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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함께 하는 하루는 길다. 주말 동안 남편이 많이 봐주고 같이 육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월요일 오늘 하루 동안 하루 종일 아기랑 둘만 있는 것은 정말이지 많은 인내심과 정신 수양을 필요로 한다.

지난주에 그럭저럭 낮잠도 잘 자고 혼자 스르륵 자고 먹놀잠이 된다고 뿌듯하게 썼는데, 너무 섣불렀나보다. 오늘은 혼자 등대고 잠에 들지를 못했다. 쪽쪽이 물려도 더 크게 울어서 결국 안아줄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세워서. 좀 잠잠해지나 싶어서 내려오면 또 울고….. 그냥 놔두고 기다려볼까도 싶었지만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너무 울고 큰 소리를 내어서 다시 안아줘야했다. 다행히 등센서가 예전만큼 민감하지는 않아서 세워 안아서 잠든 다음에 다시 눕혀 놓으면 깨진 않았다. 다만 길어야 한시간 밖에 안잤을 뿐. 그리고 깰 때도 울어서 또 세워 안아서 달래야했다. (세워서 안아야만 울음을 그친 지는 이미 2-3주 정도 되었다)

기저귀도 갈고 배도 안고픈데 왜 울까. 뭐가 불편한가. 뭐가 부족한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난 모르겠다. 오늘은 세워서 안아도 유독 보챘는데, 혹시 어디가 아픈데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걸까 걱정도 되었다.

차라리 지난주에 순한맛을 겪지 않았더라면 오늘 덜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매일매일 매운맛 보다는 그래도 중간에 순한맛이 있는게 낫지만, 한번 순한맛을 접하고 나면 그 뒤로는 조금만 매워도 체감은 불닭볶음면이다.

쫌전에(밤 열시) 잠든 아기를 살짝 깨워서 분유를 먹였는데,침대에서 들어올린 아기 머리 뒤통수에서 강아지한테서 나는 꼬수운 냄새가 났다. 며칠전부터 머리통 뒤쪽, 뒷목쪽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 이런게 아기 냄새인가. 머리를 감지 않았는데도 마치 비누 냄새, 빨래 냄새처럼 난다. 방금 맡았을 때는 마치 강아지 발바닥에서 나는 냄새 같았다. 이 냄새를 맡으니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오늘은 지난주에 비해 유독 아기가 눈 감고 목소리만 크게 아아아아아아- 보채는 게 심해서 이를 몇 번이나 악물었는지 모르겠다. 마구마구 소리치고 싶은걸 정말 참고 참고 또 참았다. 아기니까 당연히 울고 보채고 항상 돌봐줘야 하는 건데, 이걸 매일 매일 반복하고 하루 안에서도 또 종일 계속 똑같이 반복하니 정말 미쳐버리겠다. 베이비 시터 구해서 하루 종일 맡겨 놓고 나는 그냥 잠깐 안아서 귀여워만 해주고 싶다. 귀여움과 사랑스러움만 즐기고 싶다. 가사노동 로봇과 육아 로봇은 도대체 언제 출시 되는 걸까.

이렇게 별의별 생각을 다 한 하루였는데, 아기 머리 뒷목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 좋고 잠든 아기의 따뜻한 체온과 품에 안았을 때의 촉감이 포근했다. 잘 때 보는 아기는 정말 온갖 생각이 다 들게 하고 나도 모르게 저절로 하루를 돌아보게 만든다. 자는 아기 보면서 미안해 하고 내일은 화내지 말자 짜증내지 말자 하는 부모가 나 혼자인 것은 아니겠지.

정말 귀여운데, 아기와 함께하는 매일 매일은 너무 단조롭고 조용한 가운데 시끄럽고 화가 불쑥 낫다가 다 포기하고도 싶다가도 먹는거 보면 오구오구 소리가 절로 나오고 그렇다. 수십번 수백번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


아기 보려고 낸 육아 휴직이지만 못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못할 것 같다. 당연히 어찌저찌 하게 되고 시간은 가겠지만 진짜 내가 할 수 있을까 싶다. 육아 휴직인데 ‘나’ 휴직 같다. 아기만 남고 나는 없다. 모든걸 다 아기한테 맞춰야 한다는 걸 아직은 온전히 못 받아들이는 것 같다. 다 맞추고 있는데, 맞추기 싫다. 하지만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또 싫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 그래봤자 크게 뭐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기랑 유독 더 지치는 하루를 보낼 때마다, 앞으로 더 힘들 날들이 무수히 많을텐데 어떻게 존버해야할지도 걱정이다.

너무 심각하게 파고 들지 말고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자. 내일은 좀 더 평온한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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