뭘 배우라고 하지만 난 싫다고 얘기하니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그러는 걸 바로 알아채서 나 혼자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아니구나 싶어서 안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3번 내용과 관련해서 앞으로 내가 독일에 계속 있을거면 그리고 불안감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감을 얻으려면 독일어를 다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저축액이 0 이 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방금 오랫만에 베리 구경했는데 다들 돈을 참 잘 벌더라... 다시 또 돈에 대해서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ㅋㅋ)


  거주 국가 언어 구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계기는 이번에 한국에 있으면서 여러 가게에서 마주친 조선족 내지는 다른 국가 외국인들 때문이다. 한번은 명동에서 화장품 로드샵을 몇 군데 갔는데 한 곳도 빠짐없이 전부 다 조선족, 중국인이 직원으로 있었다. 뭐 명동이야 예전부터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 상대로 장사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인 직원들이 외국어를 했었는데 이제는 아니였다. 물론 외국인 직원들과 한국어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었지만 억양이나 말투가 아무래도 완전 한국인 같지 않아서 ' 어? 외국이네? 외국인 직원을 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한국은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접할 수 있는 곳이 주로 공단 같은 곳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일상에서 쉽게 가는 장소에서 일하는 외국인을 보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그냥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이제 독일 현지에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많이 따져보고 있는 상황이라서 괜히 더 신경이 쓰였다.


  이들을 보니 독일에서 나를 보는 독일인들의 시선이 저렇겠구나 아니 난 독일어를 못하니까 저거보다 더 안좋겠구나 싶었다. 물론 독일은 이민자들이 많고 2세대, 3세대도 많아서 한국과 상황은 다르지만 만약 내가 독일에서 까페, 가게 직원 등으로 일을 하는데 독일어를 잘 못 알아 듣거나 더듬거린다면 상대방은 솔직히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니 무시 안당하려면 그 나라 말을 잘하는 수 밖에 없다. 


  (쓰다보니 내가 한국에서 인종차별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은데 아닙니다...글재주가 없어서 그래요 ㅠㅠ)





* 간만에 뒤죽박죽 의식의 흐름 따라 엉망진창으로 쓴 초딩 일기인데, 한번 더 읽어보고 수정하고 그러면 결국에는 그냥 다 지워버릴 것 같아서 그냥 올린다.







  





'일상 > 그냥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 한국   (2) 2015.06.28
그냥 잡담 2  (4) 2015.06.23
도진 오빠 결혼 축하해요 ㅠㅠ  (1) 2015.05.30
한국 온 지 3주째 소감 (가독성 저하 및 스압주의)  (4) 2015.05.26
4월 잡담  (4) 2015.04.15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