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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동 필름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 보고사. 6년쯤 전에 미슈퍼 수리를 한번 맡긴 뒤로 정말 오랫만에 다시 갔다. 원래 청계천 근처에 있었는데 지금은 종로 4가 세운 스퀘어 테크노 관으로 이사갔다. 위 사진에 보이는 렌즈의 조리개 링이 망가져서 수리 & 청소를 맡겼다. (보고사 수리 맡기려고 렌즈 독일에서 들고 갔음. 미슈퍼도 가져와서 전반적인 점검 및 청소 맡기고 싶었으나 짐이 늘어나서 참음 ㅠㅠ) 


  일단 놀라운 점은 20분만에 다 해주셨다는 거!! 사실 난 수리가 간단하든 복잡하든간에 당일에 될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었기 때문에 진짜 놀랐다. 이게 다 외국에 살아서 이렇다 ㅜㅜ 당일에 뭐가 된다는 것은 진짜 미라클이다. 신속한 수리 외에 두번째로 놀란 점은 가격! 만오천원인가 이만원에 해주셨다.(한달 지나니 기억이 안난다...) 다른 곳에서는 청소 가격만해도 만오천원 뭐 이렇게 받고 조리개 링 수리하는 건 또 따로 그만큼 받는다고. 감사합니다 흑 ㅜㅜ 그런데 한편으로는 싸게 해서 좋긴한데 사장님 인건비가 너무 후려쳐지는 느낌이 있어서 좀 그랬다. 


  보고사 사장님이 진짜 잡지나 기사에도 여러번 나시고 카메라 수리에 있어서는 신이나 마찬가지신데 이런 고급 인력의 인건비가 너무 낮은건 아닌가 싶다. 뭐 내가 이렇게 걱정 안해도 돈 잘 버실테고 돈보다는 사명감(?)이나 수동 카메라에 대한 애정 이런걸로 일하시는 걸로 추측되긴 하지만서도;;; 마이스터의 나라 독일, 그만큼 인건비가 비싸고 기술에 대한 값을 제대로 쳐주는 나라에 있다보니 이렇게 너무 싼 서비스 가격은 좀 안타깝다.  


  그리고 내가 40mm 렌즈 캡을 사려고 물었는데 막 필터 있고 그러면 굳이 안사도 된다며 구매를 적극 만류하셔서 더더욱 믿음이 갔다. 비록 그 옆에서 렌즈캡 팔려던 아저씨의 표정은 좀 안좋으신 것 같았지만;;; 


  아 그런데 필름을 안사와서 렌즈를 수리해도 사진을 찍을 수가 없네? ;;; 유통기한 지난 필름은 잔뜩 있는데 그냥 이걸로 찍어 볼까. 아 근데 사진을 찍어도 현상비가 비싸겠지. 그리고 제대로 현상해주는 곳이 있으려나. 에잇 걍 아이폰 4s 로 찍자... 조리개링 수리는 내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했다. 몇년 전부터 계속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못하고 있어서 찝찝했다. 




   말로만 듣던 녹색평론 계간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갑자기 그냥 샀다. 하도 오랫만에 책을 읽고 더군다나 그냥 생각없이 깔깔거리며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보니 한 문장을 계속 여러번 읽고 진도가 잘 안나갔다. 하지만 한글자 한글자 읽으면 읽을수록 드는 생각은 ' 아 왜 이제서야 봤을까!!!! ' 후회와 ' 와 내 평소 생각이랑 진짜 똑같애!!!!! ' 반가움과 속시원함이었다. 


  뇌에 스프라이트 흩뿌리는 느낌! 그리고 그냥 읽기만 했는데도 겁나 똑똑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성인 훈녀 코스프레 ㅋㅋㅋㅋㅋ 아 그런데 정말로 평소에 내가 이건 잘못됐고 저건 어떻고 하면서 생각은 했지만 어설프게 수박 겉핡기로 알거나 잘 알아도 정리가 안됐던 것들이 어찌나 단순 명료하게 챡챡 쓰여 있던지.... 이래서 사람이 배워야하는구나 책을 읽어야하는구나 느낌표 백만개가 머릿속에 떠다녔다. 


  특히 제일 처음에 편집장이 쓴 세월호 관련 글은 모든 문장이 하난하나 주옥 같아서 사태 규명이 아직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분통 터지는 답답함과 문제점을 콕콕 찝어줘서 후련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두번째 글인 시민 주도 헌법 개정은 현재 우리 헌법의 문제점들을 짚으면서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개정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인데 평소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점이어서 너무 흥미로웠다. 물론 지금 헌법 진짜 개병신이구나 이런 것도 같이 느꼈다. 비단 두번째 글 뿐 아니라 다른 글들도 다 그렇고 특히 우리나라 관련 이슈들은 마치 근현대사를 공부할 때처럼 화나고 열나서 혈압 상승이 동반된다. 


