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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여전한 독일어의 압박

나실이 2021. 7. 23. 20:57

  독일어 공부도 안하면서 압박이 심하다고 블로그에 쓰는 게 도대체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그치만 아무 노력도 안했는데 저절로 잘하고 싶은 마음.... 다 있잖아요?!?!  날로 먹으며 사는 삶 ㅋㅋㅋㅋ 

 

  독일 와서 처음에 VHS 다니고 하면서는 이리저리 독일어도 써보려고 하고 그랬는데,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독일어 쓸 일이 전혀 없고 집에서 맨날 한국말하고 딱 둘 있는 외국인 친구들하고는 각각 이태리어, 영어로 하다보니 점점 독일어랑 멀어졌다. 그리고 안쓰다보니까 당연한 소리지만 말도 진짜 안나온다 ㅋㅋㅋ 그래도 뭐 지금까지는 어디 전화할 일 있으면 (주로 인터넷 구매한 물건 배송 관련, 의사 예약) 대본 써놓고 전화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이것도 귀찮 & 상대방 말 못알아들을까봐 두려움 때문에 영어로 할 때가 많다. 

 

  병원 예약까지는 독일어로 한다. 왜냐면 전화받는 직원들한테 영어로 해달라고 하면 그냥 뚝 끊길 확률이 매우 커서... 하지만 의사 면담시에는 영어로 해달라고 한다. 내 증상은 미리 사전 찾아보고 번역기 돌려서 적어가거나 외워서 말하면 되는데, 문제는 의사의 답변을 못 알아듣는다............ 이러면 이럴수록 안그래도 좁은 독일어가 더더욱 좁아지겠지만, 의사가 독일어로 의학 용어 말하면서 설명하면 진짜 막막하다. 미안한데 다시 말해주겠니? 하고 다시 묻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아무튼 독일어가 이렇게 스트레스인데, 어제 병원 예약 때문에 진짜 대박 신경 쓰였다. 어제 산부인과 정기 검진을 가니, 8월에 3주 동안 휴가로 문을 닫는단다. 그래서 대체 산부인과를 알려주었고 여기에 3주 안으로 약속을 잡으라고 했는데, 상황 설명을 다 했음에도 4주 뒤로 약속을 잡아 주었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임신 32주 이후로는 2주마다 가서 정기 검진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고 나는 어제가 딱 32주 1일 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독일 구글에서 이리저리 검색도 해보고 사람들 경험담도 찾아 봤는데 다들 임신 32주 이후로는 2주마다 정기 검진을 가더라...

 

  지금까지 병원 갈 때마다 항상 아무 문제 없고 괜찮다고 했으니 4주 뒤에 가도 큰 문제는 없고, 약속이 안잡혀있어도 상태 안좋거나 낌새가 이상하면 전화하고 당일에 가도 되긴 하지만 그래도! 약속을 잡아서 정기 검진을 받는거랑 무슨 일이 생겨서 가는건 엄연히 다르니까... 하 그래서.. 이걸 내가 다니는 병원에 다시 얘기를 해서 너네 휴가 가기까지 아직 2주 시간이 있으니까 나 그 때 약속 잡아 달라고, 너네 휴가 대체 업무 보는 산부인과에서는 4주 뒤로 잡아줘서 너무 늦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이게 뭐라고 신경이 엄청 쓰였다. 특히 이 모든 상황들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을 내 모습이...ㅋㅋㅋㅋㅋ 외국어로 말할 때 항상 이렇게 구구절절 늘어놓으면서 설명하게 되는 상황이 너무 압박이다. 상대방이 내 말을 잘 듣고 이해할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줄까..등등 오만가지 걱정이 다 떠오른다. 한국어로 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스트레스지? 

 

  그리고 병원에서 보험사에 낼 출산휴가 지원금(? 독일어로 Mutterschaftsgeld)을 위한 병원 확인서 주는 걸 깜빡해서 이거랑 톡소 플라즈마 검사를 추가로 하고 싶다는 얘기까지 해야했어서 진짜 압박이었다..다행히 이 두가지는 전화로 사전에 잘 말해서 큰 문제는 아니었다. 

 

  관건은 2주 뒤에 정기검진 약속을 받는 것!! 오늘 아침에 다시 병원 가서 확인서 받고 톡소 플라즈마 검사 신청 서류에 싸인하면서 정기검진 얘기를 꺼냈다. 다행히 나의 구구절절 스토리를 잘 들어주었다. 처음에는 대체 산부인과에서 더 빨리는 안된다고 하냐... 아..우리도 꽉 찼는데.. 이러더니만 8월 6일 오전으로 약속을 잡아주었다. 하지만 이 날은 출산 병원 등록 약속이 이미 잡혀 있어서 다른 날로 해달라고 하니, 직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의사한테 가서 확인하고 오더니만 8월 5일 목요일로 약속을 줬다. 휴.... 다행... 그러게 처음부터 그냥 2주 뒤 날짜로 약속을 줬으면 되었잖아!!! 2주 뒤 약속 잡아주면서 그 다음 약속은 자기네 휴가니까 대체 산부인과에 잡으라고 했으면 되었을 것을.......... 

 

  여기에다 추가로 내 핸드폰 번호가 바뀐 것까지 말해주고 모든 할 일을 다 끝마쳤다. 병원 문 나서는데 어찌나 속이 후련하던지.. 밤새 태동과 배뭉침이 심해서 잠도 잘 못 자서 진짜 피곤했는데, 마치고 나오니까 피곤함도 사라지고 ㅋㅋㅋ 이게 뭐라고 이렇게 맘 졸이면서 스트레스 받았나 싶다. 후.. 앞으로는 독일어 쓸 일이 진짜 진짜 많을텐데 어쩌지.. 독일인들과 말을 많이 하고 들어야 늘텐데 아는 독일인이 없어......... 딱 한 명 있지만 영어로 얘기하는데... 안드레아 같은 독일인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ㅋㅋㅋㅋ 내가 거지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틀리게 말하는거 종종 고쳐주고 혼자 말 엄청 많이 해서 같이 있으면 듣기 테이프 틀어놓은 거 같은 ㅋㅋㅋ 

 

  아무튼 할 꺼 다 했으니 됐다. 끝. 아 근데 대체 산부인과 약속이 8월 19일인데, 내가 잘못 들은거 아니겠지? 분명 노인쩬떼 악테 라고 직원도 말하고 나도 직원한테 말하면서 다시 확인했는데... 노인테 악테 아니겠지? 아..그냥 요일도 같이 말할걸. 흑흑. 월요일에 다시 전화해서 약속 재확인 받아야겠다. 아악... 벌써부터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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