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상/육아

임신 34주 이야기

나실이 2021. 8. 9. 01:23

  너무나도 늦었지만 그래도 지금이나마 임신 하면서 겪는 이런 저런 내 생각과 감정들을 좀 적어 놓으려고 한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다가 벌써 34주차에 접어 들었다... 

 

  지난주 목요일, 8월 5일에 정기 검진을 다녀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태동 검사를 하고 초음파 검사를 하고 (초음파는 추가로 비용 지불) 아무 이상이 없긴 하였으나, 아기가 40주 이전에 나올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자궁 경부가 많이 짧다며, 1.8cm 라고 했다. 의사가 길이가 정말 짧다고 너무나 놀랍다는 듯이 얘길 해서 덩달아 나도 놀랐다. 8월 안에 나올 수도 있다는거냐 라고 물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이 날이 산부인과가 3주간의 휴가로 문 닫기 전 마지막 검진 받는 날이었는데, 의사가 " 아기가 나왔나 안나왔나 4주 후에 보자~ " 이러면서 너무 쿨하게 인사를 해주었다. 

 

  40주까지 꽉 채워서 나오진 못하더라도 8월에는 나올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있었다. 완전 0프로는 아니지만 5프로 미만..? 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님은 9월 2일에 오시고 헤바메는 출산 예정일 바로 다음날인 9월 16일부터 방문해줄 수 있고 그 전에는 자기 일정이 안된다고 했었기 때문에 8월에 나올 수도 있다는 소릴 들으니 바로 멘붕이 되면서 너무나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의사는 부정적인 의미로 얘기한 것은 아니고 그냥 애기가 일찍 나올 수도 있다고 긍정의 의미로 웃으면서 말한 것이었지만, 어머님과 헤바메도 없이 나와 남편 단 둘이서 과연 어떻게 케어를 할 지 막막하다. 그리고 좀 우습겠지만 이것보다 더 큰 걱정은 독일 관청에 출생 신고할 서류 준비가 아직 안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둘 다 한국인 이라서, 각자 기본 증명서, 가족 관계 증명서, 혼인 관계 증명서를 발급 해서 이 서류들을 아포스티유 처리 한 다음에 이걸 다시 번역해서 영사관 가서 공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이 서류들을 독일 출산 병원에서 받은 출생 증명서랑 같이 독일 관청에 제출해서 출생 신고를 해야 한다. 이 출생 신고가 되어야 그 뒤에 엘턴 겔트, 킨더 겔트, 무터샤프트겔트 등 모든 작업들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출생 신고는 태어나서 1주일 안에 해야 한다는데, 한국에 계신 부모님한테 부탁한 내 서류는 현재 독일로 오고 있는 중이고 영사관에 잡은 공증 예약은 8월 24일이다. 검진 받고 나오면서 목요일 하루 종일.. 그 전에 혹시나 아기가 나올까봐 너무 불안, 초조했다. 일요일은 오늘은 그나마 좀 마인드 컨트롤이 되긴 했는데 여전히 걱정이긴 하다. 

 

  한국에서 서류 받는 것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아빠한테 부탁을 했는데, 아빠도 일이 바빠서 내가 적어준 내용을 잘 안보고 아포스티유를 하러 가서 괜히 돈만 20만원이나 날리고 하루 종일 시간 낭비도 했다.... 아빠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건 아니지만, 돈도 돈이고 시간도 그렇고 날씨도 엄청 더웠을텐데 너무나 속상했다. 

 

  아무튼 현재 나의 가장 큰 걱정은 서류 준비도 안되었는데, 아기가 일찍 나오고 1주일 안에 출생 신고를 못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늦게 하면 늦게 하는대로 되고 어찌 저찌 결국은 다 잘 되겠지만 너무나도 걱정이다. 나는 이런게 너무나도 신경이 쓰인다.................. 특히 외국 살이 하면서, 이렇게 관청 / 외국인청에 가서 뭐 신청하고 할 때마다 내가 준비를 아무리 잘했어도 이상한 직원을 만나거나 운이 없거나 등등 해서 잘 안될까봐 전전긍긍 하는 게 너무 심해졌다. 이건 뭐 외국 사는 사람이라면 다들 그러겠지만... 

 

  그리고 8월 6일 금요일에는 획스트 병원에 가서 출산 등록을 했다. 엄청 두근두근 떨리면서 갔는데 5분? 도 안되서 끝마쳤다. 그냥 개인 및 가족 병력 확인하고 어디 아프거나 특이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질문 있냐 물어봐서 관장, 회음부 절개 하냐고 묻고 PDA 무통 주사 맞을 수 있냐고 묻고 가족실 쓸 수 있냐고 묻고 끝이었다. 관장하고 회음부 절개는 무조건은 아니고 필요하면 한다고 했고 무통 주사 맞을 수 있고 가족실은 하루에 60유로이고 출산하러 온 날 자리가 있으면 쓸 수 있고, 남편이 한번 들어오면 퇴실 할 때까지 병원 밖에 못 나간다고 했다. 

 

  등록 마치고 나오면서 주차 어디에 할 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보니까 야외 주차장에 2 자리가 출산하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비워져 있었다. 일단 여기에 주차해서 날 내려주고, 남편은 옆에 주차장 건물로 차를 옮기고 분만실로 오면 될 것 같은데, 실전에서는 과연 어떨지... 하 나는 이런거도 하나하나 너무 다 신경이 쓰인다...... 사서 오만가지 걱정을 다 하고 안받아도 되는 스트레스를 굳이 받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이 될 수록, 무사히 아기가 세상에 나올 지... 진통이 얼마나 있을지.. 나도 건강하게 탈 없이 낳을 수 있을지 등등 무서워진다. 

 

  여기까지가 요즈음 나의 심경이고, 몸 상태는 어떠냐면 손가락 마디마디가 잘 때마다 좀 붓고 결린다. 그리고 밤에 자다가 태동이 꿀렁꿀렁 심하거나 아래로 미는 것 같은 압박이 느껴지면 혹시나 아기가 나올까봐 조마조마하다 ;; 목요일에 병원 다녀온 이후로는 조금이나마 하던모든 집안일 다 멈추고 최대한 눕눕만 하려고 한다. 밖에 산책도 안나감... 나가고 싶어 죽겠다. 

 

  배뭉침, 수축은 여전히 똑같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볼록하게 올라오면서 단단해졌다가 풀어진다. 어떤 때는 계속해서 뭉침과 수축이 있는 것 같은데 횟수나 시간을 세어보면 심각한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잘 모르겠다. 그리고 배가 꿀렁꿀렁 움직이는 태동 영상을 좀 찍고 싶은데, 신기하게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배가 얌전하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