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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아침! 눈을 떴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타야해서 아침을 못 먹을 뻔 했는데 부엌에 보니 준비 다 되어 있어서 완전 다행이라고 중얼중얼 거리며 주스, 요플레, 빵, 햄, 치즈 등등 배 부르게 잘 먹었다. (그러나 역시 빵쪼가리라 그런지 나중에 금새 배가 꺼졌다) 

오늘 일정은 골든루트를 타는 것이다. 내가 이 놈의 골든 루트 때문에 여행루트 짤 때 머리 터질뻔했다.. 

+ 골든 루트란? 

Andalsnes - Geiranger 버스 이동 구간(Trollstigen 이라 불리우며 요정이 다니는 길 이라는 뜻) + Geiganger - Dalsnibba 전망대 구간, Geiganer - Hellesylt 페리 이동 구간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버스 및 페리 운영하는 fjord1 사이트에서는 골든 루트에 게이랑에르-헬레쉴트 페리 구간은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네이버 유럽여행정보 까페인 유랑에는 다 통틀어서 골든루트라 부르고 있다. 페리 구간은 5~9월에만 운영하며 버스와 전망대 구간은 성수기인 6월 중순~8월말까지만 운영한다. 

* 골든루트 Andalsnes - Geiranger - Dalsnibba 시간표 => 클릭
* Geiranger - Hellesylt 페리 시간표 =>클릭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는 게이랑에르-헬레쉴트에서 꼭 1박을 하고 싶었고 달스니바 전망대도 놓치기 싫은데 올레순에서 출발을 해야하는지라 루트 짜기가 굉장히 애매했다. 올레순-온달스네스 버스는 하루에 두세대 밖에 없고 골든루트인 온달스네스 - 게이랑에르 (Trollstigen) 버스는 온달스네스에서 아침 9시랑 오후 3시에만 출발하고..3시 버스타고 게이랑에르 오면 달스니바 전망대를 못가고..그대로 페리타고 헬레쉴트 가서 자고 다음날 다시 페리타고 게이랑에르와서 달스니바 전망대 갔다가 다시 페리타고 헬레쉴트 가서 스트린가는 버스 타야한다. 게이랑에르-헬레쉴트 페리를 무려 3번이나 타야한다!! 이게 왠 삽질 ......... 이렇게 안하고 올레순-헬레쉴트로 바로 와서 게이랑에르 페리타고 달스니바 전망대를 볼 수 있지만 그러면 트롤스팅엔을 못 보고..이건 절대 안돼!!

(이게 다 뭔 소리인가 게이뭐?헬레쉴트??트롤?? 이러겠지만 루트 준비하는 사람이나 다녀온 사람은 나의 고통을 알 것입니다 ㅠㅠ)

휴........백만번 루트 수정하고 까페에 또 백만번 물어보고 검색한 끝에 게이랑에르에서 자기로 했으나 문제가 도 발생했다. 유스호스텔은 헬레쉴트에만 있고 게이랑에르에는 죄다 비싼 호텔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냥 쿨하게 비싼데서 자기로 했다. 노르웨이까지 왔는데~ 이러면서 .. 물가 비싼 나라에서 비싼 호텔에 묵기로 했다. 나중에 오슬로에서도 이랬음;; 

암튼 이거는 루트 준비할 때 얘기고 다시 여행 둘째날로 돌아와보면 ....;; 


- 온달스네스에서 카누타고 보트타고 노는 아이들 -


온달스네스는 진~~~짜 평화로웠다!!!
이 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동네가 원체 작아서 다 조용조용하고 관광객들은 커피 마시고 아이스크림 먹으며 햇볕쬐고 진짜 그야말로 Peace 였다. 젊은 사람들이 지내기에는 심심해죽을 정도로 정말정말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조금 오바하면 도시문명과 떨어진 느낌? ㅎㅎㅎ 진짜 노르웨이에 있구나~ 싶었다. 며칠전까지 이메일 주고받고 일 안되서 짜증내고 뭐 기타 잡일, 집안일, 미래고민 등등 이 모든것에서 다 벗어나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올레순도 평화롭긴 했지만 그래도 도시라는 느낌이 좀 있었는데 온달스네스가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그랬는지 무슨 동화책 속 한적한 시골마을에 온 것 같았다. 

온달스네스 도착 시간이 11시인가 10시였는데, 트롤스팅엔을 지나 게이랑에르 가는 버스가 오후 3시 였던지라 그저 해바라기하며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아 그리고 올레순에서 버스 탈 때 동양 여자가 한 명 탔는데 영어 억양을 들어보니 딱 한국사람이어서 누구지..노르웨이 여행하면서 한국사람 만나기 힘들다는데.. 싶었는데 온달스네스 내려서 보니 역시 한국사람이 맞았고 초등학교 선생님 하시다가 정년을 3-4년인가 남기고 관두시고 세계여행 하신 지 3-4개월 된 분이었다. 

