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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주전인가 내년 말쯤 살게 될 동네 탐방 갔다가 괜찮은 와인 가게를 발견했다. La Bottiglia (The bottle) 병이라는 뜻의 이태리어 이름을 가진 가게였는데 주인이 수다스러우면서도 친절했다. 내가 원하는 와인 가게였다. 이건 라벨이 예뻐서 산건데 bio 와인이었음. 가격은 8-9유로였던 것 같고 전통적인 스타일의 토스카나 와인이라고 했는데 내 기대보다는 조금 못 미쳤다. 맛있긴 했으나 내가 생각했던 맛은 아니었다. 토스카나 와인을 너무 오랫만에 마셔서 그런가? 올빠는 맛있다고 괜찮다고 했다. 




  화이트도 한 병 같이 사왔다. 프랑스 랑그독 지방의 와이너리인데 가성비 갑이라고 하여서 사봤는데 맛있었다. 진한 샤도네이였다. 사실 샤도네이 또한 오랫만에 마셔봐서 진하다고 느꼈을 수도... 얘도 9유로 정도 주고 산 것 같은데 인터넷에서는 6-7유로대에 파네. 이 가격에 사면 진짜 레알 가성비 퀸이다. 


  주인 아저씨가 이태리어를 좀 하는 것 같길래, 이태리 사람이니? 하고 물었는데 아니라 해서 좀 민망했으나..자기 여동생이 베니스에 살고 이태리에 많이 간다고 했다. 그리고 예전에는 이태리 와인에 완전 집중해서 정말 다양하게 많이 갖다 놨었는데 이제는 이태리 와인들은 좀 줄여서 정리하고 있고 독일 화이트 와인으로 집중하는 중이라고 했다 ㅠㅠ 아 여기를 좀 더 일찍 왔어야 하는데. 어쩐지 이 가게에는 다른데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지역의 이태리 와인들이 있어서 정말 반가우면서도 신기했는데 이제는 줄이는 추세라니 ㅠㅠ 


  독일 화이트 와인이 인기가 많아지기도 했고 자기는 이태리 피에몬테 와인들을 좋아하는데 독일에서는 primitivo 같은 와인들이 너무 대세여서 그렇다고 했다. 역시 우리가 느낀게 맞았다. 독일 처음 왔던 5년전에도 Primitivo 가 많아서 신기했는데 요즘 1~2년 사이에는 진짜 완전 흔해졌고 여기저기 정말 많다. 아저씨한테 왜 인기냐고 물어보니 저렴한 가격대비 맛이 괜찮다 이런 식으로 답했음. 독일 사람들이 가격을 많이 따진다고도 했나? 아무튼 아저씨랑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해서 너무 좋았다. 단골 되고 싶어 ㅠㅠ 내년 말부터 열심히 가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아저씨. 대화는 물론 다 영어로 하였습니다.. ㅜㅜ 


  그나저나 나도 독일 화이트 와인 인기 많아지고 하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그 좋은 와인들은 어디서 구할 수 있는건가요... 원산지이고 심지어 바로 옆동네 사는데도 일부러 엄청 발품 팔고 검색하지 않는 이상 찾기가 힘들다. 아 이상하게 나는 아직까진 독일 화이트 와인에 정을 잘 못 붙이겠다. 여기 살 때 많이 즐기자 남들은 해외에서도 찾아오니까 근교 지역 주민으로서 이점을 누리고 싶은데 잘 안된다. 맛있는 건 참 맛있긴 한데 자꾸만 신맛이 많이 느껴지고 그렇다고 또 단 것은 한 잔까지 밖에 못 마시겠고.. 아직은 맘에 쏙 드는 걸 못 찾았다. 




요건 시내 나갔다 칼슈타트 백화점 지하에서 세일하길래 샀다. 뭐 유명한 와이너리니까. 맛은 무난했다... 딱 저 가격대의 이태리 와인. 




얘는 갈레리아 지하에서 사온 와인. 얘도 보통 무난무난. 리오하 와인. 끝. 






  퇴근길에 에데카 가서 저렴한데 맛있고 괜찮은 와인이 무엇이 있을까 보던 중 ' 헛!! 이건 엘레나 발치!!! ' 소스라치게 놀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바로 구입하였다. 이태리 북부 Alto Adige 주 지역에 있는 유명 와이너리이고 화이트 와인이 주력이다. 예전에 갈레리아 지하에서 화이트 와인을 팔았었는데 인기가 없었는지 이젠 빼버려서 없다. 가격대가 좀 있는 (25유로) 걸 갖다 놨었는데, 다른건 대부분 저렴한 와인인데 얘만 비싸서 안팔렸을 것 같다. 굳이 이태리 화이트 와인을 엄선해가며 골라 마시는 손님들도 적었을테고. 


