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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유시민 (푸른나무,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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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은 "제일 현명한 위정자는 백성의마음에 따라 다스리고 차선의 위정자는 이익을 미끼로 백성을 이끈다" 고 했다. "백성의 마음에 따라 다스린다" 는 것은 민중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과 소망을 존중하는 정치이다. " 이익을 미끼로 이끈다"는 것은 다수 대중의 경제적 물질적 이익을 우선적으로 실현하는 정치를 말한다. 사마천은 "형벌로 백성을 길들이거나 백성과 다투는" 것을 제일 못난 정치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토인비가 말한 지배적 소수자의 통치방식이다. 마르크스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인간 행위의 가장 기본적인 동기로 해석하고 국가를 계급 지배의 도구로 간주했다. 지배 계급이 자기의 물질적 이익에만 집착하여 다수 대중의 이익을 짓밟는 사회에서 소수자와 대중 사이의 조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p. 241 영웅과 대중, 창조성과 대중의 심판

 

 

일그러진 역사는 인간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든다. 민족의 독립이나 민주주의를 위해 나선 사람들은 오직 희생만을 치렀고 일제와 미 군정, 역대 독재정권에 아부한 자는 부귀영화를 누렸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의로운 자가 아니라 강한 자를 따르고 사회 정의 보다는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일제시대와 해방 후의 좌우 대립, 그리고 역대 독재정권을 경험한 어른들이 자라나는 세대에게 " 너무 나서지도 뒤처지지도 말고 그저 중간에만 서라 " 고 교육시킨 것은 이 때문이다. 역사의 심판은 단지 역사학자들의 지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한 사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다.

 

 

p. 269 그래도 믿어야 할 역사, 뒤죽박죽인 역사의 심판

 

 

역사는 역사가가 아니다. 역사는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이 함께 만드는 것이며 오늘의 역사는 오늘을 사는 사회적 이간이 짊어지고 가는 삶의 일부이다. 역사의 심판도 훗의 역사가가 아니라 인간이 실천을 통해 이룩하는 사회의 변화가 내리는 것이다. 만일 우리 시대에 벌어진 범죄행위의 전모를 우리 시대에 밝혀 놓지 않는다면 결국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역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데 따른 심판을 받을 것이다. 지난날의 일그러진 역사를 단호하게 심판하지 못하는 민족의 미래에는 진보도 없다.

 

 

p. 285 그래도 믿어야 할 역사, 심판하지 않으면 진보도 없다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 유시민

 

작년 말부터 아주 조금씩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와 더불어 한국 근현대사가 너무 궁금해졌다. 솔직히 초,중,고등학생 때 교과서 차례를 보면 당연히 근현대사는 맨 마지막이었고 배우는 시기는 항상 겨울 방학을 앞두고 일주일 전 즈음부터 2월 봄방학 하기 전까지였다. 성적에 들어가지도 않고 방학은 얼마 남지 않았고 날은 춥고 과연 공부가 될까.. 듣는 학생이나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서로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솔직히 모든 사람들이 제일 취약한 부분이 근현대사 부분이 아닐까 한다. 나만 취약한가 ? ;;;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냥 대충~ 설렁 설렁 배웠으니 뭐 딱히 기억나는 것도 없다. 굵직굵직한 사건 이름들은 다 떠오르는데 정작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끼친 여파는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이 안난다.

 

수험생들에게 있어서 국사, 나라의 역사란... 구한말, 일제 식민지배 시절 일어났던 여러 조약들과 난들을 시간 순서대로 열심히 외우고 또 외우는 것이었고 해방부터 육이오 전쟁 그리고 휴전에 이르기까지 또 여러 회담들과 조약들을 한번 더 머리가 터져라 외우는 것이었다.

 

이러니 뭐 생각할 기회가 있고 남을 게 있나.. 어찌 보면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들이 살아 온 격동의 그 세월들, 현재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그 나날들을 바로 보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무지하고 관심이 없다.

 

도저히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여러 사이트들을 뒤져서 몇가지 목록을 구했고 가장 기본서이며 쉽게 쓰여진 (어려운 단어와 요점 파악 안되는 쓸데없이 긴 문장들만 있는 책이 아닌) 책이라고 추천을 받은 것이 바로 유시민의 "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 였다.

 

첫 내용은 김부식의 삼국사기, 묘청의 서경 천도설로 시작을 한다. 삼국사기는 우리나라의 고대 세계를 체계적으로 다룬 거의 유일한 책이라고 일연의 삼국유사와 헷갈려가면서 얼마나 열심히 외웠던가..그러나 그 누구라도, 단 한 번이라도 왜 하필 그 책만 오래도록 전해져 왔는지.. 다른 책들은 어디로 간건지.. 김부식은 당시 사회상 저술에 관심이 있었나 ? 남들은 다 그저 싸움질만 하고 먹고 놀았나 ? 등등의 의문을 가져본 사람이 있을까 ? 나 역시 마찬가지로 전혀 없었으며 그저 시험지를 받아들면 잊어버리기 전에 그 위에 잽싸게 김부식-삼국사기 라고 적어놓고 문제를 읽어내려갔었다.

