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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블로그는 정보 공유 목적이 아니고 완전 초딩 일기장 이라서 다른 외국 거주 블로거분들과 다르게 현지 정보가 하나도 없다. 식당 후기 이런것도 1년에 많이 올려봐야 두세개밖에 안된다. 귀차니즘 때문이기도 하지만 별로 가본 곳이 없어서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리는 것도 있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도 예전부터 블로그에 올릴까 말까 올릴까 말까, 좋은 곳이니만큼 널리 널리 알리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 혼자 독점해서 알고 싶은 마음이 상충해서 꽤 망설이는 곳이 세군데 있다. 밖에 나가면 맥주 한두잔 사먹는 것 말고는 외식도 잘 안하고 시내에 안살아서 일부러 나가지 않는 한 못가기 때문에 그냥 물건 파는 가게들도 한번 가고는 그만인 내가 무려 세번이나 갔던 곳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곳은 와인바이고 한 곳은 와인파는 가게인데 동기가 이태리에 여행 왔다는 얘길 들어서 알려준다고 정보 찾다보니 이럴바엔 걍 블로그에도 올리자 싶어서 올린다. 


먼저 와인 가게 !!!!!! 


1. Bottega dell'Arte del Vino (The Art of Wine shop)


- 주소 : Via Generale Gustavo Fara, 25 - Milano   밀라노 중앙역에서 도보 10분 이내 


- 전화 : +39 (0)2 6697596


- 영업시간 : 월-금: 8,30 – 22,30 / 토: 9,30 – 22,30 / 일 휴무


- 홈페이지 : http://www.arte-del-vino.it/  

 (이태리어만 제공되고 정보 매우 부실하지만 Produttori 메뉴에 지역 이름을 누르면 취급하는 와인 라벨들을 볼 수 있음)


- 특이사항 : Ticket (이태리 점식 식권)을 받는다!!! 에쎄룽가 슈퍼도 안받는 티켓을 와인가게에서 받다니 ㅜㅜ 기쁨의 눈물..


- 하기 사진 출처 : http://www.enotecheamilano.it/2012/07/bottega-dellarte-del-vino/






  가게 외관은 일단 좀 허름하다. 원래 이태리에 있는 가게들이 세련된 맛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와인 파는 가게인데 지나가다 보면 눈길도 안주고 그냥 스쳐지나갈 정도이다. 그리고 위치도 인적이 드문 길가에 있어서 알고서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안 갈것같다. 처음에 갔을 때는 여기에서 장사가 되나 싶었는데 구글 검색해보니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하고 팬이 있는 것 같다. 와인 테이스팅 모임이나 와이너리 탐방 모임도 종종 열린다. 기회되면 한번 참가해보고 싶었는데 못해봐서 아쉽다. 




지하 셀러의 모습 (난 못가봄)


  인터넷에서 찾은 소개를 보면, 현재 위치에 문을 연 것은 2004년 가을이지만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32년에 밀라노 중앙역 바로로 옆 Via Ferrante Aporti 에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밀라노 역은 유럽에서 가장 큰 역이었고 현지 주민들을 비롯해서 그 곳을 오가는 수많은 고객들을 상대로 운영한만큼 수십년의 전통과 세련됨이 방대한 와인 컬렉션에 스며있으며, 대형 와인 메이커의 최상위 품질의 와인부터 이태리 각 지역의 소규모의 아주 성실한 장인들이 손수 만드는 와인까지 아주 다양하다고 쓰여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시작 할 때 Balzarretti 라는 사람의 유산을 이어서 열었다고 되어 있는데, 이 사람과 지금 주인과 가족 관계인지 재산을 물려 받은 것인지 아니면 와인들만 넘겨 받은 것인지 그 사람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인지 자세한 내용은 안쓰여있어서 불분명하고 궁금하다. 하지만 어쨌든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설명이 100% 일치한다는 점이다. 대개 설명과 실제 모습은 다르기 마련인데 여기는 무엇하나 다른 점이 없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좀 어두침침하고 외관에서 받았던 허름한 인상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사진 출처 블로그에 소개글 맨 마지막에 ' Un’enoteca che non va assolutamente valutata dall’esterno. Entrate, non rimarrete delusi. ' (절대 외관만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할 와인 가게. 일단 들어가보길.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장을 주문처럼 외우면서 들어가보면 그라빠, 위스키 이런 독한 술 종류들이 지역별로 진열되어 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왼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위의 사진처럼 벽 한켠에는 와인들이 눕혀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책장에 진열된 책처럼 와인들이 쭉 있다.



  위에 쓴 설명대로 지역별로 다양한 와인 구비 +  쉽게 찾을 수 없는 나름 희귀한 와인들을 많이 갖고 있다. 그 어느곳도 여기만큼 와인 라벨별로(대형 와이너리 및 중소규모 와이너리) 포도 품종별로 가격별로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곳을 못 봤다. 그 예로 몇 년전에 레스토랑에서 마시고 완전 반했던 Cappellano (피에몬테 지역 생산) 와인을 다른 곳 아무데서도 못 봤었는데 여기에 오니 떡하니 있었다. (여기 와이너리 와인은 생산지역 와인 가게에 가야 볼 수 있음/ 잡담 가득하고 실질 정보는 없는 Cappellano 와인 얘기 보기 클릭) 그리고 가게 주인이 추천해줘서 샀던 Franz Haas 와인(돌로미티 지역 생산)도 조금 희귀한 축에 든다. 


