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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직수가 안되서 유축 지옥에서 살다가 13일째에 드디어 성공해서 그 뒤로는 밤~아침을 제외하고는 직수를 하고 있다. 새벽에는 도저히 직수를 못하겠다. 유축한 거 젖병에 담아서 주면 10분컷인데, 직수를 하면 최소 25분이다. 그리고 목, 어깨 결리고 아파서 너무 힘들다. 가슴 받치고 있는 손목과 손가락도 아프다. 새벽에 어두운 거실에서 주방불만 아주 최소한의 밝기로 켜놓고 모유 수유를 하고 있으면 육체적으로 힘듦 + 정신적인 현타 +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혼자만 계속해서 수유하다보니 쉴 틈이 없다. 하지만 유축해서 주면 밤~아침까지 약 세 번의 수유 중 한번은 남편이 할 수가 있어서 그나마 낫다. 안그러면 진짜 버틸 수가 없다. 

 

하.. 진짜 모유 수유가 이렇게 힘든 것인줄 알았으면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임신 기간에는 '흠.. 모유수유 6개월 정도 하지 뭐' 라며 가볍게 생각했었고 출산 후 수유 시도하는데 아기가 물지를 않아서 너무나 힘들고 지쳤다. 출산 병원에서 3일 있는 동안 입원실에 드나드는 헤바메랑 간호사들은 3시간마다 양쪽 가슴 각각 15분씩 물리는 연습을 하라고 하는데 와..5분을 물리고 있는 것도 힘들었다. 양쪽 다 하면 30분인데, 마치 고문 받는 것 같았고 결국 30분을 다 채운적이 한번인가 그렇고 물리는 연습도 하루에 한두번 밖에 하지 못했다. 

 

퇴원하고 와서는 아기가 황달 때문에 병원에 왔다갔다하고 입원하느라 유축해서 줄 수 밖에 없었고 그 뒤로는 헤바메 도움을 받아서 한두번 아기가 무는 걸 성공했다. 한번 두번 성공하니 어느날 갑자기 톱니바퀴가 맞물리듯이 아기가 챡- 물고 빨기 시작했다. 하지만 직수 성공의 기쁨은 찰나였고 이번에는 끊임없이 계속해서 물려야해서 힘들었다. 맘까페랑 여기저기 찾아보고 질문해 본 결과, 모유수유는 텀이 없단다 ㅎㅎ 아기랑 모유랑 양이 맞춰지고 텀도 잡히고 하려면 백일이나 되어야 한다는 말에 또 한번 절망했다. 왜냐면 6개월 모유수유는 진작에 포기한 지 오래이고 그럼 3개월만 해보자 하고 목표 수정을 해서 난 3개월만 하고 안할건데 이 때부터 모유수유가 좀 수월해지기 시작한다니.....ㅎㅎㅎ 어쩌란거죠..?! 

 

그래도 아기가 물기 시작하니, 유축 지옥에 살았을 때보다는 좀 낫고 아기가 잘 먹을 때는 ' 그래, 이 정도면 할만한데?' 싶다가도 먹은 지 1시간 밖에 안됐는데 배고프다고 울어대는걸 세 번 연속 겪고 나면 정말 화가 난다. 아기한테는 잘못이 없는 걸 너무나 잘 아는데 그냥 화가 난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68일째라서 나름 텀이 늘어서 최대 3시간이고 보통 2시간 정도이다. 최근 이틀 동안은 초저녁에 먹고 새벽 1시까지 6시간 동안 쭉 잔 적도 있고 밤 10시에 먹고 새벽 5시까지 잔 적도 있다. 그래서 어제밤에는 좀 희망을 가지고 유축수유 안하고 새벽에도 그냥 직수를 했는데 웬걸..최대 3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았다.... 