그 분이나 우리나 똑같은 버스를 타기 때문에 같이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들어보니 우와 장난이 아니다.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뭐 여기저기 안가보신데가 없다. 학교 선생님이다보니 방학 때 마다 배낭여행을 굉장히 많이 다니신 듯 했다. 그리고 성격이 굉장히 활발하고 쾌활하고 적극적이어서 젊은 나보다 더 외국 여행자들하고 잘 친해지고 재미있게 다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미혼이라고 하셨는데 확실히 미혼여성과 기혼 여성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보다 자유롭고 덜 얽매여 있고 자기 취미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생생하고 활기찬 느낌이었다. 모두가 꿈꾸는 바람직한 싱글의 본보기인 분이었다. 그리고 혼자다 보니 본인의 노후를 어떻게 계획하고 그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 를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하고 계셨고 이번 여행을 통해서 그 답을 찾는 중이라고 하셨다. 나도 저렇게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어서도 열심히 재밌게 즐겁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 나이대의 분이셨는데 과연 우리 엄마가 저렇게 배낭 메고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자면서 혼자 여행 다닐 수 있을까... 체력도 체력이지만 그간 자식들 키우시고 일하시고 하시느라 어디 국내 여행도 잘 가보지 못하셔서 '여행' 이라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을텐데. 예전에 생전 처음으로 외국 가보고 시에나 연수를 다녀오고 나니 나 혼자 이렇게 여행다니는게 부모님한테 미안하고 또 한편으로는 좋고 멋지고 맛있는 거 부모님이랑 같이 보고 먹고 싶고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여행 많이 다니시라 해야지 하는 마음에서.. 엄마도 좀 여행도 가고 같이 가자고 하니 그런것도 젊어서부터 다녀야 계속 간다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말씀 하신 적이 있었다. 한번 다녀오시면 그 뒤로는 자연스레 여기저기 다니실텐데 처음에 한 번이 어렵다. 내가 얼른 돈 좀 벌어서 모시고 다녀야지. 





- 온달스네스 시내 모습 -
(사진으로는 별로 평화로움과 한적함, 여유로움이 표현이 안되는구나.... 그냥 산과 물일뿐..)

3시가 되서 버스가 오고 드디어 트롤스팅엔을 향해서 출발했다. 약 한시간 정도 가면 이제 슬슬 뭔가 있어보이는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 꼭대기 눈은 녹아서 폭포가 되어 가파른 절벽위로 떨어진다.




버스가 지나온 길 뒤로는 교과서에서만 보던 U 자곡이 펼쳐진다!!!




꼬불꼬불 돌아가며 올라가는데 정말 장관이고 멋있다. 
무엇보다 도로 옆에 난간도 없다 잘못 운전하면 그냥 떨어진다. 




버스 타고 가면서 창밖을 보면, 버스가 높아서 도로 바닥, 버스 바퀴가 보이지 않고 그냥 바로 저 아래 바닥이 보인다. 조금만 삐딱하면 떨어질 것만 같다. 그 긴장감과 스릴이란!! 그리고 점점 올라가면서 저 뒤로 U 자곡 완만하고도 넓게 펼쳐져 있는 광경이 점점 더 많이 크게 한 눈에 들어오는데.........진짜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이번 노르웨이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대하고 있던 3곳 (Kjerag bolten, pulpit rock, trollstigen) 중 한 곳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우와 내가 진짜로 여기 있구나! 내 두 눈으로 보고 있어~~~!! 아 다시 생각해도 설레인다. 

무엇보다 날씨가 맑아서 빙하가 깍아 내려간 흔적이 고대로 다 눈에 들어왔다. 빙하가 저기를 내려가면서 온달스네스 바다물에 퐁당했을까? 그 바닷물이 증발되고 비가 되어 내리고 눈이 되어 내리고 땅에 스며들고 식물이 자라고 자연의 순환을 거듭하면서 나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과학적 근거로 따지면 말도 안되는 상상이 떠오른다. 



저기 하얀색 버스 보이는지? 저렇게 빙글빙글 돌면서 올라간다. 겨울에는 눈 때문에 막힌다고 들었다. 
길이 좁기 때문에 올라가는 차, 내려오는 차 다 굉장히 조심조심 운전해야한다. 



아 진짜 버스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급하게 찍어댄 사진은 너무 비루하다. 이래서 노르웨이는 개인차를 가지고 여행을 해야한다. 멋진 풍경이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고 차 세우고 구경하고 싶은 욕구가 좀 오바해서 1만번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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