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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글

인생 - 위화

나실이 2010. 3. 7. 02:11
 지난주인가 학교 도서관에서 위화의 새로운 책을 발견하였다. 예전에 허삼관매혈기를 읽고 '충격'을 받은 뒤 위화의 소설은 거의 다 읽어 보았고 이와 비슷한 느낌의 중국 작가 책(닭털같은 나날 - 진운(작가이름 불확실)들도 봤던 기억이 난다. 




  쿠건은 콩을 너무 많이 먹어서 죽은 거라네. 그 아이가 게걸스러워서가 아니라 우리 집이 너무 가난해서 그리 된 거지. 다른 집 아이들은 다 쿠건보다는 형편이 나았거든. 쿠건은 콩도 양껏 먹을 수 없었다네. 내가 정신이 나갔던 게지.쿠건한테 그렇게 많은 콩을 삶아주다니. 내가 늙어서 바보 같고 멍청해진 탓에 쿠건을 죽게 한 거라네. 

 그 이후로 나는 홀로 지낼 수 밖에 없었지. 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래 살 줄 누가 알았겠나. 나는 여전히 그 타령이야. 허리도 자주 쑤시고 눈도 침침하지만 귀는 아직 쓸만하지. 마을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보지 않고도 누가 말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정도라니까.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면, 때로는 마음이 아프지만 때로는 아주 안심이 돼. 우리 식구들 전부 내가 장례를 치러주고, 내 손으로 직접 묻어주지 않았나. 언젠가 내가 다리 뻗고 죽는 날이 와도 누구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말일세. 

 나도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네. 내가 죽을 차례가 되면 편안한 마음으로 죽으면 그만인 거야. 




 <인생> 위화, 번역 백원담, 푸른숲 출판사 277~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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