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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 8월 초에 회사에서 파트타임 직원을 한 명 뽑았다. 근무시간은 오후 2시 반~ 6시 반. 첫인상은 뭐 그냥저냥 그랬다. 목소리나 말투나 굉장히 조심스러운 편이었다. 저기~ 잠깐 뭐뭐~해도 될까? 저기 ~ 이거는 어디에다 놓을까? 저기~ 저기~ 이런 식이었고 마치 반에서 좀 왕따인 애가 다른 애들한테 조심스레 쭈뼛쭈뼛 말 거는 느낌? 뭐 처음이니까 낯설고 아직 직원들과 친해지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나 빼고 한국사람, 이태리 사람 할 거 없이 다 똑같이 느꼈다. 

그래도 뭐 성격이 좀 조용조용하고 그런가보다 하면서 있었는데 안그런척 하면서 슬금슬금 지각을 하고 늦게 오면 늦게 온 만큼 있다가지도 않고 자기랑 같이 일하는 사람이 집에 가면 본인의 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말도 없이 그냥 가버리기 시작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휴가가니까 1시간 늦게 나와서 6시에 퇴근하고. 사람이 없으니까 누구 한 명 자리 비우면 서로 업무 봐주고 하라고 사람을 뽑은건데, 이럴거면 왜 뽑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프다면서 하루 쉬고나서 며칠 일하다가 또 아프다면서 병원에서 5일 입원하라고 했다고 연락이 왔다. 이 나라는 뭐 의사가 며칠 쉬어야함 이렇게 진단 내리면 당당하게 쉴 수 있는 나라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얘기한 날짜가 지났는데 연락도 없고 출근도 안하다가 1-2일 더 지나서 연락이 왔다. 퇴원해서 집에 있는데 의사가 왕진온다고. 

이 때부터 직원들끼리 도대체 뭐냐 얼마나 아픈거냐 그렇게 아프면 일은 왜 하냐 뭐 의사 친구 있어서 진단서 써주고 이런거 아니야? 등등 안좋은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평소에 근태가 성실했으면 모르겠는데 입사한지 이제 겨우 2달인데 맨날 지각하고 퇴근시간보다 일찍 가고 아프다고 한두번 안나오고 했으니 좋게 볼래도 볼 수가 없다. 

지금 병가가 4주째에 이르고 있다. 3주째 즈음에 진단서 보내라고 연락하니 메일을 썼더라. 우체국가서 부쳤다고... 아프다면서 메일 쓸 기운은 있나. 그 전에 연락할 때도 메일 쓰긴 했었다. 아니 전화하면 되지 왠 메일? 아프다면서 컴퓨터하나?  3주째에 진단서 보냈다고 한 뒤에는 연락도 없다. 그냥 계속 안나오고 있다. 회사에서도 각자 다들 일 바쁘고 처음부터 별로 정이 가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그런데 오늘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아무리 파트타임 일지라도 정식 계약 되어 있으면 병가 중이어도 급여는 제대로 다 줘야 한다고 !!! 이게 말이 되나 진짜 어이가 없다. 연락도 제대로 없이 4주째 거의 한 달 가량 안나오고 있고 앞으로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데 돈을 줘야한다니. 이래서 이태리가 좋은건가. 하하.  12월까지 계약되어 있다는데 계약연장은 당연히 말도 안되고 아마 본인도 알거다. 완전 이 사람 꾼인거 아니야?

폴란드에 일하는 한국분한테 들었는데 폴란드 현지 사람 뽑을 때 3개월 비정규직으로 쓸 때 일 잘하고 성실해 보여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줬더니 바로 병가 2-3개월 내고 잠깐 일하다가 다시 휴가 내고 병가내고 이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규직의 경우 해고가 쉽지 않고 회사측에서 일방적으로 해고하면 몇개월 더 급여를 줘야 하는 등 이래저래 회사는 손해다. 이 얘기 듣고 ' 저희는 다들 일 열심히 해요~ ' 이랬어는데... 너무 자만한 것인가. 

나를 비롯한 다른 한국인 직원들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직장 생활 10년~15년 한 이태리 직원들도 이런 사람 한번도 본 적 없다고 이상하다고 다 그런다. 

회사에 가스는 아직도 안들어와서 여전히 겨울외투 입고 얼은 손 호호 불어가며 키보드 두드리고 마우스질 하는데 누구는 아프다고 4주째 쉬고 있다. 사람이 아플 수는 있는데 너무하는 거 같다. 연락이라도 제대로 하든가. 너무 아파서 못하겠으면 같이 사는 부모님한테 회사에 전화 한 통 해달라고 부탁을 하든가. 

나도 아프다고. 현대인 중에 안아픈 사람이 어디있어. 나도 병가내고 급여 받으며 집에서 쉬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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