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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딸리아

파도바 다녀옴

나실이 2010. 9. 19. 18:16
어제 파도바를 다녀왔다. 싼 레죠나레 탄다고 아침 6시 반에 집에서 나섰다. 밀라노-베네치아 구간 기차를 타야하는데 이놈의 트렌이탈리아가 IC를 싹 없앴는지 어쨌는지 애매한 시간대의 레죠날레 2편 빼고는 죄다 유로스타밖에 운행 안한다. 유로스타는 편도 2등석 1인 28유로인데 반해 레죠날레는 1인 왕복 하고도 2-3유로가 남는다. 아껴야 잘 사니까 새벽같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기차는 정말 ' 레죠날레 ' 였다. The 레죠날레 of 레죠날레. 제일 후진 기차. 화장실 찌린내는 엄청나서 화장실과 멀리 떨어진 기차칸에 자리 잡았다. 유로스타가 비싸기도 하고 정거장도 몇군데 안서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점점 갈수록 기차에 사람들이 엄청 올라탔다. 중간 중간 서서 가는 사람도 있었다. 버스 마냥 나름 자리 눈치 싸움도 있었음. 

3시간 동안 덜덜거리고 간 끝에 파도바 도착 !! 그치만 날씨가 안좋았다. ㅜㅜ 반팔, 얇은 가디건, 스카프 가져갔는데 하루 종일 벌벌 떨었다. 

Gim 선배를 1년 반만인가 굉장히 오랫만에 만났다. 그대로시더군.. 만나자마자 파도바에 대해 설명 들어갔다. 베네토 주에서 손에 꼽히는 부자 동네고 도시 깔끔하고 사람들 자부심 강하고 자존심 세고 ~ 이런저런 얘기를 계속 해주었다. 교회, 광장, 공원, 파도바 대학, 유대인 게토지구, 두오모 등 쭈욱 데리고 다녀주셨다. 

도시가 뭐 큰 볼거리가 있고 건축물이 이쁘고 그런건 아닌데 정돈이 잘 되어 있고 깨끗하다. 분명 집들이 다 오래되고 그런데 더러운 느낌이 없다. 건물 외벽 청소를 맨날하고 페인트칠을 매일 하는지 깔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말 ' 조~~용 ' 하다. 선배도 처음에 와서 놀랐다고 한다. 분명 도시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데 사람들이 다 어디 갔나 왜 이리 조용한가.. 일단 학생들이 많고 얘들은 다들 집에서 공부하고 뭐 놀아도 집에서 놀고 .. 그나마 수요일이나 금요일, 토요일 되야 좀 시끌시끌하다고. 물론 중심가만... ;

그리고 시내에 리나쉔떼, 코인 백화점이 있다. 루이뷔통 매장도 있음.. 부자동네 맞나보다. 사람들이 엄청 차려입고 다니고 ' 난 엘레강스~ 훗 ~ ' 이러고 다닌다는데 비가 오고 날이 흐려 그런지 이런 사람들은 별로 못봤다. 

셀프레스토랑에서 점심 먹었는데 일단 셀프라 편하고 값도 괜찮고 맛있었다. 회사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밀라노나.... 밀라노는 도시가 커서 그런지 뭐가 어디에 박혀 있는지 모르겠다. 집에서 나가기도 귀찮고.. 파도바처럼 집- 시내 걸어서 15분이면 충분한 곳에서 살고 싶다. 전형적인 이태리 마을.. 첸뜨로 있고 그 주변으로 거주지... 그리고 파도바는 완벽한 평지다. 언덕이 전혀 없다. 덕분에 많이 걸었는데도 크게 안 힘들었다. 

파도바 대학 관련 이런저런 얘기들을 좀 들었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ㅜㅜ 이태리 역사상 유명한 인물들 중에 파도바 대학 나온 사람이 꽤 많더라. 현재에도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 중에 파도바 대학 나온 사람 많고..베를루스코니 변호사 파도바 대학 나오고 카사노바! 도 파도바 대학 나왔단다. 법대 출신. 우고 포스콜로, 골도니 등등 몇 명 더 이름 들었는데 잊어버림;; 그리고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세계 최초로 파도바 대학(의대)에서 해부학 실습을 했다고 한다. 그 곳에 입장료 내고 들어가볼 수도 있는데 어제는 문을 닫았던듯.... 