 

그리고 첫번째 고비가 찾아왔었는데, 오른쪽 유두에 빨갛게 피물집이 잡혔었다. 원래도 아기가 처음에 딱 물고 빨기 시작할때 유두에 통증이 있었는데 그 날따라 처음 뿐 아니라 수유 내내 너무 아팠다. 끝나고 보니 빨갛게 안에 피가 차서 물집이 생겼더라.........하......... 다행히 집에 미리 사놓은 유두 상처 났을 때 바르는 연고와 붙이는 패드가 있어서 사용했는데 너무 쓰라리고 아팠다. 사실 이걸 출산 준비물로 사놓았는데 쓸 일이 없어서 아 나는 운이 좋게도 유두 상처 안나나보다, 이거 새거는 그럼 다시 팔던가 누구 주든가 해야겠다 이러고 있었는데, 결국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2-3일은 유축만하고 직수는 왼쪽 가슴만 물리니까 상처가 나아서 그 뒤로 다시 정상적으로 수유를 했지만, 와 진짜 이렇게까지 모유수유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너무나도 많이 들었다. 누굴 위한 모유 수유인지... 모유 수유하면 아기한테 좋고 남편은 본인이 수유 안하니까 좋고 엄마만 빼고는 모두가 다 좋아한다. 하지만 엄마를 갈아서 하는 것이다..... 나는 언제까지 갈려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여자가 출산했으면 진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남자가 젖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어쩜 이렇게 불공평한지. 임신 출산을 여자가 하는 것 부터가 너무나도 불공평하지만... 임신 출산 육아를 겪으면서 안그래도 남녀차별에 분노를 많이 느끼고 있었지만 점점 더 불꽃 페미니스트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두번째 고비가 또 찾아왔었다. 양쪽 가슴 아래쪽에 빨갛게 두드러기가 갑자기 올라 왔었다. 특히 밤, 새벽에 가렵고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증상이 심했다. 일단 주치의한테 가봤는데, 유선염일수도 있으나 자기는 산부인과 의사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며 산부인과 의사한테 가보라고 했다. 산부인과에 전화해서 리셉션 직원에게 증상을 말하니, 헤바메 있냐며, 헤바메한테 좋은 팁이 있을수도 있으니 물어보란다 ㅋㅋㅋ 그러고나서 헤바메도 잘 모르면 다시 연락하라고 ㅋㅋㅋㅋ하 진짜..... 너가 의사냐 데스크 직원아... 암튼 일단 헤바메한테 물어봤더니 아구창 같기는 한데, 내가 열이 안나고 딱히 통증이 없으니까 이상하다며 결국 본인도 모르겠다고 산부인과 의사한테 가보라고 했다. 그래서 며칠 뒤 산부인과에 다시 전화하니 리셉션 직원이 또! 헤바메 얘길 꺼낸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주치의한테도 가보고 헤바메한테도 가보고 했는데 다 모르고 산부인과 의사한테 가라고 했다하니 그럼 1시간 안으로 오라고 해서 부랴부랴 갔다. 하지만 결국 의사도 몰랐다. 

 

일주일이 지나자 자연히 없어졌는데 아마도 수건이 피부에 닿으면서 두드러기가 올라온 것 같았다. 수유할 때 가슴을 손으로 받치고 있자니 손목, 손가락이 아프고 목, 어깨도 결려서 수건을 돌돌 말아서 가슴 밑에 받쳤었는데 이 때 알러지가 올라온 것이다. 가슴을 반으로 나눠서 아래쪽에만 두드러기가 났었기 때문에 수건 때문이 맞다. 그런데 웃긴게 수건 받쳐서 한 지가 한 달이 넘었는데 왜 갑자기 올라온건지..? 피부가 갑자기 약해졌나? 아무튼 그래서 수건 받치던거 다 집어치우고 손목 아파도 걍 손으로 받친다. 그런데 헤바메한테 사진 보내서 물어봤을 때, 아구창 같기도 하다고 해서 아구창이 뭔가 구글 검색해보고 이게 엄마 가슴에 나서 아기한테 옮거나 아니면 아기한테 나서 엄마 가슴에 옮거나 한다고 해서 혹시나 또 아기가 아구창에 걸렸을까봐 가슴 졸였었다. 후... 

 

그리고 마지막 고비는 가슴이 뭉치는 증상이다. 직수로 물리고 있지만 한 쪽씩 먹일 때가 대부분이고 밤에는 장시간 동안 안물리니 가슴이 빵빵해져서 아침에 유축하고 이렇게 해서 그런건지, 윗가슴이 울혈이 생겨서 땐땐 딴딴할 때가 있다. 몇 주 전에는 왼쪽 가슴이 그랬고 오늘은 오른쪽 가슴이 그랬다. 이 때마다 상황이 악화되서 젖몸살이 심하게 오거나 유선염이 걸리거나 할까봐 너무너무 걱정되고 무섭다. 한국은 가슴 마사지를 거의 필수로 받던데 여기는 그런 것도 없고 내가 유투브 찾아보고 알아서 하거나 해야하는데 진짜 무섭다. 출산하고 3일차에 젖이 돌면서 가슴이 진짜 미친듯이 땡땡해지고 겨드랑이까지 젖이 차올라서 올록보록하고 정말 정말 아팠던 경험이 있다. 이 때 어머님과 남편이 뜨거운 수건으로 마사지를 해서 겨우겨우 풀었는데 진짜 눈물날 정도로 아팠다. 으아.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나 아프다. 