  책 뒷장에 보니 각 지역별로 독자모임이 있던데 해외에는 단 두 곳이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프랑크푸르트!!!! 언제 한번 모임에 나가보고 싶다. 가서 그냥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있다 올까봐 두렵긴 하지만. 정기구독료가 1년에 5만5천원인데 조만간 신청할 것 같다. 엄마는 내가 녹색평론 읽고 좋다고 얘기하는 걸 들으시더니 당장 과월호 30권을 지르셨다. 왜 그렇게 많이 샀냐고 하니 값도 싸서 (4-5만원) 그냥 구입했다고 하시는데 역시 울엄마 bbb 스케일 짱! 


  아무튼 님들, 녹색평론을 읽읍시다!!!!! 뇌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꾸물꾸물 ㅋㅋㅋ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 마크 로스코 그림들을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1인이긴 하지만 간만에 한국어로 설명 들으니 전시회 관람하니 정말 속이 후련했다. 그동안 외국어로 오디오 가이드 듣고 작품명 보고 설명 읽고 하면서 그냥 느낌으로만 이해가고 넘어가서 좀 답답했었다. 그리고 도슨트 하신 분이 참 좋았다. 아 고새 이름을 까먹었다. 안경쓰고 마르신 남자분이셨고 설명 듣고 집에 와서 찾아보니 도슨트로 좀 유명하신 분이셨다. 


  마크 로스코는 자기 작품을 누가 설명해주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전시회장에 음악을 틀어서 사람들이 대화 없이 홀로 오롯이서 감상하게 할 정도여서 사실 그의 그림을 도슨트를 들으면서 본다는 것은 작가의 뜻에 완전히 어긋나는 행위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생소한 작가이고 무식하게 말하면 그림도 그냥 한두가지 색깔만 칠해 놓은 게 전부라서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들은 좀 읭?스럽고 도대체 어떻게 봐야하는지 좀 당황스럽다. 그런데 내가 만난 도슨트분은 이런 점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하시고 감상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마크 로스코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차근차근 알려주셔서 좋았다. 절대로 선을 넘지 않고 관람객들을 딱 물가까지만 데려다주셨다. 이제 그 물에서 고기를 잡든 놀든 뭘 하든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다. 


  감상평을 적어야하는데 나는 정말 느낀게 너무 없어서 뭐라 쓸 말이 없다. 보면 막 어떤 사람은 그림 보면서 울기도 하고 한 자리에서 몇 시간동이나 앉아 있고 그러던데 나는 진심으로 ' 아 그냥 그림이구나 ' 이러고 끝. 특히 채플 그림은  그냥 시커먼색이 전부여서 정말 당황스러웠다. (네네 무식한 발언인거 압니다;;) 그냥 나랑은 안맞는 작가인걸로.... 


  그런데 전시 다 보고 나오니 샵에서 도록을 팔길래 한번 슥 훑어봤는데 당연한 소리지만 그림을 직접 보는것과 너무 심하게 차이가 났다. 물론 모든 그림이 다 그렇겠지만 마크 로스코의 그림은 어떤 풍경이나 인물 등 어떤 대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색을 덧칠하며 그렸기 때문에 색채와 붓터치의 느낌? 이런게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인쇄물에는 이런 것들이 전혀 표현이 안된다. 그냥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작품들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기 위한 용도 외에 그림을 보고 싶어서 도록을 구입하는 것은 정말 의미없어 보였다.    






  두번째 전시회 방문. 앤디워홀전. 디에고 리베라전과 고민하다가 내가 언제 미국에 가서 캠밸수프를 볼까 싶어서 그냥 앤디 워홀을 택했다. 캠벨수프, 마돈나 등등 뭐 우리가 많이 보던 작품들이 있었는데 그냥 아 그렇구나 싶었다. 별로 앤디워홀을 좋아하지 않아서 더 그랬던 것 같고 특히 앤디워홀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전시해놓은 19금 섹션을 보고 나오니 ' 앤디워홀이 하면 예술이고 내가 하면 내가 하면 외설이자 또라이 '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뭐 워홀이 괜히 유명하겠느냐만은 솔직히 19금 사진과 영화는 진짜 ' 도대체 그래서 뭘 하려는건데.........? ' 싶었다. 낫 마이정서. 


  그리고 도슨트가 진짜 최악이었다. 처음 해보신건지 어쩐건지 너무 버벅거리고 전시회 내부에 쓰여 있는 설명들을 고대로 외워서 말하더라. 그래서 듣다가 도중에 이탈해서 그냥 혼자 봤다. 마음에 드는 작품들도 있긴 했지만 내가 워홀의 작품들을 보고 뭘 느끼기에는 이미 너무 유명하고 인기가 많아서 남들따라 휩쓸리는 거 같단 생각밖에 안든다. 그냥 쫌 ' 앤디워홀인데?? 안좋아하고 배겨??? 워홀인데 안멋있어???싫어??!! ' 하고 강요하는 느낌이다. 


