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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닭볶음탕이랑 잔치국수, 김치볶음밥, 야채 볶음밥 등등 주로 밥 종류를 먹다 보니 갑자기 햄과 치즈 종류들이 먹고 싶어졌다. 예전에 로마 있을 때 6개월 내내 샐러드, 파스타, 생햄, 모짜렐라 이런 것들만 먹었었고 고추장 500g, 참기름 500ml, 참깨 조그만 거 한 통 등등 한국에서 가져 온거 참기름 3분의 1 쓴거 빼고는 새 거로 그냥 다 남아서 친구 주고 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밥만 먹는다. 멸치로 육수내서 이것 저것 해먹는 거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래도 내가 있는 이 나라가 파스타와 피자의 본고장이며 프로슈토, 모짜렐라 부팔라, 고르곤졸라, 포르치니,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등등 서양 사람들 음식 기준에서는 각종 신선한 식재료가 지천에 널린 곳이다 보니 가끔은 나도 콧구멍 넓은 그들처럼 포크랑 나이프 들고 햄 좀 썰고 치즈도 자르면서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지난주 일요일에 나름 브런치를 즐긴답시고 세팅을 해보았다. 초라하기 그지없구나.
왼쪽에 있는 햄은 Praga 라는 햄으로 프라하 스타일 스모크 햄이다. 프라하를 이태리어로는 Praga 라고 한다. 한국에서 파는 샌드위치용 슬라이스 스모크 햄과 아주아주 큰 차이는 없다. 유럽에서 먹는 여러 햄 종류들 중 하나. 유럽은 보아하니 돼지고기, 말고기 죄다 염장해서 장기간 숙성시켜 먹거나 훈제해서 먹는 방법이 발달했다. 고기 요리법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동양이 더 다양하고 많다.
오른쪽은 모짜렐라! 최상급은 아니었지만 오랫만에 먹으니 맛났다. 지금까지 먹어본 모짜렐라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2년전인가 이태리 친구 집에서 먹은 것이었다. 부모님이 나폴리 출신인데 고향 갔다오면서 가져온 모짜렐라를 먹었는데 살짝 쫄깃하면서 탱탱한 것이 올리브유, 발사믹 하나도 안하고 그냥 치즈만 뭉텅뭉텅 잘라서 먹었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캄파니아주가 모짜렐라로 유명하긴 하지만 이태리 사람 집에서 먹어서 왠지 더 맛있다고 느낀 것 같다.
여기서 2유로 정도(약 3천원)에 파는 산타 루치아 모짜렐라.. 한국 이마트에서 5천원에 파는 거 봤었다. 모짜렐라는 유통기한이 짧아서 우리나라처럼 먼 곳은 값이 비싸질 수 밖에 없다. 배로 가다가는 곰팡이 잔뜩 생겨서 못 먹으니까 비싼 비행기로 보내야하고 이래저래 힘들다.
그러고보니 삼청동, 가로수길, 청담동, 이태원 등등 여기저기 있는 까페나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라고 파는 메뉴 보면 야채 몇가닥, 식빵 한 두 장 굽고 여기에 시럽 좀 끼얹거나 슈가 파우더 뿌려서 세팅해서는 만원, 이만원 받아서 파는 게 생각이 나네. 사실 내가 올린 이 사진과 그런데서 사먹는 브런치랑 크게 다를바도 없는 것 같은데.. 뭐 분위기값인가? 다들 먹고 살아야하니까 뭐....
맨 위 사진이랑 바로 위 사진이랑 뭐 할까 하다가 못 고르고 둘 다 올린다. 원래는 후보 3-4개 더 있는데 걔네들은 과감히 버렸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죄다 똑같은 사진이고 차이 하나도 없는데 찍은 나는 도저히 하나만 콕 하고 고를 수가 없다. 10000%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들 약간씩 아쉬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점 먹다가 찍은 사진도 이렇게 고르기가 힘든데 사진작가들은 몇천장, 몇만장의 사진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르기가 얼마나 힘들까. 우유부단한 나로서는 도저히 불가능..
사진이 왠지 네이버 요리 블로그, 맛집 블로그 느낌인데(물론 한참 모자라는 느낌이지만) 도저히 글 내용은 따라서 못 쓰겠다. 허세가 좀 돋고 손발도 오글거리긴 하지만 엽서마냥 아기자기하고 왠지 내가 특별한 하루를 보낸 것 처럼 생각하게 만들어줘서 스스로 뿌듯한 글. 무엇보다 나는 주절주절 말이 많아서 그렇게 짧고 간결하게 쓸 수가 없다.
용건만 간단히! 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참 안된다.
아 그리고 하나 궁금한 게 생겼다. 블로그에 사진 예쁘게 찍어 놓은 거 보면 그야말로 예쁘긴 참 예쁘다. 그래서 나도 따라 찍은거고. 그런데 이게 참 사진과 맛(?) 둘 다 즐기는 게 안된다. 세팅 해놓고 조리개 수치, 셔터스피드, 기타 등등 이런저런 모드 바꿔가며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려고 분투(?)하고 나서 맛을 보면 .. 뭔가 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생각이 드는데... 다들 참 부지런하고 대단하다.
나는 그냥 앞으로도 쭉 사진 없이 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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