 

그러니까 모유 수유가 이 모든 고통을 겪으면서 계속할 이유가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완모할 생각은 애초에 버렸고 결국은 분유를 줄건데, 100일 뒤에 주나 지금 주나 뭐가 다른가? 남들은 직수하면 아기와 교감도 되고 그렇다던데 난 교감 안된다. 물론 아기는 너무나 귀엽고 예쁘다. 하지만 막 교감 되고 유대감이 느껴지고 이런건 잘 모르겠다. 내 몸이 힘들어서 그런가보다... 그런데 또 막상 분유를 주자니, 혹시나 배앓이 할까봐, 분유가 안맞을까봐 등등 걱정되다. 하 어쩌란 것인지..나도 나를 모르겠다. 남편은 처음에 안물던거 생각해보라면서, 지금은 그래도 잘 물고 먹지 않냐며 힘들면 유축해서 주고 아니면 그냥 물리고 이렇게 하라고 하는데 밤새 가슴 빵빵해지고 수유패드 젖고 옷에 새서 젖고 이러는게 너무 싫다. 흑흑.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모유수유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바로 수유브라!!! 또는 수유나시!! 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나는 집에서 브라를 하지 않는다. 브라 착용을 시작한 이후로 집에서 하고 있던 적은 없다. 외출할 때도 겨울에는 안할 때가 많다. 그런데 출산한 뒤로는 24시간 항상 수유 브라 또는 수유 나시를 입고 있다보니, 어깨랑 목이 너무 아프다. 속옷 착용으로 인한 목, 어깨 결림 + 직수로 인한 목, 어깨 결림의 고통은 정말 육체적으로 지치게 만든다. 속옷 착용 없이 수유를 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불만스럽지도 않고 훨씬 나을 것 같다. 정말 이게 제일 거지 같다. 온갖 쌍욕을 다 하고 싶다. 

 

아 음주를 못하는 것 또한 힘들다. 술이 너무너무 마시고 싶은걸 진짜 꾹꾹 참고 있었다. 그러다가 티라미수를 사와서 먹었는데 먹고 나서 보니 알콜 1.5% 들어 있었다. 에잇, 이왕 먹은 김에 더 먹자! 이래서 폭주하여 판나코타 - 여기도 알콜 1.2% 함유 - 사온 것도 먹고 화이트 와인을 마셨다. 10개월 보름 정도만에 마시는 술이었는데 생각보다 감격스러운 맛은 없었다. 그냥 내가 알던 화이트 와인 맛이었다. 그리고 나서 다음날 낮까지 유축을 2번해서 버렸다. 이런 번거로움에 비해서 술맛이 그냥저냥이었고 뭔지 모를 죄책감 아닌 죄책감도 느껴지고 술을 못 참다니 나 문제있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앞으로는 차라리 단유하고 마시면 마셨지 수유 중에는 안마실 것이다. 

 

하...그래서 나는 과연 언제까지 모유 수유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인가....나도 모르겠다. 오늘 오른쪽 가슴이 땐땐해지고 유두가 또 너무 아파서 당장 단유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뭉친게 풀리고나니 쫌 더 할까 싶기도 하고.. 3개월만 채울까 말까. 

 

모유 수유 할 때마다 항상 고민이다. 그만할까. 그냥 분유 줄까 말까. 모유 수유로 아기 키우고 지금도 하고 있는 모든 분들 진짜 존경한다. 너무나도 대단하다. 임신, 출산, 육아를 겪으며 맨날 하는 생각은 이 모든걸 나보다 먼저 거쳐간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도 대단하다. 정말 존경한다. 어찌 하셨나요 다들... 나도 할 수 있을까. 모유 수유든 육아든 존버라는데 문제는 이 존버가 끝이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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