 

사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글을 읽고 쓸 줄 알기 전 시대의 역사들은 당시 사회의 권력층, 지배층들만의 역사이다. 일반 백성들은 하루하루 농사 지어 먹고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언제 글을 배워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며 이와 더불어 글쓰기를 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의 맨 첫 이야기는 이를 바탕으로 진행되어 처음부터 우리에게 충격과 '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서 우리가 이렇게 알고 있게 된걸까? ' 하는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제1장 믿어서는 안될 역사, 2장 신화에서 역사로, 과학으로서의 역사, 계급 투쟁의 역사, 민족사의 발견, 역사에서의 우연과 필연, 영웅과 대중, 그래도 믿어야 할 역사까지 총 8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별로 또 소제목으로 나뉘어 5~8개 정도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늘 듣던 ... 유물론이니 공산당 선언이니 요즘에 그런 것들 알아서 뭐하냐며 지겨워 했던 ' 칼 마르크스 ' .. 이름은 수백번도 더 들었지만 막상 그의 사상에 대하여 아는 대학생은 요즘 거의 없다고 본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마찬가지이고. 흔히들 하는 말로 20대 청년 시절 그의 사상에 도취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고  30대 되서도 여전히 미쳐있으면 이 역시도 이상한 사람이라고...

 

책 내용 중에서 여러 부분에 걸쳐서 마르크스의 이론이 나오는데 초보자도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으며 동시대의 다른 학자들도 함께 거론하며 비교하여 서술을 해주어서 쉽게 이해가 된다.

 

아널드 토인비 - 역시 말로만 듣던 - 의 사상도 소개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예시 또한 함께 들어주며 몇가지 (역사) 학자들의 사상, 왜 그러한 사상이 나왔는지, 이후에 끼친 영향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몰입이 잘되고 분노 또한 치솟는 장은 후반부인데, 일제 식민지 시절부터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때까지를 짧게 추려서 어떠한 흐름으로 당시 역사가, 시간이, 사건이 흘러갔는지 보여준다. 그 당시에 대하여 전혀 지식이 없는 내가 무리없이 이해했다 =_=;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적어도 아직 학생이고, 그대가 청춘이고 청년이라면 후반부를 보고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미래가 얼마나 캄캄한 지도 알 수 있다.

 

어느 수능 강사의 말대로, 또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사회 선생님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단 한번도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완전히 뒤바뀐적이 없으며 과거사에 대한 정확하고 철저한 조사와 친일파에 대한 숙청이 단 한차례도 일어난 적이 없다.

 

며칠 전 뉴스에도 보도되었지 아니한가. 단재 신채호 선생이 여지까지 무국적자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진짜 이게 얼마나 기막힌 사실인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당시 그 분들은 희생이라고 생각지도 않으셨을 것이다. 그저 당연히 해야할 일로만 여겼을 뿐..) 독립운동가분들이 혹시나 지금 하늘에서 ' 내가 이런 나라도 조국이라고..왜 그리도 가족들 버려가며 내 목숨 버려가며 그랬을까 ' 하고 후회하시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봐도 그저 갑갑하다. 연일 보도되는 뉴스와 주요 언론 매체에 소개되지도 않고 쥐도 새도 모르게 기사들이 사라져 버리는 세태를 보고 있자면, 과연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올바른 곳인지 어떠한 곳인지 강한 의문과 회의감이 든다.

 

점점 사회에 문제들이 늘어갈수록, 대중들은 불만을 느끼고 사회에는 불안감이 조성되며 점차 점차 그 힘이 커지다가 개혁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인터넷이 과하게 발달한 지금 세상에서는.. 다들 클릭 한 번으로 끝이며 실천하는 힘이 없다.

 

책 내용을 살펴보면,

 

진보를 믿는 것은 역사가 어떤 분명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당면한 과제를 인식하고 불합리한 사상과 제도를 고쳐 나가는 인간의 가능성을 믿는 것을 의미한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인류가 오늘날의 모든 문제, 예컨대 산업국가들이 저지른 환경 파괴와 핵무기의 위협,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 사이에서 2백년이 넘게 이어져 온 계급 투쟁, 선진 산업국과 미개발국 사이의 불평등과 대립, 특히 저개발 국가의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빈곤과 정치적 독재,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민족분규와 종교분쟁 등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이다. 인류는 이런 문제들과 싸워 나가는 과정에서 더 높은 가치관과 이념을 발전시킬 것이고 그에 따라 사회를 재조직할 것이다.  (p.279 그래도 믿어야 할 역사, 역사의 진보란 무엇인가)

 

위와 같이 인간이 자신들의 불합리한 사상과 제도를 고쳐 나가고 그 가능성을 믿으며 싸워 나가는 과정에서 더 높은 가치관과 이념 발전, 그에 따른 사회 재조직이 언급되었는데 과연 그러한 것인가 ?

 

우리가 지금 지도자들의 잘잘못과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질 만능주의, 그저 경제만 살리면 되지 식의 분위기들이 잘못된 것인 줄 모르고 도덕성이 땅에 떨어져 있는 줄 몰라서 이러고 있는 걸까? 우리는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불합리한 것이고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당장 내 손에 돈 한푼이 쥐어지는 것이 좋아(그러나 이것도 우리가 생각했던 만큼 되고 있지 않다.) 가슴 한구석이 찔리지만 그저 모르쇠로 버티고 있다.

 

정말로 인간은 진보하는 것인지 의문점이 든다. 우리가 겪어온 숱한 우여곡절들 .. 과거의 역사를 보면서도 우리는 또 잘못을 저지르며 이를 해결하느라 시간이 다가고 문제가 또 발생하고 또 해결하고..이렇게 흘러 가는 것이 역사인가? 인간은 진보하는 존재라고 믿으며 ?

 

책의 맨 마지막 문장

 

" 지난날의 일그러진 역사를 단호하게 심판하지 못하는 민족의 미래에는 진보도 없다. "

 

이대로라면, 그 세상 그 어느 민족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 어느 민족도 하늘을 우러러 맹세코 단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이 모든 잘못을 다 시인하고 심판하여 떳떳할 수 없다.

 

지금 이 포스팅을 마치면서 드는 의문 ' 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인 것인지 ' ........... 우주가 멸망할 때까지도 명쾌히 답을 내릴 수 없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문제같다. 역사는 결국 인간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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