이 분이 카사노바 !! 쌍꺼풀이 매우 진하시군....

암튼 이래저래 유명한 인물들이 많고 역사도 오래 되었으니 교수, 학생, 행정직원 등등 가릴 것 없이 전부 자부심이 대단하단다. 파도바 시민들은 두말할 것도 없고 ;;;  그리고 파도바에는 뭐 세계 최초 식물원, 유럽에서 제일 큰 광장? 뭐 유럽에서 제일 오래된 뭐..세계 최초 뭐..등등이 많다. 솔직히 내 눈에는 별거 없어 보였으나 여기 사람들한테는 중요한 자랑거리....유럽은 뭐 어딜가든 그런 것 같다. 아! 그리고 세계에서 최초로 대학을 졸업한 여성도 파도바 출신이다. 동상 만들어놨더라. 1628년6월 25일인가에 졸업했다.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광장 Prato della valle 라고 사진 이름에 쓰여있다;; 동상들은 파도바(대학) 출신 또는 파도바에 큰 기여를 한 유명인들의 조각이다. 갈릴레이 조각도 있고 그렇다는데 추워서 그냥 안찾고 건너 뛰어다. 


Palazzo della Ragione (이성의 저택?) 
현재 법원으로 쓰인다고 했나..아무튼 법관련 건물로 쓰인다. 1층은 까페 등 가게들이 들어서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palazzo 입장하는 곳 옆에 또 입구가 있는데 시장 입구다. 정육점, 와인가게, 치즈가게, 살라미, 파스타 가게 등등 들어서 있다. 질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하지만 비싸서 학생들에게는 무리 ..;;; 

* 사진 3장 모두 구글검색, padova로 검색해보니 사진들이 쭈욱 나오는데 날 좋을 때 찍어서 그런지 괜찮아보인다. 그러나 혹시 파도바 갈 사람이 있다면..큰 기대는 금물!! 

설명 들으며 돌아다니다가 선배의 일본 친구를 만났는데, 파도바에서 가장 비싼 일식당 주방장이란다. 한 끼에 60유로랬나.. 다들 저 사람하고 친해지고 싶어 난리란다. 소개시켜달라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어디가나 일본 동경하고 관심이 많다는 사실에 괜히 좀 씁쓸해졌다. 동양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가게이름 kamikaze 로 짓고 사쿠라~ 스시~ 이러고 ... 뭐 이게 일본의 힘인가? 노르웨이 올레순 갔을 때도 버스 안에 광고에 닌자 어쩌구 이러면서 광고 붙어있고 미국 문화 만큼이나 전세계 구석구석에 널리 퍼져 있는게 일본 문화,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게이샤, 닌자, 스시 이런거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암튼 이것들 맨날 일본일본 이런다고 욕 한바탕 한 것을 시작으로 이태리 욕도 시작했다. 

 이태리것들...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내 의지로 여기와서 있는 것이긴 하지만 살다보면 짜증나고 열받을 때 정말 많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크게 억울한 일은 없었다. 내가 약자고 당장 아쉬운 것은 나이니 어쩌겠느냐만은.... 참 살기 쉽지 않은 나라다. 특히 한국 사람한테는.. 구빠랑 선배 모두 그냥 나사 하나 풀린 것처럼 얘네들처럼 똑같이 살라고... 성격?마인드를 고치라는데 쉽지 않네. 

아무튼 간만에 사람도 만나고 이태리 사는 얘기도 하고 즐거웠다.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자기 꿈을 위해서 한국말로도 쉽지 않은 분야의 공부를 이태리어로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자극도 많이 되었다. 이태리에서 그냥 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태리 사람들한테도 어려운 대학에서, 자존심 센 파도바 사람들, 이태리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서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단해보였다. 학교 생활, 학생들 얘기 들어보니..음 과연 나라면 잘 적응할 수 있었을까.. 공부는 둘째치고 말이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ㅜㅜ 이태리어 공부도 좀 하고..이러다 진짜 바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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