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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그 외

파리 식당 1. Le Timbre

나실이 2015. 9. 17. 02:29

  파리 맛집, 파리 식당, 미식의 도시 파리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생각을 박살내 준 곳. 프렌치 요리, 서양 요리에 대해 잘 몰라도 부담없이 마음 편히 비싸지 않은 가격에 기분좋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그리고 식당이 주택가에 위치해있는데 관광객도 잘 없고 다른 길에 있는 식당들도 좋아 보이고 구경하기 좋다. 





  사진에 보이는 게 식당 전부다. 8평 정도 되려나? 정말 작고 테이블이 아주 심하게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과의 거리 20cm. 3명이 가서 4명 자리에 앉아 먹는 게 그나마 좀 수월하게 공간(?)을 차지할 수 있다. 그리고 자리에 앉을 때 테이블을 뺐다가 밀어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한번 앉으면 다 먹고 나오기 전까진 일어설 수 없다 ㅋㅋㅋ





  메뉴는 전채, 메인, 후식 이렇게 3코스 한가지 밖에 없다. 5유로 추가하면 디저트 대신 치즈를 후식으로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아주 다행히도 영어 설명도 쓰여 있다. 메인에 Gigot 은 양고기 넓적다리 부위인데 파리오면 먹고 싶었던 음식이었들어서 메뉴에서 보고 아주 반가웠다. 






  남들 다 와인 마시는데 혼자 바보 같이 맥주 시켰다. 사실 맥주인지 모르고 시켰다 ㅜㅜ 술 메뉴는 벽에 걸린 칠판에 쓰여 있었는데 나도 프랑스 사람들처럼 ㅋㅋㅋ샴페인 식전주를 꼭 마셔보고 싶었다. 사실 아페리티프를 따로 시키진 않은데 파리에선 꼭 시켜보고 싶었다. 아페리티프 따로, 메인과 곁들이는 와인 따로. 


  그래서 아페리티프 아래 적혀 있는 술들 중 두번째걸 시켰는데 샴페인이 아니라 맥주였다!!!!!!!! 으아아아아아!!!!!!!!!!!!!!!!!! 올빠 말로는 직원이 비어라고 얘기했다는데 난 전혀 못 들었다.........으흑 ㅠㅠㅠㅠㅠㅠ 이게 다 불어를 못해서 이래 .... 칠판에 버젓히 bie're 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게 맥주인지 몰랐다. 아니 근데 그 옆에 용량도 33cl (330ml) 6유로 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걸 왜 간과했을까.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샴페인이 삼백삼십미리에 6유로일리가 없고 일단 그렇게 많이 줄 이유도 전혀 없는데!!! 


  아무튼 그래서 손님들 중 나 혼자 맥주를 마셨다. 나름 수제맥주였고 맛이 나쁘진 않았으나...........나도 와인 ㅠㅠㅠㅠ 종업원이 맥주를 가져오길래 옆 테이블 아저씨가 시킨 줄 알고 ' 옆에 아저씨 맥주 시켰네~' 이러고 있었는데 나한테 갖다줘서 진짜 놀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망 ㅋㅋㅋㅋ 




  빵. 그냥 바게뜨인데 겁나 맛있다. 사실 좀 일찍 도착해서 식당 주변을 배회했는데 어떤 여자가 비를 맞으며 바게뜨를 그냥 쌩으로 손에 들고 가는 걸 보고 ' 오~ 역시 파리지앵! 프랑스 사람! ' 이랬는데 le timbre 식당 안으로 들어가더라 ㅋㅋㅋㅋㅋㅋ (근데 비 오는데 바게뜨를 포장지로 싸거나 비닐봉지, 쇼핑백에 안넣고 그냥 쌩으로 비 다 맞으며 들고 가는 광경을 그 뒤로도 몇 번 더 목격함. 산성비라 몸에 안좋아요............ㅠㅠ) 


  동네 빵집에서 사온 거 같은데 와......이래서 프랑스 바게뜨가 맛있다고 하는거구나. 독일에서 먹은 바게뜨는 바게뜨가 아니었다. 독일에 라메종드팡 이라고 프랑스 빵집을 표방한 가게가 있다. 바게뜨를 한번 사먹어봤는데 별로였다. 그리고 프랑스 빵집처럼 해놓은 다른 가게에서도 먹어봤는데 역시나 별로였다. 그리고 예전에 파리 왔을 땐 바게뜨를 안사서 맛을 몰랐는데 이번에 먹어보니 오!!  왜 다들 프랑스 빵 최고라고 노래를 부르는지 알겠더라. 그동안 내가 맛도 모르면서 무시했구나 ㅠㅠ 





  전채 : Oeuf, Champignons, Parmesan 


  양송이 버섯, 수란, 파마산 치즈였는데 사실 이 날 수란을 처음 먹어봤다. 와 어떻게 이렇게 만들지??? 예전에 난 만들다가 대실패 한 적이 있어서 감탄하며 먹었다. 빵으로 소스 찍어가며 냠냠. 아 그리고 훈제 삼겹살도 잘게 잘라서 들어 있었다. 