  종류는 Merlot 과 Lagrein 품종이 있었는데 고민 좀 하다가 이 날 저녁은 버섯 샐러드를 먹을 거여서 Merlot 으로 구입했다. 탁월한 선택이었음. 와인 정말 괜찮았다. 올빠도 진짜 맛있다고 하면서 다른 멜롯과는 다르게 특이하다고 했는데 나는 잘 모르겠더라. 평소에 대부분 이태리 남부 또는 스페인 와인을 많이 마시다보니 이런 스타일의 와인이 더 새롭게 느껴졌다. 


  라벨에 쓰여있는 대로 부드러운 탄닌 그 자체이다. 정말로 적당하다. 그리고 풀바디라고도 되어 있었는데, 내 입맛에는 풀바디라기에는 많이 약한게 아닌가 싶었는데 올빠는 이 정도면 풀바디가 맞다고 했다. 나보다는 올빠가 향이랑 맛을 더 잘 느끼니까 그러려니 했음 ㅋㅋㅋ 


  가격은 11.99유로였는데 이 가격에 이 맛이라니! 역시 Sudtirol!! 박스로 구입해놓고 부담없이 막 마시고 싶다. 가볍게 그냥 막 마시는데 맛있는 걸 마시고 이걸로! 나중에 보니 라벨 윗부분이 뾰족뾰족 솟아 있는 것이 Alto Adige 주의 알프스 산 모양이라는 걸 발견하고서는 더더욱 반했다. 이런 섬세함과 귀여움이라니. 




버섯 샐러드랑 마늘크림치즈 빵에 바른 것이 이 날 저녁이자 안주였다.





  멜롯 마시고 너무 맛있어서 못 참고 다다음날 가서 Lagrein 품종도 사왔다. 이거는 야생고기랑 먹으면 맛있다고 설명이 적혀 있었는데 집에서 야생고기 어떻게 요리해... 그냥 소고기랑 돼지고기 사와서 같이 먹었다. Lagrein 은 Alto Adige 지역ㅇ 토착 품종인데 두세번 마셔보면 품종 특유의 맛이 바로 느껴진다. 말로 설명은 잘 못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쪽 레드 와인들은 맛있는 거 찾기가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Lagrein 을 고르면 실패할 확률이 그나마 덜하다. 


  아무튼 잔뜩 기대를 가지고 산 이 와인은 Merlot 보단 덜했다. 물론 맛있었지만 멜롯이 더 특색있고 맛있었다. 





  저녁으로 먹은 송아지 등심 양념 스테이크. 양념 되어 있는 걸 사왔는데 비싼값을 했다. 1kg 에 무려 29.90 유로였다. ㄷㄷㄷ 가격을 잘못 보고 사서 후회했으나 한 입 먹고는 완전 대만족. 진짜 부드러웠다. 예전에 이보다 더 비싼 앙트레 코트 1kg / 35 유로 짜리도 사서 먹어봤었는데 정말 별로여서 그 뒤로는 비싼 소고기 안산다. 그런데 이건 정말 짱짱. 하지만 올빠는 그렇게 극찬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였음. 흥. ㅋㅋ 나는 또 사먹어야지. 독일에 와서 사먹은 소고기 중 가장 부드러웠다. 그리고 마치 참치 스테이크를 먹는 것 같았다. 




  요거는 위에서 마시고 남은 Merlot, Lagrein 을 마저 비우면서 곁들인 저녁이자 안주. 초록 파프리카는 냉장고에 오래 방치되어서 해치우려고 그냥 올린건데 조금 꼬리꼬리한 치즈랑 같이 먹으니 산뜻하고 신선한 느낌이 잘 어울렸다. 




꼬리꼬리한 치즈는 바로 이거. 손바닥 보다 작았는데 무려 4.49유로..사치하였다.. 





  뜯어보니 헐 냄새가 생각보다 강했다. 이런 치즈를 한국인치고는 나름 잘 먹는 편인데도. 그나마 안에 내용물은 꼬리한 냄새가 잘 안나서 맛있게 잘 먹었는데 맛이 고소짭짤해서 빵이랑 뭐 다른걸 꼭 같이 먹어줘야 할 듯. 나쁘지 않았으나 앞으로 또 사지는 않을 듯. 저런 치즈들 더 싼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라몬 빌바오. 네, 맛있습니다. 항상 늘 맛있지. 갈레리아 지하 가서 와인 살 거 없으면 라몬 빌바오 산다 ㅋㅋㅋ 엄마 화장품 냄새가 나면서도 한모금 입에 머물면 상큼하다. 유명 와이너리의 보급형(??????) 버전을 마시면 새로움은 없지만 실망도 없다. 근데 왠지 느낌적인 느낌이 이건 다른 Verdejo 하고는 맛이 좀 달랐다. 



  요즘에 술을 너무 자주 마셔서 자제하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왜일까... 근데 맨날 맨날 맛있는 와인 마시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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