  이 두 와이너리 와인 다 인터넷으로 찾으면 살 수 있긴 있다. 아무래도 온라인 와인 가게들은 오프라인 가게들보다 매장 크기나 보관에 있어서 부담이 적어서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많이 판다. 그러나 그냥 온라인에 쓰여 있는 설명과 사람들 평만 보고 사기에는 직접 실제로 와인 라벨도 보고 병 뒷쪽에 꼬부랑 글씨도 읽어보면서 고르는 재미를 포기하기가 아쉽다. 그리고 옆에 있는 와인들도 흘깃거리면서 괜히 집어보기도 하고 신의 물방울에 잇세에게 빙의하여 어떤 맛이 날까 상상도 해보고 어느 라벨이 더 예쁜가 구경도 하고!! 모든 제품이 다 그렇겠지만 손으로 만져보고 직접 내 눈으로 보면서 사는 게 안심도 되고 쇼핑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먼지 쌓이고 좀 허름해보이지만 그냥 한번 사봤는데 마셔보니 괜찮은 가격의 맛있는 와인일때의 그 희열은 겪어보지 않으면 정말 모른다. 진짜 득템 오브 득템 !!! 여기서는 이런 득템을 매일 할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와인가게 방문은 여기가 처음 이었는데 나는 모든 와인 가게가 다 이럴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그 이후에 방문하는 곳마다 번번히 실망만 했다. 내가 기준치로 삼은 가게는 평균을 한참이나 윗도는 곳이었다. 물론 밀라노에 유명한 와인 가게들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밀라노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한 Peck 이다. 지상은 고급 식료품점이고 지하는 와인 셀러로 여기는 딱 내려가자마자 오~ 감탄할만큼 어두침침한 분위기와 사방에 가득찬 와인들이 정말 이태리에, 밀라노에 온 걸 실감나게 해주는 세련된 곳이다. 와인 종류야 당연히 물론 많지만 가격이 아무래도 좀 비싼 편이고 특별한 날에는 꼭 가고 싶은 곳이지만 일상에서 편하게 마실 와인을 구입하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그러나 Bottega dell'arte del Vino 는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평범한 날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와인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상호명 극대로 정말 ' 와인가게의 예술 ' 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가격!!! 이태리니까 물론 자국 와인 가격은 그 어느 곳보다 싸다. 그러나 값이 올라갈수록 맛있는 것은 진리이다. 싸다고 다 맛없고 비싸다고 다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와인에 한번 맛을 들이면 싼 건 솔직히 눈에 안들어오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내가 막 전문가 수준은 절대 아니고 그냥 막 마심 ㅋㅋㅋ) 그러나 여기는 비싼 와인도 물론 있지만 합리적인 가격대의 맛있는 와인들이 정말 많다. 10~15유로 정도의 와인도 정말 괜찮고 그 이상으로 지불하면 실망할 일은 결코 없다. 전문 취미가, 애호가들에게는 중저가의 와인은 좀 아쉬울 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없이 편하고 즐겁게 마시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 곳의 모든 와인이 다 추천감이다. 가게에서 내걸고 있는 주력 고객 대상도 ' 저렴한 가격으로 진품 와인(il vino genuino/the genuine wine)을 매일 마시고 싶은 사람들' 이다.



  잘 모를 때는 그냥 무조건 직원한테 추천 받는 게 최고다. 나는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추천해줘서 산 건 다 맛있었는데 그 사람이 주인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사랑하는 Tramin 와이너리의 Gewuerztraminer Nussbaumer 와인도 바로 여기에서 추천 받아서 알게 된 것이다. 영어가 통할 지 잘 모르겠는데 불안하면 영어 와인 표현을 구글 번역기에서 이태리어로 돌려가서 보여주거나 지역명만 말해도 알아서 골라줄 것이다. 





  와인과 술 말고 이태리 지역 특산품 파스타 소스, 올리브를 비롯한 절임 종류 등등 식품도 한켠에 진열되어 있다. 선물용이나 기념용으로 한 두개 사도 괜찮을 듯. 그러나 나는 그 돈으로 와인을 더 사야지!!!! 이러면서 오로지 와인만 구입했었다 ㅋㅋㅋㅋㅋㅋ 그 외에 와인 관련 용품 디켄터, 와인 따개 등도 구비되어 있다. 올빠는 여기서 Le Nez du Vin (르네드뱅) 이라는 와인향 훈련하는 키트도 구입한 적이 있다.


  휴 여기를 떠나기 두세달 전에 뒤늦게 알아서 세번 정도 밖에 못 가본 게 너무 아쉽다. 독일로 오기 전에 올빠가 혼자 가서 와인 몇 병 사긴 했는데 진작에 다 마셔버렸다.......... 나도 이웃님처럼 몇십병 쟁여왔어야 하는데 천추의 한일세..... 와인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가보고 안좋아해도 가서 구경하기 좋다. 기념으로 한 병 사가서 한국에서 마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더 사올걸 폭풍 후회할 가능성이 아주 크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의 물방울에 나오는 이태리 와인파 쵸스케에게 빙의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밀라노를 간다면 일단 제발 한번 가보세요!!!!!! 




+ 와인바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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