  위 사진의 작품은 일본인 예술가가 만든건데 정말 사람하고 똑같다. 너무 똑같아서 징그러울 정도이다. 특히 첫번째 사진 보면 턱을 괴고 있는 손이 마치 내가 대고 찍은 것만 같다. 




  전시 다 보고 나면 샵이 나오는데 그 근처에 실크 스크린으로 영상을 찍어서 메일로 보내주는 이벤트가 있어서 해봤다. 메일로 온 동영상 속의 내 얼굴 보고 완전 식겁했다. 이번 생은 망했구나 ㅠㅠ 





  샵에서 팔던 포스터들. 전시 시작하고 둘째날인가 셋째날에 간거였는데도 이미 다 매진된 포스터들이 많아서 놀랐다. 




    전시회 출입구에 이렇게 조형물도 세워놨다. 사진찍고 놀기 좋다. 전시 안보고 걍 사진만 찍으러 가도 재밌을 듯 ㅋㅋㅋㅋ 아 근데 다 쓰고 나서 보니 나 왜 이렇게 앤디 워홀 깠지? 내가 뭐라고 ㅋㅋㅋㅋㅋㅋㅋ 




환골탈태한 모교 캠퍼스


  한국 가면 학교에 꼭 한번씩은 간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그 앞에 술집도 가고 수업료보다는 캠퍼스 공사비용에 죄다 들어간 내 등록금으로 얼마나 잘 꾸며놨나 확인도 할 겸. 나 입학 즈음부터 학교가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학생회관 다 부수고 구본관도 공사하고 신본관, 법학관 건설 등등. 단 한번도 학교가 공사판 회색 가림막 없이 멀쩡한 모습인 걸 본 적이 없다. 지금은 나름 좀 대학교 같아졌다. 다른 학교에 비하면 많이 못미치지만. 그나저나 도서관이 리모델링 가장 시급한데 바뀐것이 하나도 없어서 짜증난다. 도서관 진짜 핵구림...  




  문제의 3건물 계단도 한번 가서 사진 찍었다. 아오 진짜 오글거려 미치겠음... 그리고 여기 계단 올라가면 있는 거울이 유독 사람이 짧아 보여서 정말 싫었다. 김태희는 그 거울에 비춰져도 살아남으려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성의없이 막 찍은 이 사진은 엄마, 동생과 같이 갔던 서해 안면도 근처의 드르니항이다. 동생은 속초를 가자고 했으나 일요일 하루만 쉴 수 있는 엄마의 스케쥴 상 동해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은 무리여서 엄마가 친구들하고 겨울에 왔었는데 좋았다며 드르니항에 가자고 해서 온거다. 


  그러나 서해의 바다는 너무 안이뻐서 오랫만에 바다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감흥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꽃게튀김 파는 집이 엄청 많아서 점심 먹기 전에 그냥 간단히 어떤지 맛이나 한번 보려고 먹었는데 맛이 진짜 없었다. 정말 쓰레기였다. 꽃게를 그냥 통채로 무식하게 튀겼는데 튀김옷도 별로이고 꽃게 자체도 맛이 진짜 없어서 도대체 이걸 왜 돈 주고 사먹어야 하는지 모를 맛이었다. 오징어 튀김도 튀김옷만 겁나 두꺼웠고 별로였다. 완전 입맛만 버려서 원래 근처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밥 먹으려고 했지만 그냥 집으로 바로 왔다. 


  나는 나대로 바다가 안이쁘고 음식이 맛 없어서 별로였고 동생은 운전하느라 피곤하고 풍경도 별로고 역시나 음식이 맛 없어서 별로였고 엄마는 우리가 맛 없다고 막 뭐라하면서 그냥 집에 가자하니 덩달아서 흥이 좀 덜한 그 누구도 만족스럽지 않은 여행이었다. 


  앞으로 서해는 안갈란다. 다른 곳은 좋을 수도 있겠지마나 드르니항, 안면도 여기 근처는 정말 별로다. 우리가 석양 지는 걸 보러 간게 아니고 그냥 낮에 가서 더 그랬을수도 있긴 하지만 여기 가보니 진짜 우리나라 볼 거 참 없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리고 토, 일 이틀을 못 쉬는 엄마가 안타까우면서 막 짜증도 났다. 남들 다 가는 1박 2일 여행이 엄마한테는 정말 너무 힘들다. 그리고 이제는 건강까지 좀 안좋아지셔서 더 그렇다. 엄마가 다시 전처럼 건강해지셨음 좋겠다는 소원을 빌며 이번 포스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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