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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그냥 일기

안녕 한국

나실이 2015. 6. 28. 12:27

공항이다. 입국장 앞에서 부모님과 헤어지는 것이 이젠 익숙해질만 한데도 입술 꾹 다물기, 눈 부릅뜨기 등등 다 효과가 없고 매번 눈물이 난다. 이번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정말 웃으며 들어가려 했지만 한번씩 포옹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울컥 울컥하고 잘 참던 부모님도 눈이 빨개지신다.

다음부터는 집에서 안아주고 나와야겠다. 그럼 공항에서 포옹도 안할테고 안울겠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안아주는데 몇 초 밖에 안걸리는데 집에서 했다고 그냥 손만 흔들며 헤어지는 건 또 아쉽다. 이게 다 평소에 서로 스킨쉽이 너무 없어서 그렇다. 이렇게 헤어질 때만 너무 오랫만에 안다보니 눈물이 안나는게 더 이상하다. 앞으로 공항에서 안울려면 평소에 많이 많이 안아줘서 익숙해지도록 해야겠다. 남들하고는 참 쉽게 쉽게 포옹 인사도 하고 그러는데 막상 엄마, 아빠하고는 잘 안하게된다.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지만 남한테만큼 살갑게는 못하고 있다. 엄빠 미안해..



아까 집에서 공항 오는 길에 창문을 보며 든 생각이 ' 아 이게 지금 나 혼자 떠나려 가는 길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다같이 해외여행 가는 길이었으면 좋겠다 ' 싶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좀 부끄러웠던 게 이렇게 공항을 오갔던 게 한두번이 아닌데 왜 이제서야 떠올랐을까...

엄마는 외국에 아직까지도 한번도 못 가보셨다. 제주도도 결혼하기 전에 외할머니랑 딱 한번 다녀온 게 전부일 정도로 별로 다녀보신 곳이 없다. 지금 내 또래 자녀들을 둔 엄마들은 자식들 다 키워놓고 여기저기 국내, 해외 많이 놀러 다니고 인생을 즐기고 있는데 우리 엄마만 여전히 일에 매여 계신다. 이십년 가까이 하셨으니 이제 좀 수월해질만도 한데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업무 강도는 더 세지고 이와 반비례로 나이가 드니 건강은 더 안좋아지시고 있는걸 보면 마음이 참 안좋다.

그런데 엄마는 이런거에 큰 신경을 안쓰고 이거라도 해서 먹고 살아서 다행이다 라고 말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목이 메어온다. 맘 같아서는 당장 접고 그냥 쉬시라고만 하고 싶은데 내가 부양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는 엄마 말대로 일을 관두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내 모습도 싫다. (그래서 로또를 사야한다.. ㅋㅋㅋㅋㅋㅋ 일등 당첨!! ㅋㅋㅋㅋ)

타지에 살다보니 느끼는 불안감과 두려움 중 하나가 내가 지금 공항에서 본 부모님의 모습이 마지막이 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전혀 안들었는데 세번째로 나갔을 때 갑자기 나한테 혹은 부모님한테 무슨 일이 생겨서 지난번에 공항에서 본 모습이 마지막일까봐 정말정말정말 무서웠었다. 그래서 전화해서 처음으로 입으로 소리내서 부모님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했었다. 만약에 내 상상과 두려움이 현실이 되면 사랑한다고 말 한번도 못 해드린 게 너무나도 후회가 될까봐. 무뚝뚝한 내가 갑자기 이러니 부모님은 얘가 뭔 일이 있나 (미쳤나....ㅋㅋㅋ) 이러면서 놀라셨지만 금방 ' 나도 사랑해' 이렇게 말해주셨었다. 그런데 지금 쓰면서 당시를 떠올려보니 벌써 6,7년 전이다. 그 뒤로는 외국에 나가 있어도 그냥 안부 전화만 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무서움과 불안감은 있지만 다시 하려니 못하겠다 ㅠㅠㅠ


에효 폰으로 그냥 막 쓰다보니 이게 다 뭔 소린지. 새벽도 아니고 훤한 대낮인데 필이 아주 충만하네.


그냥 빨리 엄마랑 가족들이랑 다같이 썬글라스 쓰고 조리 찍찍 끌며 전형적인 관광객 티 내며 룰루랄라 비행기 타고 놀러가고 싶다.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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