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난주 일요일이 첫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벌써 1년!!! 시간 진짜 빠르다. 뭐할까 했는데 올빠가 식당 찾아놨다고 해서 하루 당겨서 토요일에 (일요일엔 왠만하면 집에 있는다 ㅋㅋㅋ) 다녀왔다. 그리고 날씨도 정말 너무 좋았들어서 퍼펙트한 하루였다. 


올빠가 그리스 식당, 이태리 식당 두 곳을 찾아놨는데 그 중 이태리 식당이 조금 덜 캐쥬얼하고 시칠리아 음식을 한다고 해서 여기에 가자고 했다. 이름은 Trattoria i Siciliani (시칠리아 사람들 식당) 이고 작센하우젠에 있다. 트립어드바이저 평이 꽤 좋아서 주말 점심인데 예약 안해도 되나 좀 불안해서 전화해봤는데 안받아서 그냥 갔었는데 자리 많이 있었다 ^^;; 


우리는 독일어를 잘 못해서 그냥 이태리어로 주문하고 그랬었는데 이 식당은 보니 처음에 손님 들어오면 그냥 무조건 이태리어 시전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여기서 내가 가본 몇 안되는 이태리 식당들 죄다 이랬던 것 같다. 밀라노에서 일식당 가면 이랏샤이마세- 도조- 하이! 뭐 이런거 일본어 쓰는 곳이 있었던 것처럼말이다. 이태리나 일본이나 둘 다 저렇게 외국에서 식당 운영하면서 자국어를 써도 될만큼 자기들 문화가 그만큼 알려져 있다는 생각을 하니 쫌 부럽기도 하고 배도 아팠다. 


그리고 여기는 메뉴판에 시칠리아 사투리..........로 음식 이름이 적혀 있다. 그 아래에 물론 독일어와 영어로도 쓰여 있는데 가장 굵게 되어 있는 것은 시칠리아 사투리... 무슨 소리인지 진짜 하나도 모르겠더라 ;; 


내부 사진은 하나도 안찍어서 그냥 바로 음식 사진으로! 




내가 시킨 전채 요리. 메뉴판에서 11번이었고 melanzane alla parmigiana 랑 좀 비슷했다.  메뉴 이름은 involtini 어쩌구 저쩌구 (involtini 는 대충 '롤'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피스타치오 가루를 뿌려준 게 좀 색달랐고 집에서 이태리 아줌마가 해주는 맛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정말 가정식 맛 !! 



이건 올빠가 시킨 전채요리. 황새치(Swordfish, 이태리어로는 pesce spada) 를 뭐 어떻게 한건데 ㅋㅋㅋ 오렌지 소스랑 같이 먹는다. 

잣, 피스타치오, 건포도가 들어있다. 이게 진짜 맛있었고 집에서 하기에 쫌 어려운.. 밖에서 사먹기에 딱 좋은 음식이었다. 메뉴 9번이었다. 이거 진짜 강추! 


전채요리만 먹었는데도 배가 불렀다.. 그리고 사진은 안찍었지만 메뉴 주문하고 나면 기본으로 빵과 올리브 오일, 검정 올리브를 갖다 주는데 이것도 다 맛있었다. 특히 빵이 치아바타 처럼 공기가 들어있어서 안에 구멍뚫린 빵은 아니고 조금 빽빽하고 치밀한 빵이었는데도 부드럽고 적절히 간도 되 있어서 2조각이나 집어 먹었다. 올리브도 너무 안짜고 맛있었고 올리브 오일도 괜찮았다. 팔레르모산 올리브 오일이었는데 오일병에 붙은 라벨레 식당 이름이 인쇄되있는 걸로 봐서는 그 농장과 계약을 맺었거나 아니면 자기 가족, 친척들이 하는 곳일 듯..  올리브 오일은 따로 구매도 가능한 것 같았다. 