메인 : Gigot d'agneau de Lozere, Butternut, choix noir 


  일단 버터넛 호박으로 만든 퓨레가 정말정말정말 부드러웠다. 요리사가 해야만 나올 수 있는 맛 ㅠㅠ 어후..이런걸 얼마만에 먹어보는지. 그리고 네모난 것은 감자인데 이게 정말 기가 막혔다. 마치 감자 패스츄리 같았다. 감자를 아주 얇게 썰어서 겹쳐 부쳐서(?) 요리한건데 무슨 파이 먹는거 마냥 결대로 갈라져서 정말 신기했다. 너무 맛있었다. 프랑스 요리 조리법에 원래 있는 건지 아니면 셰프의 창작품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에겐 처음 먹어보는 감자 요리였다. 레시피 알고 싶다. 


  양고기도 정말 부드러웠다. 그저 맛있었다. 아 또 먹고 싶다 ㅜㅜ 그리고 양고기 옆에 야채는 펜넬 특유의 향이 나서 펜넬인 줄 알았는데 메뉴판을 다시 보니 검은 양배추라고 쓰여있네. 그런데 구글 이미지 검색 해보니 검은 양배추는 저 모양이 아니던데...잘 모르겠다.




  후식 : Cremeux chocolat Nyangbo 68%


  냥보 초콜렛 크림. 냥보 초콜렛이 뭔가 싶어서 찾아봤는데 가나 남쪽에서 나는 코코아를 저리 부르는 듯? 잘 모르겠다 ㅋㅋㅋ 한 입 먹으니 입 안에서 부드러움 대폭발. 맛있긴 했지만 계속 이거만 먹긴 좀 부담스러웠고(그러나 다 먹음 ㅋㅋ) 옆에 조그만 파운드케잌 비슷한 거랑 같이 먹으니 좀 나았다. 




  올빠가 초코크림 디저트 대신 5유로 추가하고 시킨 치즈 후식. 오른쪽의 까망베르 내지는 브리 치즈 같은 것은 그냥 보통이었고 왼쪽의 치즈가 맛있었다. 꼬리한 냄새, 곰팡내 이런게 심하지 않아서 레드와인 남은거랑 같이 입가심하며 먹기 좋았다. 


  자 이렇게 먹고 술, 물 제외 1인당 26유로면 정말 싸지 않나요????????? 먹는 내내 충격 받았다. 아니 이게 어떻게 26유로야........ 프랑크푸르트에선 양고기 메인 하나만 시켜도 26유로일거 같은데?!?! 정말 너무 반했다. 여기서 밥 먹고 난 다음부터 프랑스 빠로 돌변함 ㅋㅋㅋㅋㅋㅋ역시 먹는건 프랑스가 갑이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태리도 맛있긴 하지만 이런 세련됨(?)과 플레이팅, 그리고 3가지 코스 26유로 라는 가격은 없으니까.  


  그리고 이번에 파리 식당 찾으면서 보니까 왠만한 곳은 다 이렇게 플레이팅에 엄청 신경써서 담아주고 항상 계절별로 메뉴가 바뀌더라. 후..정말 독일에서 먹은건 음식이 아니었다........... 앞으로 독일 음식 식당은 절대 절대 안갈듯. 그리고 프푸에서 프렌치 식당도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절대 안가기로 했다. 가보나마나 여기보다 맛이 없거나 값이 훨씬 비싸거나 아니면 값도 비싼데 맛도 없거나 이 셋 중 하나일 게 뻔해서.  


  처음으로 먹어본 프랑스 음식이자 처음 가 본 프랑스 식당이었는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파리 살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여기에서 밥먹고 싶다. 



 

 맛있게 잘 먹고 나와서 기분 좋게 인증샷. 파리를 방문하는 모든이들에게 추천합니다. 



* Le Timbre 


- 주     소 : 3, rue Sainte-Beuve 75006 Paris (6구에 위치, RER B Luxembourg, Metro 4 Vavin 에서 도보 5~10분)

- 전번호 : +33 (0)1 45 49 10 40

- 영업시간 : 화 ~ 토 12:00 - 13:30 / 19:00 - 22:30 

- 가     격 : 전채 - 메인 - 후식 3코스 26유로, 와인 1잔 8~9유로, 물 3~5유로 

- 웹사이트 : http://www.restaurantletimbre.com

- 이 메 일 : contact@restaurantletimbre.com (전화, 이메일 영어 예약 가능)

- 기     타 : 총 수용인원이 22명 정도로 극히 작은 식당이므로 3~4일전 예약 필수로 보임. 나도 3일전에 예약하고 감. 13시에 손님들이 많이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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