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냐

벌써 겨울이 온 것 같다. 하늘 진짜 우중충하고 춥고 습기 때문에 으슬으슬하다. 한국에 있으면 뜨끈한 감자탕, 설렁탕, 순대국 한 그릇, 어묵탕 등등이 떠오르지만 유럽에 있다보니 라자냐가 먹고 싶어진다. 라구 소스에 치즈 팍팍 넣고 오븐에 구워서 찐뜩하고 뜨거운 것이 추울 때 먹으면 진짜 맛있다. 반대로 여름에 먹으면 진짜 덥다. 

그동안 밖에서 사먹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만들어봤는데 라구 소스 만드는 게 귀찮고 시간이 좀 걸리지만 완전 쉽다. 그리고 완전 맛있다!!!!!!!! 라자냐도 이젠 밖에서 안사먹어야지 !! 

오븐에서 막 꺼낸 아름다운 자태 !!!

지글지글~ 가장 자리에서 치즈 끓어오르는(?) 소리도 들린다. 

라자냐에 들어가는 라구 소스는 사서해도 되지만 만드는게 가격이 훨씬 싸고 더 맛있다. 

당근, 샐러리, 양파 잘게 다져서 올리브유, 버터에 볶다가 다진 소고기랑 돼지고기 넣고 볶는다. 고기가 익으면 술(와인, 소주 등등) 넣고 센 불에 볶아 누린내 없애주고 토마토 소스 (파스타용 토마토 소스, 캔에 들은 토마토 홀, 병에 들은 토마토 passata, 토마토 농축액 concentrato 등등) 넣고 바질, 오레가노 등등 허브 넣고 후추 뿌리고 육수 (치킨 스톡 등등) 넣고 1시간 동안 중간 중간 저어주면서 약불에 끓이면 끝 !!  파르미쟈노, 그라나 빠다노 이런 치즈들 넣고 끓여주면 더욱 좋다 !! 

(2시간 끓이라고 하는 레시피도 있고 바릴라 라자냐 면 박스에 있는 레시피에는 20분이라고 되어있는데 최소! 40분은 끓여야 맛있는 소스다워진다)

소스가 준비 되었으면, 용기 바닥에 베샤멜 소스 발라주고 (어떤 레시피는 라구 소스를 맨 밑바닥에 깔기도 함) 그 위에 라자냐 면 + 베샤멜 소스 + 라구 소스 + 치즈 (모짜렐라, 파르미쟈노 등) + 라자냐 면 + 베샤멜 + 라구 소스 + 치즈 .. 이렇게 쌓다가 맨 마지막에는 라구 소스랑 베샤멜 소스를 섞어서 발라주고 파르미쟈노 치즈를 뿌린다. 200~220도 오븐에 20분 정도 구우면 된다. 각자 오븐 성능에 따라서 온도랑 시간 조절하면 되고 호일은 덮어서 구워도 되고 그냥 해도 된다. 나는 삶지 않고 그냥 바로 쓰는 라자냐 면으로 했고 호일 없이 그냥 구웠다. 

다 되면 10분 정도 식힌 후 덜어서 담아 먹으면 된다.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 더 맛있게 만들기 쉬운 음식 1위 같다. 그리고 치즈 뿌려 오븐에 구우면 비주얼부터가 일단 맛있어보이고 실패할 리가 없음 !!!!!!!! 

나는 술을 안넣었더니 끓이면서 고기 냄새가 좀 올라왔지만 오레가노, 바질 넣고 계속 끓이니 괜찮았다. 그리고 좀 뻑뻑해보여서 물을 한 컵 정도 넣어줬는데, 파스타 소스용으로는 물을 좀 넣어도 괜찮지만 라자냐 용으로 하려면 국물없이 좀 뻑뻑하게 만드는 게 좋을 듯. 어떤 레시피는 보면 3세 이전의 송아지 고기를 쓰면 더 좋고 뭐 이러는데 고기 살 때, 이 송아지 3살에 잡은거에요? 2살에 잡은거에요? 물어보기도 뭐하고. ㅋㅋㅋ 그런데 고기 살 때 이렇게 언제 도축됐는지 다들 알아보고 사나? 맨날 슈퍼에서 포장된 것만 샀지 사람하고 대화하면서 산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아무튼 아주 전문적으로 '궁극의 라자냐' 를 맛보려는 게 아닌 이상 그냥 아무거나 해도 된다. 그리고 토마토 소스랑 육수 넣고 1시간 끓이는데 맛이 없을리가 없다. 치즈는 파르미쟈노 대신 그라나 빠다노로 했다. 

베샤멜 소스는 만들어서 쓰는 사람이 많던데, 나는 그냥 맘편히 사서 쓴다. 간단해보이던데 나는 도저히 못 만들겠음 ㅠㅠ 

한덩이 뚝 덜어서 냠냠 

먹으면서 진짜 계속 감탄했다. 사먹는 맛이 나..... 우와우와

+ 어제 만든 라구 소스 아주 조금 남은 거에 빵 찍어먹으며 쓰고 있는데, 진짜 맛있다............ 원래 맛있는 소스에다 하루 숙성의 진리(뭐든지 만들고 나서 다음날 먹으면 두 배, 세 배 더 맛있음)가 더해져서 진짜 최고 ㅠㅠ 다음에는 아주 넉넉하게 고기 700-800g 사서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