아! 와인은 한 병으로 시키기엔 올빠가 많다고 해서 잔으로 시켰다. 시칠리아 샤도네이 라면서 갖다줬는데 나쁘진 않았지만 하우스 와인이라 그런지 향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시킨 메인 - Mixed grill sea food !!  솔직히 이건 돈 아까웠다. 이게 24유로였는데 아니 해물 그릴 모듬 이렇게 초라하게(?) 나오는 곳 처음 봤다. 사이드로 삼은 야채랑 구운 감자가 딸려 나오긴 했지만 (이태리에서 시켜 먹었을때는 사이드 같이 안나왔던 적이 대부분).. 이건 그냥 사이드일뿐이고 메인은 해물 아니냐고!! 새우 2마리랑 생선 2종류... 


물론 전채를 먹고 그 다음에 메인을 먹어서 배는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불러서 힘들었지만 그냥 이 메뉴 자체만 봤을 때는 실망했다. 최소한 저기에 오징어 링 모양으로 자른거 두 개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진짜 최소 4종류는 들어가 있어야 이게 해물모듬이지 ㅠㅠ 아무튼 종류면에서 너무 부족해서 다음에는 안시킬듯.. 


그런데 저기 딸려나온 감자가 진짜 부드럽고 맛있었다. 원래 사이드로 감자 먹는 거 안좋아해서 시키는 일도 거의 없었는데 이 감자는 진짜 포슬포슬 부드럽고 간도 적당하고 지금까지 내가 먹어 본 감자들 중 가장 맛있었다. 뭔가 다른 감자랑 품종이 다른건지 어쩐건지 내 입맛에 딱이었으나 배가 터질 것 같아서 한 개 밖에 못 먹었다 ㅠㅠ 



  

올빠가 시킨 파스타!! 풀네임은 기억 안나고 linguine 링귀네 라는 것만 기억 나는데 이 파스타가 대박이었다!!!!!!!!! 집에서 잘 낼 수 없는 맛!!!!!!!!! 그리고 좀 아시아 음식의 풍미가 느껴졌다. 마늘이 많이 들어가서 그랬나? 그런데 분명히 마늘 말고 다른.. 아시아 볶음국수 스러운 맛이 느껴졌다. 오른쪽에 갈색은 고기인데 도대체 여기에 왜 고기를 얹었는지 이해 불가......차라리 새우를 두 마리 얹어주지.. 파스타 육수는 해물육수를 쓴 것 같은데 고기를 얹다니요.. 


접시 치워갈 때 직원한테 여기에 뭐 들어갔냐고 물으니까 그냥 뭐 올리브 오일, 마늘, 토마토 뭐 이런거 밖에 안들어갔다고 하더라. 아니야..이런 기본 재료로 낼 수 있는 맛이 아니야.. 우리가 아시아의 풍미가 느껴졌다고 하니 ㅋㅋㅋ그러냐면서 ㅋㅋㅋㅋㅋㅋ 어디서 왔냐길래 한국이라니까 자기는 일본을 좋아한다고 일본 너무 가고 싶다고.. 그래서 내가 살짝 발끈해서 ㅋㅋㅋㅋㅋㅋㅋ 일본하고 한국 다르다고 하니까 (아니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데 왠 일본.......? 이건 프랑스에서 왔다는 사람한테 나 독일가고 싶어 ! 이태리 좋아해! 이런거랑 똑같음) 자기도 안다고 자기는 아시아 좋아한다면서 일본 너무 가고 싶은데 비행기표 비싸다고.. 


우리는 밀라노에서 있었고 트라파니 출신 친구가 있다 블라블라 하니까 자기는 나폴리 출신이라고 내가 나폴리 가봤다고 하니까 좋았냐면서 좋았다니까 좀 카오스지 않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나폴리의 매력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매력이 이태리어로 뭐더라....? 표현법이 생각안나서 못했다 ㅠㅠ 내가 프랑크푸르트 좋냐고 태양이 안그립냐고 하니까 그것도 그렇긴한데 바다가 완전 그립다고 ㅠㅠ 하긴 프랑크푸르트가 완전 내륙이니까.. 


