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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먹부림 기록

마카롱

나실이 2014. 7. 9. 20:37



  

  어제 칼슈타드 백화점 지하 슈퍼 구경하다가 마카롱을 이 달 주력상품으로 진열해놓았길래 한 통 사왔다. 6개들이 한 상자인데 빨리 먹고 싶어서......... s-bahn 기다리면서 의자에 앉아서 하나 뜯어 먹었다 ;; 독일은 사람들이 거리 돌아다니면서, 지하철이나 기차 기다리면서 서서 잘 먹어서 너무 좋다. 나도 같이 먹을 수 있으니까 ㅋㅋㅋㅋㅋ 이태리에서는 외부 여행자들 말고는 밖에서 음식 들고 돌아다니면서 먹는 거 보기 힘들다. 아무튼 마카롱은 완전 분홍분홍 색깔도 이쁘고 딸기 냄새도 엄청 확 풍겼지만 한 입 먹어보니 맛은 별로였다. 공장에서 만든 제품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피스타치오 맛도 하나 사려고 했었는데 안사길 잘했다며 셀프 폭풍칭찬을 하면서 집에 왔다.


  저녁 먹고 빈둥거리다가 브라질이 독일한테 7:1 로 완전 망해서 ㅜㅜ 브라질 응원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황당하고 역시나 또 뭐든 다 잘하는 독일이 괜히 얄미워서 ㅋㅋㅋㅋㅋㅋㅋ (브라질이 멘탈붕괴된 점이 가장 크지만)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아니 뭐 이런 핑계를 대지 않아도 밤이 되면 항상 뭘 먹고 싶어진다. (사실 24시간 그렇다;;;) 하지만 밤 12시에 마카롱은 쫌 죄를 짓는 것 같았다. 거울 보면서 맨날 안선생님 됐다고 우울해하면서 한밤중에 마카롱이라니!!!!!!!!!! 이건 아니다 라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잠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홍차랑 같이 폭풍흡입 !!!! 마카롱 먹으려고 일어났습니다;;; 전날 자기 전에 다음날 아침에 뭐 먹을지 정해두는 사람입니다. 일정 계획표는 안세워도 먹는 계획은 칼입니다................... 맛 없다고 하면서도 다 먹었다. 


  먹으면서 라뒤레의 마카롱이 생각났다. 괜히 유명한 게 아니구나. 사람들이 괜히 부르짖는 게 아니야. 3년 전인가 밀라노에 라뒤레가 처음 생겼을 때 사람들이 줄 서서 먹었었다. 나는 파리에 두 번이나 갔음에도 라뒤레, 앙헬리나 이런 디저트 집들은 왠지 모르게 단 한번도 안갔던 사람이어서 저렇게 줄까지 서야하나 싶었다. (올빠가 줄 서서 먹는 걸 매우 싫어해서 나도 좀 옮았다) 그러다가 한번은 회사 스트레스가 심해서 폭발 일보 직전인 날이 있었다. 뭔가 좀 허세부리면서 부자짓(?)하며 돈을 팡팡 쓰고 싶어서 시내 나와서 라뒤레로 갔다. 쪼그만 마카롱 하나에 거의 3천원꼴이니 나에게는 어마어마하게 비싼거다. 8개들이 한 봉지가 얼마였나 기억이 잘 안나는데 한국 돈으로 2만원 정도 했을거다. 한 봉지 사서 나 3개, 올빠 1개 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배분을 하면서 3분안에 흡입 완료했다. 순식간에 2만원이 사라져서 완전 당황했었다. 내 뱃속에 들어있는건데도 길바닥에 돈 버린 기분이었다. 


  입에 넣으면 파사사 부서지면서 쫄깃거리는 식감과 맛이 너무 신기했지만 그렇게까지 극찬할 맛은 아니었다. 그리고 다들 달다고 그러던데 나는 별로 달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뒤로 한번씩 가끔 생각이 나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마다 가끔 가서 ' 우왕 나 유럽이야~ 라뒤레 마카롱도 먹어~' 이렇게 스스로 위로와 최면을 걸면서 사먹었었다. 


  사람들은 우울하거나 스트레스 받으면 단 걸 먹는다고 하는데 처음에 나는 그걸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과자나 달달한 군것질거리들을 매일 먹으니까 굳이 어떤 날에 찾아 먹을 필요가 없으므로..... 하지만 마카롱은 비싸고 라뒤레 마카롱은 더더욱 비싸서 이것 만큼은 기분이 안좋을 때 먹는 것에 등극되었다. 










  한번은 다른 블로거들처럼 나도 막 예쁘게 사진 찍고 싶어서 중간에 먹고 싶은 욕구를 정말 꾹 참고 억누르면서 집에 가져온 적도 있다. 그러나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진 완전 발로 찍어서 외장하드에 처박아놨었다;; 방금전에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니 정말 허접한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비쥬얼이 장난 아니다. 아 먹고 싶다. 라뒤레 마카롱 ㅠㅠㅠㅠㅠㅠ 입 안에서 부서질 때의 느낌과 맛을 열심히 떠올려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는 안들어오려나............ 







  위의 사진 두 개는 작년 생일 때 정미가 김일두 CD와 함께 선물해 준 홍대 마카롱(가게이름이 마카롱)의 마카롱이다. 여기는 맛도 맛이지만 크기가 커서 좋았다. 얼그레이맛이 가장 맛있었다. 또 먹고 싶다............ 으 스스로 고문하는 느낌... 



  돈 걱정 안하고 마카롱 진짜 원없이 질릴 때까지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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