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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커트 보네거트 (아이필드,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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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종종 내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고, 나는 대게 주로 드레스덴에 관한 책을 쓰며 지내노라고 대답했다.

 한번은 영화 제작자인 해리슨 스타에게도 그렇게 말했더니,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반전(反戰) 책이오? "

"예, 그럴 겁니다." 내가 대답했다.

"반전 책을 쓴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뭐라는지 아시오?"

"아니요, 뭐라고 하시는데요?"

"'차라리 반빙하(反氷河) 책을 쓰지 그래요?' 그럽니다."

물론, 그의 말은 전쟁은 항상 있는거고, 빙하만큼이나 막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동감이다.

그리고 전쟁이 빙하처럼 그렇게 계속해서 밀려오지 않더라도, 그 흔해빠진 죽음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빌리가 그녀만 보면 마음이 어지러운 것은 단지 그녀가 그의 어머니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가 그녀를 보면 거북스럽고 불표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자신이 나약하게 생각되는 것은 그녀가 그에게 생명을 주고 그 생명이 잘 자라게 정성을 기울였는데도 자신은 삶을 조금도 좋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비는 지구인들이 다른 지구인들이 지구에 함께 사는 것을 원치 않을 때 다른 지구인들에게 만들어 주는 끔찍한 인공 날씨를 묘사했다. 포탄들이 나무 우듬지에서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터졌고 칼들과 바늘들과 면도날들이 쏟아져 내렸다. 포탄이 작렬하는 숲에서 구리 외피에 쌓인 작은 납 덩어리들이 소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핑핑 어지럽게 날았다.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 그렇게 가는 거지.

 

 

킬고어 트라우트의 <외계에서 온 복음서> 라는 책은 트랄파마도어 인과 흡사하게 생긴 외계인 방문자에 관한 책이었다. 그 외계인 방문자는 기독교를 깊이 연구했다. 왜 기독교인들이 그렇게 쉽게 잔인해지는 알기 위해서였다. 그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신약의 어설픈 이야기 솜씨가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복음서의 의도는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자비로워 질 것을, 나아가 낮은 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자가 되라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복음서들은 실은 이렇게 가르쳤다.

 

 누구를 죽이기 전에, 그자에게 든든한 연줄이 없다는 것을 반드시 확인하라.

 

그렇게 가는거지

 

                                           * * *

 

그리스도 이야기들이 안고 있는 결점은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가 실은 우주에서 가장 힘센 존재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이라고 외계인 방문자는 말했다. 신약 독자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십자가형 대목에 이르면 당연히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며 로즈워터는 그 부분을 큰 소리로 다시 읽었다.

 

오, 이런- 그 사람들 이번에는 멋대로 죽일 상대를 잘못 골랐어!

 

그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이런 말이 되었다.

"멋대로 죽이기에 적당한 사람들이 있다."

누구인가? 든든한 연줄이 없는 사람들. 그렇게 가는 거지.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God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Wisdom always to tell the difference.

 

 

제5 도살장 본문 중에서, 커트 보네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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