아무튼 대화 살짝 나눴다. 이 상태에서 1-2주 안에 한번 더 가고 또 그 다음에 짧게 텀 주고 한번 더 가주면 이 직원한테 얼굴 도장 확실히  찍고 나름 친해질 수 있을텐데............ ㅎㅎㅎㅎ 



마지막에 커피까지 해서 다 먹고 약 90유로 정도 나왔다. 파스타는 14유로 정도였고 와인은 1잔에 5유로, 전채요리는 약 11유로~13유로 정도였던 것 같다. 이태리 식당이 비싸긴 비싸구나... 아무튼 진짜 간만에 레스토랑에서 먹어서 좋기도 했고 맛도 괜찮아서 정말 만족스러웠다. 나는 와인 2잔이나 마셨다 ㅎㅎ



가기 전에 트립어드바이저에 이태리어 평을 우선순위로 두고 좀 읽어봤는데 다들 별 4개, 5개였고 어떤 사람은 '고향이 그리워지면 여기에 간다.. 여기에 가면 곧장 집에 온 것처럼 느낀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음식 맛도 좋고 다 퍼펙트하지만 별 4개만 준다. 왜냐하면 엄마의 요리를 이길 수 없으니까!!' 이렇게 써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완전 웃긴다. 여기서도 엄마의 요리를 찾고 있는 이태리 남자란...... 


그런데 엄마의 요리가 최고긴하지. 마르코네 어머니가 해주셨던 음식도 다 진짜 맛있었으니... ㅠㅠ 


아 별점 1개 주면서 완전 악평 쓴 사람도 있었는데 이 사람의 빡침 포인트는 음식값이 비싼것도 있지만 (그런데 시칠리아 요리 식당은 이태리에서도 비싼 편이다) 음식 다 먹고 에스프레소 시키면서 물 달라고 했더니 한 잔 갖다 줄거라 생각했는데 새거 한 병을 가져와서 따서 놓고 갔다고..물 한 병에 6유로라고 너무 비싸다고 온갖 불평을 다 써놨다. 그런데 독일이 진짜 물값이 너무 비싸긴해서 글쓴이의 심정이 아주 조금 이해되긴 했다. 식당에서 받는 물값이 이태리의 최소 2.5배는 되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이 식당 정말 괜찮은 것 같다. 세련된 맛은 아니지만 정말 이태리 친구 집에 초대 받아 먹는 것 같다.  투박하지만 정겹고 감칠맛이 있다. 이태리 음식이 원래 좀 촌스러우면서 맛있는 것 같다 ㅋㅋㅋ저 접시만 봐도 알 수 있다. 악 진짜 촌스러워ㅋㅋ근데 이게 매력인 것 같다. 그냥 내 개인적으로는 이태리 음식은 막 기교 부리고 멋있게 차리는 것하고는 잘 안어울린다고 생각한다. 



Trattoria i Siciliani


주소 : Walter-Kolb-Strasse 17, 60594 Frankfurt Am Main (Sachsenhausen-Nord)

전화 : +49 (0)69 61993321

웹사이트 : http://trattoriaisiciliani.de

영업시간 : 매일매일 12:00 - 15:00, 18:00 -23:00


* 메뉴는 영어, 독일어로 제공되고 식당 내부 벽면에 붙어있는 거울에도 메뉴가 쓰여있는데 이건 아마도 그날 그날 바뀌는 것 같았다. 우리는 메뉴판에 있는 것만 보고 시킨 다음에서야 거울에도 메뉴가 적혀있는 걸 봤다 ㅠㅠ 


* 식당 규모가 큰 편은 아니어서 금, 토 저녁은 예약하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싶다. 일부러 갔는데 자리 다 차서 발길 돌려야하면 슬프니까 ㅠㅠ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