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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 크리스마스 방학 전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같은 반 태국 아줌마인 Yupin 이 메세지를 보냈다. 26일에 시간 있냐고 저녁 먹으러 오라고. 태국 요리 해준다고. 꺅 !!! 그냥 차 마시러 오라고 해도 너무 좋은데 태국 요리라니 !!!! 굽신굽신 바로 승낙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외국인 집에 이렇게 초대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뭐 친구네 집에서 생일 파티 해서 가본 적 있고 그렇긴한데 학생들 파티 말고 집주인(?)의 초대를 받아서 저녁에 간 적은 한번도 없다. 선물을 뭐 해 갈까 하다가 유핀이 와인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무난하게 와인 한 병 사갔다.  





25, 26일 휴일이기 때문에 24일에 집 근처 쇼핑센터에 있는 와인가게에 갔는데 와 사람이 이렇게 바글바글 거리는 것 처음 봤다. 맨날 손님 많아봐야 3명 막 이랬었는데... 직원 아저씨한테 저녁 초대 받았는데 태국음식 먹는다고 뭐가 좋겠냐고 물어보니 포르투갈 와인을 2병 추천해주면서 시음하게 해주었다. 보니까 포르투갈, 스페인 이쪽 와인 특별전을 하는지 추천해 준 2병 말고 다른 와인도 여러병 시음회를 하고 있었다. 


시음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고 포르투갈 와인은 내가 일부러 찾아 마실 일이 없을거 같아서 (이태리 와인, 프랑스 와인 중에서만 골라도 충분히 맛있는 게 많으니까) 요번에 추천 받은 김에 한번 2병 다 샀다. 한 병은 선물용으로 사고 한 병은 그냥 집에서 마시려고 샀다. 포장해달라고 맡기니 위의 사진에서 보듯 아주 예쁘게(?) 만들어줬다. 



술 마시면 운전을 못하기 때문에 에스반 타고 유핀이 사는 곳 근처 역까지 가니 유핀 친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픽업해갔다. 오늘 저녁에 초대된 사람은 나랑 올빠, 태국 아줌마 2, 유핀처럼 태국 여자와 독일 남자(유핀 남편의 친구) 부부, 유핀 부부와 아들 이렇게 총 9명이었다. 


새우가 들어간 스프링 롤, 태국 커리, 캐슈넛 닭볶음(?), 팟타이가 저녁 메뉴였는데 너무 먹어서 정말 배불렀다. 막판에 파타야 샐러드도 만들어줬지만 이미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커피, 초코케잌을 먹은 뒤여서 더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어서 못먹었다. 음식은 다 아주 흔하고 대중적인 태국 음식이어서 파는 것하고 큰 차이는 없겠지 싶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ㅋㅋㅋㅋㅋ 집에서 직접 먹으니 좀 더 담백(?)하면서도 간이 잘 되어 있어서 정말 맛있었다. 특히 스프링롤!!! 원래 별로 안좋아하는데 유핀이 직접 만들어서 튀긴 것은 기름기도 덜하고 바삭바삭하고 속도 꽉차서 맛있었다. 



음식은 참 맛있게 잘 먹었는데 조금 당황(?)스러웠던 점이 다같이 앉아서 먹는 것이 아니고 유핀은 계속 주방에서 준비하고 만들고 나랑 올빠만 계속 앉아서 먹고 유핀 남편은 자기 친구랑 얘기하면서 먹고 다른 태국아줌마들은 우리한테 간간히 말을 건네긴 했지만 유핀하고 같이 주방을 왔다 갔다 하느라 다들 따로따로 각자 알아서 먹는 분위기였다. 


보통은 음식 쭉 차려놓고 다같이 먹지 않나? 다같이 쨘! 하면서 건배도 하고. 그런데 상황을 보아하니 유핀이 자기 태국 친구들 부르면 매번 이런 식인 것 같았다. 태국 친구들은 독일에 20년 막 이렇게 살아서 독일어 할 줄 알고 그렇긴 하지만 유핀 남편하고는 그렇게 많이 친한 것 같지 않고 딱히 같이 대화 나눌 화제 거리도 없어서 그냥 자기 친구들과 알아서 따로 노는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식, 후식 다 먹고 거실에서 앉아 있는데 독일어로 얘기해서 대충 지금 무슨 주제를 얘기하고 있는지는 눈치로 때려 맞췄지만 대화에는 참여할 수가 없었다 ㅠㅠ 무엇보다 유핀이 계속 주방에 가 있고 다른 태국 아줌마들도 주방, 거실을 왔다갔다해서........나와 올빠는 더더욱 고립되었다 ㅋㅋㅋㅋㅋㅋ 중간에 영어로 좀 얘긴 하긴 했지만 서로 딱히 공통 화제도 없고 유핀 남편과 남편 친구인 독일 아저씨 2명은 막 사교적이고 먼저 말 건네고 활발한 타입은 아니어서 둘이서만 계속 얘기했다. 뒤늦게 이태리 아저씨도 한 명 왔었는데 이 아저씨도 좀 지루해보였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언어도 언어지만 나와 올빠 둘 다 막 사교적인 타입이 전혀 아니어서 조금 힘들었다. 



아무튼 좀 뻘쭘히 앉아있다가 다들 9시에 일찍(?) 일어났다. 다들 술도 거의 안마시고 아주 건전하고 조금은 싱거운 저녁이었다. 그래도 뭐 이렇게 50% 뿐일지라도 독일 가정도 방문해보고 좋은 경험이었다. 콥쿤카(태국어로 감사합니다) 유핀!!!!!! 



유핀의 친구인 태국 아줌마 2명은 아주 유쾌했다. 마지막에 헤어지기 전에 여자들끼리 사진을 찍었는데 한 아줌마 얼굴이 빛을 잘못 받아서 계속 하얗게 나왔는데 자기 유령 같다고 막 유령 흉내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에 또 같이 보자고 밥 먹자고 막 친하게 말 걸어주고 친절했다. 내가 전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본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백인 말고 동남아, 남미 이런 쪽 사람들이 좀 유쾌하고 밝고 초면이어도 상대방을 덜 어색하게 해주는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르긴 하지만 그냥 내가 지금까지 겪은 바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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